
내 사랑, 당신이 공룡이라면, T렉스일 거야. 인간인 당신과 똑같이 키가 178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녀석. 당신은 뼈가 부러지기 쉽고, 커다란 발톱을 잘 간수할 수 있게 섬세하고 정중한 걸음걸이로 걷겠지. 당신 눈은 눈확위융기 아래에서 다정하게 빛날 거야.
당신이 T렉스라면, 난 하루 종일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사육사가 될 거야. 당신한테 생닭과 산 염소를 갖다 줄거야. 당신 이빨에서 빛나는 핏덩어리를 지켜보겠지. 당신의 우리 바닥에, 나뭇잎 깔린 촉촉한 흙에 내 잠자리를 마련할 거야. 당신이 잠들지 못하면 자장가를 불러 줄 거야.
자장가를 불러 주면, 난 당신이 얼마나 빨리 노래를 익히는지 곧 알게 될 거야. 당신은 나와 대조되는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랑 화음을 맞출 거야.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당신은 짝사랑 노래들을 밤에다 토해내겠지.
당신이 짝사랑 노래들을 부르면, 난 당신을 순회공연에 데려갈 거야. 우리는 브로드웨이로 갈 거야. 당신은 마룻널에 발톱을 박고 무대에 설 거야. 관객들은 당신 노래에 깃든 구슬픈 아름다움에 눈물 흘리겠지.
당신 노래의 구슬픈 아름다움에 눈물 흘리면, 관객들은 멸종한 종들을 되살리는 새로운 연구에 기금을 모으려 나설 거야. 과학 연구소들로 돈이 몰려들겠지. 생물학자들은 닭을 역설계하여 이빨 달린 턱이 생기게 하는 방법을 알아낼 거야. 고생물학자들은 고대 화석에서 콜라겐 흔적을 발굴할 테고, 유전학자들은 동공 크기에서 해넘이를 감상하는 뇌 영역까지 공룡의 모든 걸 정하는 정확한 DNA 염기서열들을 발견해서 무無에서 공룡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거야. 열심히 연구한 과학자들은 당신에게 짝을 만들어 주겠지.
과학자들이 당신에게 짝을 만들어 주면, 난 당신 결혼식에 들러리로 설 거야. 난 혈색이 나빠 보이는 녹색 쉬폰을 입고 어색하게 지켜보며 당신 결혼 서약을 듣겠지. 물론 질투가 나고 슬플 거야.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으니까. 그래도, 난 당신이 당신과 같은 존재, 당신의 몸과 뼈와 유전자 주형을 공유하는 존재와 결혼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야. 당신들이 제단에 함께 선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겠지. 내 영혼은 가뿐한 느낌이 들 거야. 당신과 내가 세상에 새로운 것을 만든 동시에 굉장히 오래된 것을 부활시켰다는 걸 알 테니까. 난 빌린 것이 될 거야. 당신 행복을 빌리고 있을 테니까. 그럼 파란 것만 있으면 되겠지. (*신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파란 것을 가져가는 결혼식 풍습)
파란 것만 있으면 된다면, 난 대리석을 또각거리며 교회를 가로질러 앞좌석 옆에 놓인 꽃병에 손을 뻗을 거야. 하늘색 수국을 꺼내 내 심장에 대고 누르면 심장은 꽃처럼 고동치겠지. 난 꽃으로 피어날 거야. 내 행복은 꽃잎이 될 테지. 녹색 쉬폰은 잎이 될 테고. 다리는 가냘픈 줄기가, 머리카락은 섬세한 암술이 될 거야. 내 목구멍에서 꿀벌들은 이국적인 꿀을 마시겠지. 모인 사람들은 나 때문에 전부 깜짝 놀랄 거야. 생물학자들, 고생물학자들, 유전학자들, 기자들, 구경꾼들, 음악광들은 ― 복제 공룡이라는 이중나선과 화석 덫에 속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과학 소설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불가능이 없는 마법 세상에 살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불가능이 없는 마법 세상에 산다면, 내 사랑, 당신은 공룡일 거야. 당신은 용감하고 강하지만 상냥하기도 한 생물일 거야. 당신 발톱과 송곳니는 적들을 손쉽게 위협하겠지. 당신이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인간인 당신이― 재치와 매력에 의존해야 하는 것과 달리 말이야.
비록 작더라도 T렉스는 술과 악의에 잔뜩 취한 건달 다섯명에게 저항해야만 하는 경우가 절대 없을 거야. T렉스가 송곳니를 드러내면 그들은 기겁하겠지. 탁자 밑에 숨을 거야, 상대를 때려눕히는 대신, 서로를 부둥켜안을 거야, 큐대를 움켜잡고 당신을 때리며 호모자식, 아랍놈, 성전환자, 계집애, 남미새끼 등등 당신과 상관이 있든 없든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욕설을 퍼붓고, 피 웅덩이에 넘어진 당신에게 소리소리 지르는 대신.
내 사랑, 당신이 공룡이라면, 난 당신에게 그 인간들의 냄새를 가르칠 거야. 당신을 조용히, 아 정말 조용히, 그들에게 이끌 거야. 그래도 그들은 당신을 보겠지. 달아날 거야. 당신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밤을 들이마시고서는 포식자답게 홀연히 그들을 덮칠 거야. 난 당신이 그들의 목숨을 꺼내는 모습을 ―빨간색이 넘쳐흐르고, 번들거리며 돌돌 말린 것들이 쏟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고, 웃고, 또 웃겠지.
웃고, 웃고, 또 웃으면, 난 결국 죄책감이 들 거야.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지. 난 그 남자들의 울먹이는 과부와 아버지 잃은 아이 사진이 실린 신문에서 눈을 돌릴 거야. 내 얼굴이 나온 신문을 보고 눈 돌렸을 그들처럼 말이야. 기자들이 내 얼굴을, 고생물학자의 약혼녀 얼굴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결혼식 계획이 한창이라 수국 꽃다발을 이미 주문하고 녹색 쉬폰 드레스를 이미 골랐던 약혼녀를 말이야. 아마 결코 눈뜨지 않을 고생물학자의 침대 곁을 지키는 약혼녀를 말이야.
내 사랑, 당신이 공룡이라면, 아무것도 당신을 무너뜨리지 못할 테고, 아무것도 당신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나를 무너뜨리지 못할 거야. 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거야. 기쁘게 태양을 향해 뻗칠 거야. 당신 이빨과 발톱이 당신을, 나를, 우리를 영원토록 안전히 지켜 주리라 믿겠지. 큐대의 초크 자국, 병원 복도를 지나는 간호사들의 신발 소리, 덜그럭대는 내 부서진 심장으로부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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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스워스키, 이형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