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
채팅 0
게임 0
유물

완벽한 장면

Minerals : 5,020,122,873 / Level : 대장 대장
2025-07-09 23:19:35 (6개월 전) / READ : 170


    1000008674.png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후회했었지만 이미 되돌릴 수는 없다.

    담배를 피우며 나는 얼마남지 않은 필름에 촬영을 해야 했기에 녹화 버튼을 눌렀다.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한다. 빠르게 시야를 돌려 차갑게 식어있는 보조 감독의 주위를 훑었다.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경직된 표정이였다. 방과 그리 멀지 않은 촬영용 소품 창고로 성큼성큼 걸어가 망치와 톱을 챙겼다. 서둘러 돌아가려다 새 필름을 챙기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돌아가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게 내가 원하던 일인가?'

    나는 그렇게 궁시렁 거리며 그의 몸을 토막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머리를 잘라냈다. 두꺼운 목에 톱날을 갖다대자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잭슨의 말이 맞았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영화에서처럼 쉽게 잘리지 않았다. 

    톱질을 계속하며 나는 이 모든 일이 시작된 6개월 전을 떠올렸다.

    나는 할리우드에서 소위 '잘나가는' 호러 영화 감독이었다. 스플래터 무비로 유명했지만, 최근 몇 년간 흥행에 실패하면서 업계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마지막 작품은 개봉 첫 주 만에 상영이 끊겼고, 스튜디오에서는 더 이상 내 기획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 잭슨이 나타났다. 그는 독립 프로듀서로, 내 초기 작품의 팬이라며 접근해왔다.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는 단순했다. 소규모 예산, 무명 배우들, 그리고 철저히 '리얼'에 초점을 맞춘 호러 영화. 잭슨은 현실적인 공포가 관객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객들은 이제 가짜 피와 특수효과에 식상해 있어요, 데이비드." 잭슨이 말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진짜 공포죠. 진짜처럼 느껴지는 영화가 필요해요."

    처음에는 그저 열정적인 프로듀서의 말로만 들렸다. 하지만 모든 스튜디오가 나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잭슨의 제안은 내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다.

    우리는 '아티스트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나리오는 예술에 집착하는 한 영화감독이 완벽한 공포 영화를 위해 실제 살인을 기록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메타적인 요소가 강한 이야기였고, 나는 그것이 내 컴백작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촬영은 외딴 산장에서 진행되었다. 

    출연진은 단 3명 - 주인공 감독 역의 마이클, 그의 조수 역의 제시카, 그리고 첫 희생자 역의 톰이었다. 

    잭슨은 최소한의 스탭만 참여시켰고, 나는 직접 카메라를 맡았다.

    첫 주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이클의 연기는 훌륭했고, 제시카와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그러나 첫 살인 장면을 촬영할 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너무 가짜 같아요." 잭슨이 첫 테이크 후 불평했다. "더 리얼해야 해요. 이런 식으로는 관객들이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여러 번 재촬영했지만, 잭슨은 계속 불만족스러워했다. 마지막 테이크 후, 그는 나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 초기 작품들의 폭력성을 보면, 당신이 이런 장면에 대한 진짜 비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걸 다시 찾아야 해요.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해요."

    다음 날 아침, 톰이 사라졌다. 잭슨은 그가 개인적인 문제로 촬영을 중단하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상했지만, 독립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잭슨은 톰 대신 자신의 친구인 피터를 소개했고, 우리는 촬영을 계속했다.

    두 번째 살인 장면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여러 번의 테이크, 잭슨의 불만족, 그리고 피터의 갑작스러운 이탈. 이번에는 잭슨이 직접 희생자 역을 맡겠다고 나섰다. 나는 점점 의심스러워졌지만, 이미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상태였다.

    "이번에는 달라질 거예요." 잭슨이 약속했다. "진짜 공포를 담아낼 거예요."

    그날 밤, 잭슨과 술을 마시며 다음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때, 그는 이상한 제안을 했다.

    "데이비드, 정말 인생을 바꿀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나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정한 공포를?"

    "물론이지," 내가 대답했다.

    "진짜를 찍으면 어떨까요?" 그가 속삭였다. "진짜 살인을."

    처음에는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잭슨은 진지했다.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USB였다.

    "이건 톰과 피터예요."

    USB에는 두 개의 영상이 있었다. 첫 번째는 톰이 실제로 살해당하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는 피터였다. 둘 다 우리 영화의 살인 장면과 동일한 세팅이었다. 차이점은 단 하나, 이것들은 연기가 아니었다.

    "미쳤군," 내가 말했다. "이건 범죄야!"

    "아니요, 이건 예술이에요," 잭슨이 반박했다. "당신의 초기 작품들처럼 진정한 충격과 공포를 주는 예술. 이 영상들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묻지 마세요. 중요한 건 결과물이에요."

    그는 내게 선택권을 줬다. 

    그의 '비전'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떠나는 것. 하지만 그가 분명히 한 것은, 내가 떠난다면 모든 증거가 경찰에 전달될 것이며, 내가 공범으로 지목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영상들의 원시적인 충격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진정한 공포가 바로 그것이었다.

    결국 나는 잭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강요당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살인 장면을 준비했다. 희생자는 보조 감독인 라이언이었다. 그는 실제로 우리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믿었다. 비밀리에 제작되는 실험적 영화라고.

    라이언이 세트에 도착했을 때, 잭슨은 갑자기 변했다. 그는 라이언을 의자에 묶고, 이것이 '연기'가 아님을 밝혔다. 나는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잭슨은 라이언을 천천히, 끔찍하게 고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라이언이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처음이랑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혼란스러웠다. 라이언이 고통스러워하며 내게 눈짓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잭슨과 라이언은 공모자였고, 잭슨의 진짜 목표는 나였다.

    라이언도 잭슨에게 속은 것이다.

    그 순간, 내 자기 보호 본능이 작동했다. 

    근처에 있던 소품 칼을 집어 잭슨의 등을 찔렀다. 그는 놀라서 라이언에게서 떨어졌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목을 여러 번 더 찔렀다. 라이언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묶여 있었다. 나는 잭슨의 시체를 제쳐두고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제발, 저도 협박 당했다고요.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어요, 잭슨이 계획한 거예요!" 라이언이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을 끝내야 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라이언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목을 쥐고 생명의 빛이 그의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조였다.

    그렇게 나는 여기에 서 있게 되었다. 두 구의 시체와 함께, 내 '걸작'을 완성하기 위한 장면으로 그들을 처리하는 중이다.

    토막 내는 작업을 마치자, 나는 다 된 필름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클라이막스는 신성해야한다, 새 필름에 담아야겠지. 

    이 작품은 내 진정한 예술이 될 것이다. 나는 카메라를 다시 켜고 내 자신을 프레임 안에 위치시켰다.

    "이게 내가 원하던 일이었을까?" 내가 카메라를 향해 물었다. "아니,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이것이 내 마지막 연출이 될 거야."

    진정으로 완벽한 장면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다.

    "컷!"

    화면이 어두워졌다.

    신고
    • 댓글이 0 개 달렸습니다.
    글목록 이전글 다음글
    글쓰기


    🎪공포/미스테리 관련글을 올려주세요!!🎪설윤 25.06.22추천 6
    프로필에 본인인증 여부를 표시하도록 개선 되었습니다. YGOSU2 25.12.26-
    오싹오싹 세게대전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 청담동백호15425.07.10-
    서천 기동수퍼 할머니 실종사건 생각대로12322025.07.10-
    이해하면 무서운 만화  코좆의무사시12625.07.09-
    슬픈 아이누족 코좆의무사시26725.07.09-
    파티마의 성모  코좆의무사시13325.07.09-
    완벽한 장면 청담동백호17025.07.09-
    어느 사람이 지식산업센터에서 겪은 일청담동백호15625.07.09-
    남자가 여자보다 큰 유전적인이유 청담동백호20225.07.09-
    루이17세의 미스터리청담동백호14025.07.09-
    신간/일본 미스터리 리뷰] 미쓰다 신조 - 축하하는 신부머리 청담동백호17125.07.09-
    아는 형님 군대휴가때 있었던 일poou12925.07.09-
    배우 박희진씨 자유로 경험담poou15825.07.09-
    마술사 이현우씨 공익근무 시절 경험담poou19225.07.09-
    친구 군대시절 겅험담 2poou10925.07.09-
    친구 군대시절 겅험담 1poou12825.07.09-
    교통사고 후 사라진 女운전자…11년째 생사도 몰라 생각대로12321425.07.09-
    실제 애나벨 인형에 관한 이야기 청담동백호27625.07.08-
    어느 사람이 격은 공포 경험담청담동백호11225.07.08-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가 없는 이유청담동백호13125.07.08-
    NYT "외로움 치료제라는 신상 독약" 청담동백호15625.07.08-
    시골 할머니집 경험담 poou15025.07.08-
    잠결에 귀신의 속삭임poou11725.07.08-
    고속도로 터널 경험담 (1)poou11825.07.08-
    하하 경험담poou12925.07.08-
    계곡 물에 빠진 여자poou16625.07.0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