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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비밀의추억.txt(스압주의) [17]

Minerals : 1,442,470 / Level : 중령 중령
2020-07-13 08:29:35 (5년 전) / READ : 8620

중학교 단짝 친구 민우로부터 15년 만의 전화

"미안하다. 준식아..."

여기서 부터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Chapter 1. 

삼일후, 경찰로 부터의 전화
"김준식씨 인가요?"
"네,,,,맞습니다"
"서울 도봉 경찰서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무슨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오늘 살해로 추정되는 사체에서 김준식씨 연락처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 네? "
"사망자의 유일한 소지품인 휴대폰에서 김준식 번호를 알아냈습니다.'
"......"
"사망자의 휴대폰에서 검색되는 유일한 번호가 김준식씨 입니다. 현재 사망자의 사채는 도봉구 한일 병원에 안치 중이며 금일 오전까지 신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급하게 병원으로 향하는 준식.
병원에서 확인한 사채는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으며, 누군지 알아 보기가 힘들다.
"힘드시겠지만, 확인을 해주셔야 수사가 진행됩니다. 천천히 다시 한번 봐주시죠."
다시 한번 시체를 천천히 확인하는 준식. 유난히 넓은 이마가 눈에 들어온다.
"저희가 조사한바로는 사망자의 추정나이는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 성별은 보시다시피 남자이며...."
"이 사람 핸드폰 번호가 뭔가요? 제 번호가 저장되어 있으면 저도 저장한 번호일 수도 있는데..."
"예...잠시만요...."
이진호 경감은 바쁘게 서류를 넘긴다.
"번호가...010에 9919 XXXX 이네요."
" 010...9919...XXXX "
준식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호를 검색한다. 핸드폰 화면에 뜨는 이름. 노 민 우
삼일전, 15년만에 연락이 온 중학교 동창이다. 순간 민우의 유난히 넓었던 이마가 떠오른다.
"아......."
한동안 말이없는 준식.
"검색이 안되나요?"
"아....이 사람...노민우라고...제 친구인데요..."
경찰관은 준식의 말을 듣고 재빨리 서류에 기록한다.
"노민우씨....거주지는 어떻게 되나요?"
"......몰라요....저도 삼일전에 15년 만에 연락이 와서....몇마디 나눈게 전부거든요..."
갑자기 옆에 있던 의사가 끼어든다.
"아직 부검을 해보진 않았지만, 육안으로 부패정도를 보았을때, 사망한지 최소 15일은 되었습니다. 저도 담당 형사한테 삼일전 통화기록이 있다고 들었지만, 도무지..이해가 안가는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준식이 입을연다.
"분명히 삼일전에 저랑 통화를 했구요. 아무리 15년전 친구라지만, 민우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어요. 일년내내 짝궁이었거든요. 그때 목소리가 하나도 안변했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사망자의 나이와 출신학교를 말씀해 주시죠."
"81년 아니면 빠른 82년생 이겠죠? 학교는 광남중학교를 같이 다녔구요. 2학년때 같은반이였고, 뭐 이정도면 신원파악 가능하시죠? 저는 더이상 여기 못있겠네요...냄새도 그렇고, "
"예.일단 나가시죠."

병원 사무실.
" 대포폰 아시죠?"
" 예...불법으로 명의 도용해서 핸드폰 개설하는거 말씀하시는 거죠? TV에서 본 적 있는데..."
" 예 맞습니다. 사망자의 핸드폰이 바로 그 대포폰 입니다. 그래서 신원확인이 어려웠구요. 어쨌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협조 부탁을 할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준식은 병원을 나와 길을 걸어간다.

며칠 후, 다시 경찰로 부터의 전화.
"아..김준식씨? 자꾸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오늘 노민우씨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게......사망한지 20일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결과가 이상하네요.. 분명히 저랑 통화를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그리고 저도 그때 크게 대화를 나눈게 없어요...뭐라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없겠네요...민우 부모님이나 형제들한테 물어보시는게 빠를 듯한데요.."
"그게....노민우씨는 중학교 2학년때 부터 일가 친인척 없이 혼자 지내왔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조사중이고요....현재로선 유일한 지인이 김준식씨 밖에...."
" .........휴......"
준식이 긴 한숨을 내뱉고 다시 입을 연다.
"근데....저도 15년만에 갑자기 연락을 받은지라...민우에 대해서 아는게 전무해요....그나저나...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있을텐데...."
"예....바로 그겁니다. 혹시 김준식씨 중학교 동창중에 특히 2학년 때 같은반이였던....친구들 중에 김준식씨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 연락하고 있는 중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3학년때 친구들이라...보자...2학때도 같은반 이였던 친구가......없는거 같은데요....그렇지 않아도..오늘 중학교때 친구들 만나기로 했거든요...3학년 때 친구들이지만...어쨌든 오늘 애들 만나서 한번 물어볼께요."
"예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서울 강남 고급 BAR
준식이 친구들과 앉아 대화를 나눈다.
"애들아...니네들 혹시 노민우 라고 기억나냐? 중학교 동창이였는데..."
"노민우? 같은 반 이였냐? 기억 안나는데...."
"아는 사람 없어? 2학년 때 나랑 같은 반 이였는데...."
곁에 있던 친구 태우가 입을 연다.
" 얌마..니 2학년때도 나랑 같은 반 이였잖아...노민우라는 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니 짝꿍 아니였냐?"
"맞어 맞어...내 짝꿍 이였어...태우 니가 2학년때도 나랑 같은반이였냐? 암튼,,, 그 노민우 있잖아...얼마전에 죽었어...."
" 뭐? 죽어? 진짜?"
준식은 친구들에게 최근 며칠간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준다.
이야기를 다 들은 태우가 입을연다.
"불쌍한 놈. 그나저나 어떻게 니 연락처를 알고 연락을 했을까? 그리고 통화날짜랑 사망일자도 안맞고..좀 이상한데?"
건너편에 앉은 재선이가 끼어든다.
"이야...이거 흥미진진한데? 살해되기전에 15년전 친구와의 통화라...스릴러다 스릴러..."
"이자식..사람이 죽었는데...흥미를 느끼냐....그나저나...태우 너 나랑 같이 내일 경찰서 좀 가자..."
"아...내가 왜...? 귀찮아...."
"야 그래도...친구인데...억울한 죽음을 밝혀줘야되지 않겠냐? 뭐 현재로선 큰 도움은 주지 못하겠지만.."
"뭐 알겠다...토요일이고 하니...한번 출두해 주지.."

다음날 도봉경찰서.
"반갑습니다.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강태우라고 합니다."
"일단 유감스럽지만, 친구분인 노민우씨가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전력을 다해 살해범을 추적하고 있으며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예.."
"일단 김준식씨.."
"예?"
"중학교 2학년때 노민우씨와 같은 반 이였고, 또 강태우씨 역시 같은반이였죠?"
"네.."
"중학교 2학년때 친구분들 중에 현재 김준식씨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강태우씨 뿐인가요?"
"네 맞습니다. 태우 밖에 없습니다."
"그럼 강태우씨는 노민우씨랑 연락을 해오고 있었습니까?"
"아니오..중학교때도 민우랑은 별로 안친했는데요...여기 준식이도 중3와서 친해졌어요..."
"휴......"
이진호 경감은 난처한듯 한숨을 짓는다.
"이것 참...수사에 갈피를 못잡겠네..."
듣고있던 태우가 입을연다.
"형사님...신원이 밝혀졌으면 거주지도 알 수 있을 것이고...거주지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하는게...."
"그게....노민우씨는 거주지 파악이 안됩니다. 주민등록상 주소는 이미 다른 분이 거주중 이구요...그게 노민우씨 중학교 2학년때 거주지인데...그 이후로는 집없이 떠돌아 다닌거 같아요..."
"집없이 떠돌아 다녔다구요?...말도 안돼..."
"노민우씨는 중2를 마치고 학교를 자퇴하였고...그 이후는 전혀 파악이 안돼고 있습니다. 뭐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일정한 직업이 아니여서...파악하기 힘들고...지금 현재 유일한 연결고리가 김준식씨와 강태우씨 두 분밖에 없습니다.."
"허....참..."
태우가 기가 막힌 듯 웃는다.
"그럼 저희가 연결고리인 동시에 용의자일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그렇게 되겠지만, 제가 따로 준식씨를 조사해 본 결과. 좋은 직업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부모님도 유명하신 분들이고...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어요...강태우씨는 하시는 일이?"
"변호사 인데요."
"아....."
이진호 경감은 놀라운듯 태우를 쳐다본다.
"뭐 두 분이 용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분밖에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겁니다. 기분나쁘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두 분이 노민우씨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앞으로 수사계획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뭐..이렇다 정해진건 없지만, 일단 가장 큰 초점은 왜 노민우씨가 15년만에 김준식씨에게 전화를 했느냐 입니다. 그 번호를 어떻게 알았으며, 또한 통화 날짜와 사망 추정 일자가 상이한 점도..."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이런 사건 많이 봐왔는데요..미안한 얘기지만, 이런류의 사건은 대부분이 미결종료 나더라구요. 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실텐데..."
"그래도 해볼때까진 해봐야죠!"

준식과 태우는 경찰서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다.

차에 시동을 걸며 태우가 준식에게 말을 한다.
"귀찮게 됐어. 저 형사 내심 니를 유력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를? 뭔소리야? 아니라잖아..."
"크크 잘 들어봐. 노민우 사체에서 니 번호가 나왔지? 분명 삼일전에 통화를 했었고, 근데 부검결과 노민우는 사망한지 20일이 넘었단 말이야. 딱 드는 생각 없냐?"
"거야...요새 날씨가 더워서..시체 부패가 일찍 되었을 수도 있지..."
"아니 아니..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3일동안 그렇게 부패될 순 없어. 내가 잘알지..이런 사건 한 두번 맡아보냐? 배테랑 형사라면...... 당근 죽은 사람은 노민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아.....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죽은 사람의 신원을 뒤에서 열나게 캐고 있겠지...근데 그걸 너한테 말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냐..."
"뭔데?"
"용의자거든!...니가 말이야...이원 조사라고도 하지..이게 말이야..."
"이원조사?"
"유력한 용의자한테 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을 때 용의자 앞에서 수사 협조를 구하면서 헛점을 찾고, 뒤에서는 그 용의자를 열나게 캐는거지..이해되냐?"
"아..씨...기분 더러운데..."
"열라 귀찮게 할거다...아마도...하지만 걱정마라...이 몸이 도와주마...근데 너 진짜 살인자 아니지? 크크"
"미쳤냐? 내가?"

다시 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부검의와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선생님. 사체가 정교하게 잘라졌다가 다시 붙힌 거라고 하셨죠?"
"그렇죠. 정확히 네 군데. 팔 두쪽과 다리 대퇴부  위 쪽으로 두 쪽. 근육 경직도를 봤을땐 사망자가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잘려졌다가 붙혀진걸로 보이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고통이였을거예요. 그야말로 사지를 찟은거죠."
"악랄한 놈이군요."
"그나저나 용의자는 윤곽이 나왔나요?"
"김준식. 지난번에 신원확인하러 온 사람있죠?"
"아...그 사람..사람은 참 선해보이고 깔끔하던데..."
"선생님. 근데 그 김준식이가 의.사 입니다."
"의사라고요?....이런...."
"저는 일단 김준식의 주변인물 조사를 할 겁니다. 선생님께선 사체 절단 소행이 전문적인 의사만이 할 수 있다는 것과 증거가 될 만한 걸 다시한번 조사해 주세요."

다시 차 안. 준식과 태우.
"태우야.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냐..?"
"아...이자식...당연히 알리바이를 만들어 놔야지.."
"그 다음엔?"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 같이 있던 사람이라던가. 근데...너 노민우랑 진짜 전화한거 맞어?"
"맞다니깐, 내가 1년동안 걔랑 짝이여서 목소리는 기억해. 통화 분명히 했고, 다짜고짜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미안하다고...? 왜?"
"나야 모르지...."
"......노민우....이 새끼 게임하자는 건가?"
"게임?"
"우리 중학교 2학년 종업식 기념 반회지 만든거 기억나냐?"
".....어....그런거 만들었던것 같은데....애들한테 글 받아서...반장이 정리해서..."
"이 새낀...어떻게 의대 갔는지 모르겠다.....그때 내가 반장이였어..."
"크크 그러냐? 근데 그 반회지가 어쨌는데..."
"내가 어제 니네들이랑 술마시고 집에서 그 반회지를 찾아서 봤단 말이다. 노민우가 어떤 애인지 궁금해서....근데 민우 그 자식 완전 똘아이더라고.."

광남중학교 2학년 13반 교실
당시 반장이였던 태우가 교탁에 서서 말을 하고 있다.
"야 야...주목...우리 반 회지 아직 글 안낸 애들 명단 불러줄테니깐. 좋게 좋게 말할때 빨리 나한테 제출해라...김민호, 김주현, 노민우, 백상진 이상 네 명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 안내면 빼고 그냥 만들거야."
태우가 말을 끝내자 다시 교실안은 시끄러워진다.
다음날 아침. 노민우가 태우에게 회지글을 제출하려고 다가온다.
"반장. 여기"
"어. 노민우."
태우는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받으며 명단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그리고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확인한다.
"나 가도 돼지?"
"어...그래...."
민우가 돌아서려는 순간 태우가 민우를 불러 세운다.
"야 노민우. 근데 이게 뭐야?"
"뭐....?"
"너 회지글에 뭘 적은거야? 영어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닌거 같고, 뭐냐 이게? 그냥 낙서한거냐? 선생님한테 혼나 임마~"
"낙서 아니야.."
"그럼 뭔데? 암호냐?"
"내가 반애들한테 주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재밌는데? 어쨌든 니가 만든 암호 풀어보라는 거 아니야...풀면 상품 주는거야?"
"............주지....상품..."
민우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태우 차안.
" 그 암호 아마 준식이 니가 풀었을걸?"
"아~ 기억나...노민우가 낸 수수께끼...내가 풀었어..그거..근데 무슨 말이였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일단 우리집에 가자. 보여줄께."

태우 집 서재.

태우가 준식에게 반회지를 건넨다.
"니가 한번 다시 풀어봐라. 난 모르겠더라"
"보자..보자.."
회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준식이가 살짝 웃는다.
"태우...거울 가져와봐.."
태우가 방안에 걸려있는 거울을 떼서 준식에게 건네준다.
"잘봐...."
준식이가 거울로 암호문을 비추자 거울에 비춰진 암호문이 한글로 변한다.
"이게 거울 암호라는 건데...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발한 암호지...글자를 뒤집어서 흘겨쓰면 쉽게 알아내기가 힘들어..."
"크크...이걸 수수께끼라고 낸 새끼나...그걸 또 진지하게 푼 새끼나...암튼 뭘라고 쓰여있는 거냐?"
"거울 들고 있어봐...내가 읽어볼께..."
준식은 천천히 소리내어 암호문을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여섯물결...."

도봉경찰서 강력계.

이진호 경감이 그의 후배 최진철경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경감님..어제 말씀하신 최근 실종 사건이요. 강남쪽에 하나 올라와 있는데요?"
"20대 후반 남자 실종인가?"
"예..28세 백상진..미혼에 임대업.."
"당장 해당 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화넣어."

다시 태우의 집 서재.
"이게 뭔 말이야?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 "
가만히 있던 태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연다.
"아...나 이거 생각나...거울 암호는 니기 풀었고...이 암호문은 내가 풀었던 것 같은데....학교 운동장에 노민우가 뭘 새겨놨었어."
"가보자. 학교."
"뭐? 아 귀찮은데...."
"빨리 가보자..니네 집앞이잖아..."
"좋아..노민우 수수께끼 받아주지. 콜."

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28세....예....강남에....예.... "
최진철 경사는 전화를 끊고 이진호 경감에게 다가간다.
"그래 뭐래?"
"백상진씨 실종신고가 어제 들어왔구요.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본 게 8월 24일 지금으로부터 23일 전 이네요.."
"23일전? 사체 사망시점하고 얼추 맞아떨어지는군...그나저나 실종신고는 왜이리 늦게 한거야?"
"그게 실종된 백상진씨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원래 집을 잘 비운다고 하네요. 강남에 빌딩 5개를 갖고 있는데...뭐 여하튼...중요한 것은 출신학교가 광남중학교..."
"뭐? 광남 중학교? 김준식과 노민우가 나온 학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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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광남중학교 앞.
주말이라 그런지 몇 몇 아이들만 공을 차고 있을뿐 대체로 한산하다.

준식이 교문을 들어서며 태우에게 소리친다
"태우! 빨리와..니가 풀었잖아 그 암호…"
"아무리 내가 천재라지만, 낸들 그게 기억이 금방 나겠냐…"
"아이고, 얼마나 대단한 천재길래..사법고시를 3번이나 떨어지셨을까…크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그건 이 몸 컨디션이…"
"됐고…이제 한번 풀어보자…노민우 수수께끼…"

15년전으로 돌아가
같은 운동장의 중학생의 준식과 태우가 서있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라…태우야 감좀 잡혀?"
"글쎄…어딘가에 뭘 새겨놨다는 거 같은데.."
태우가 운동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긴다. 준식은 옆에서 암호문을 계속 되뇌인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잠깐…은빛의 강? 물결?"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광남중학교.
태우와 준식이 서로 마주보며 동시에 소리친다.
"그래! 가스배관!"
"맞아..운동장 담벼락 밑에 은색 가스배관..그게 마치 파도같이 구불 구불 생겼었잖아.."
"나도 기억나..그 가스배관 아직도 있을까? …가보자…"
태우 뒤를 준식이 다급히 쫒아간다.

도봉경찰서안.
이진호 경감이 상사인 유필한 반장한테 보고를 하고 있다.
"반장님. 이거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구요..토막살인 이예요…토막살인…"
"글쎄 알겠는데…좀 힘들지 않겠나?..피해자가 노민우가 아닌거 같다며? 그럼 아직 신원불명이잖아..그럼 광역수사대로 넘기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오..이 건 제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휴….그게 내가 결정해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아무튼..자신있나 보지? 뭔가 알아낸거라도 있나?"
"일전에 말씀드린 김준식이라는 사람..."
"아…그 잘생긴 의사양반?"
"네…지금 강남서에 실종사건하나가 올라왔는데요…실종시간이 피해자 사망 추정일과 비슷해요…무엇보다 김준식, 노민우와 동창입니다…"
"그래서 의사양반이 실종자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서 노민우로 둔갑시켰다 이건가?? 이봐 진호..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나?? 잘나가는 의사양반이 무슨이유로.."
"그게 반장님...중요한건…"
"중요한거??"
"실종자 백상진이 김준식씨 병원의 건물주 입니다…"
"뭐?!..."

다시 광남중학교 운동장.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구석진곳에서 땅바닥을 훓고 있다.
"여깄다..은빛의 강!"
"찾았어? 가스배관?"
준식이가 태우에게 성급히 다가간다.
"자 봐봐…벽을 따라..가스배관이 학교 건물로 이어지고 있지?"
"그럼 여섯 물결이라는건…?"
"멍충아..쭉 봐봐..담벼락 기둥마다 U자 파이프를 썼잖아…기둥마다 출렁 출렁...즉 여섯물결이라는건 여섯번째 기둥을 말하는거지…"
"오오…천재…강태우…"
"짜식…이제 알았냐?"
"알았어…인정.. 그럼 빨리 여섯번째 기둥으로 가보자…여기가 시작점 이니깐…하나 둘…셋…"
준식과 태우가 천천히 여섯번째 기둥쪽으로 다가간다.
"준식..이제 다음 문구가 뭐냐?"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태우는 바로 좌측편을 바라보고 한동안 쳐다본다.
"흙빛호수…흙빛호수…"
"태우야..나 이거 어렴풋이 기억 나는데..흙빛호수…"
"그래? 뭔데??"
"흙빛호수..저기 화단 이였던거 같아.."
"화단? 화단이라..왜 화단이 흙빛 호수지?"
"그러게…분홍색 호수라던가…노란색 호수라던가…바닥은 흙이라서 그런건가?"
"아…맞아…그거였어…바닥이 흙…아..아…이제 기억났다…흙빛호수…"

다시 도봉경찰서안.
"건물주? 실종자가 김준식이 병원 건물주라고?..이거 이거…가능하구만..그래서 원한관계..채무관계…조사해봤나?"
"아니요…조사 전에 아까 말씀하신 광역수사대…확실히 해주셔야…"
유반장이 벌떡 일어나 이진호경감의 뒷통수를 갈긴다.
"이 자식이…이게 광역에 넘길 건이냐? 그 정도 꼬리 잡았으면 이 참에 우리도 큰 건 하나 올려봐야지... 정말 김준식이가 범인이라면… 이거 정말 큰 건이야…"
이진호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대답한다
"네..반장님..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강남서에 협조요청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잘해봐..그리고 진호..!"
이진호경감은 자리로 돌아가다 다시 유반장을 쳐다본다.
"네?"
"믿는다."
"아 네.."
이진호는 유반장 자리에서 황급히 나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들었지? 반장님 허락 떨어졌다..우선 강남서에 협조 공문날리고 백상진이 김준식이 관계파악부터 확실히 하자.."
"네…선배님!...간만에 탐문인가요?...일할맛나는데요.."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태우....그러니깐, 예전에는 6번째 기둥에서 정확히 일직선상에 있는 화단만 비어있었단 말이지?"
"어...그때 그쪽 화단만 바꾼다고 기존 꽃들을 전부 뽑아내고 새로 씨를 뿌렸었어..."
"그럼 호수라는 말은 왜 붙은걸까?"
"이런 중학생 만도 못한놈...새로 씨를 뿌리면 그 바닥이 그냥 흙이겠어? 맨날 물을 뿌릴거 아냐...그래서 그 쪽 화단만 항상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지..."
"아...그래서 흙빛호수...."
"그러니깐....그 흙빛호수에서 다섯 발자국을 걸어가면 답이 나올거야...크크 중학생이 낸 수수께끼 따위...."
"그럼 여기 거대한 돌산 이건 뭘까?"
"일단 가보자...가면 돌산이던, 나무산이던 뭔가 보이겠지..."
준식과 태우가 바쁘게 화단 쪽으로 걸어간다.
곧 화단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보폭으로 다섯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뭐야 이거..."
준식이 다섯 발작국을 나아가서 태우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태우는 준식에게 다가가며 입을연다.
"뭔데? 거기 있어? 거대한 돌산?"
"돌산은 무슨....그냥 벽인데....학교 벽... 아무것도 없잖아..."
"다시 한번 노민우 암호문 봐봐..."
준식이 품에서 태우의 서재에서 적어온 종이조각을 꺼내어 또박또박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게 전부인데..."
"거대한 돌산...거대한 돌산...."
태우가 되뇌이며 나즈막하게 말을 잇는다.
"그때도 분명 여기서 엄청 해맷던거 같긴 한데..."

15년 전 광남중학교.
어린 준식과 태우가 화단 앞 학교 외벽 앞에 서있다.
"태우야...어딜봐도 돌산은 없는데? 그냥 벽 뿐이야....여기 안은 학교 박물관인가..."
준식이 까치발을 들어 창문 안을 바라본다.
"그러게...노민우...이 자식...역시 장난친건가?"
"아...몰라...나 학원 가야돼...그만 할래...."
준식이 한참 창문안을 바라보다 이내 포기한듯 몸을 돌려 화단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야...김준식...니가 이거 풀어보자고 해서 난 학원도 땡땡이 치고 왔건만..."
"넌 학원 안가도 일등 하잖아..."
준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태우에게 말을 한다. 태우는 한참을 벽 앞에서 창문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 준식아!"
하고 준식이를 급하게 부른다. 준식이 태우에게 다시 뛰어온다
"왜? 찾았어 거대한 돌산?"
"우리 학교 만든 그 할아버지...그 할아버지...있잖아...맨날 교장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하는..."
"아마...이재춘 선생이라고 했던가...?"
"이름말고 이름앞에 붙히는 '호' 석산? 석산 이재춘 맞지?"
"어 맞을걸?..석산 이재춘...근데 그게 뭐..."
"석산...돌산...이잖아..."
"아...그렇네...돌산....근데 여기 그 할아버지가 없잖아..."
태우는 대답하지 않고 창문 안을 가르킨다. 준식은 다시 발을 들어 창문을 바라본다.
준식이 바라본 창문 안에는 석산 이재춘 선생의 거대한 초상화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준식을 바라보고 있다.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서류를 뒤적이다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최형사...지금 당장...백상진씨 집에 연락해서...사망자 신원 확인해달라고 해..."
"네? 노민우..아니 그 시체 말씀하시는 거죠? 너무 이른거 아닐까요?..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니....어차피 시체 훼손정도가 심해서 육안 확인은 힘들테고 DNA 검사를 진행해야돼...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부르는게 나아.."
"역시...일단 백상진 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우선 이겠군요..."
"그렇지...최형사 니가 시체와 백상진 일치 여부를 책임지고, 나는 김준식과 백상진의 관계를 탐문하겠다...빨리 움직이자..."
"네! 선배님!"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
"아직도 있을까? 돌산 이재춘??"
태우가 말을하며 천천히 창문을 안을 들여다 본다. 준식도 태우를 따라 창문을 들여다 본다. 여전히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가 늘름하게 걸려있다.
"아직...죽지않고 살아있네...저 노인네...크크"
태우가 나즈막히 웃으며 초상화를 바라본다.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저 초상화 뒤편만 확인하면 끝인데..."
태우가 고민하고 있을때, 준식이 말없이 창문을 연다.
"강태우...이거 열리는데..."
태우는 벙찐 표정으로 준식과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다
"넘어가자.."
"뭐?"
"넘어가자고..."
"진짜? 너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아니더냐?"
"민법 제 185조 26항 모든 공공건물은 국민의 소유이며, 공개된 공공건물은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역시 공공건물"
"창문 열려있는게 공개된 공공건물이냐...그리고 여기 사립학교야...짜샤..."
태우는 이미 창문을 반쯤 넘어선 채로 준식에 말을 한다.
"이걸로 잡혀가도 너는 꼭 변호해주마...걱정말고 따라와..."
"나..참..."
준식은 한숨을 길게 쉬고 태우를 따라 창문안으로 들어간다.
학교박물관 안은 오랜시간 방치된듯 내려앉는 모든곳에 먼지가 쌓여있다. 준식과 태우가 바닥에 발을 딛자 눈에 찍히는 것 마냥 바닥에 발자국이 찍힌다.
"잠깐...."
태우가 앞서가려던 준식을 막아선다.
"준식..밑을 봐봐"
준식이 내려다본 마루바닥엔 누가 앞서 다녀간듯 초상화 쪽으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발자국이네...그것도 돌산 쪽으로..."
"아...씨...나 무서워...진짜..."
태우가 몸서리 친다.
"누군가...우리처럼 암호를 풀러 온건가?"
"설마..."
"일단 이 발자국을 피해서..."
태우가 다른길로 돌아서 초상화 앞으로 다가간다. 이어 준식이 태우를 뒤따른다. 초상화 앞에 서자 준식이 망설이듯 입을 연다.
"이거 뒷편이란 얘긴데...잠깐 떼어봐도 괜찮겠..."
태우는 준식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상화 한 켠을 잡는다.
"반대편 잡아"
준식과 태우는 조심스레 초상화를 들어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다.초상화가 떼어진 부분은 때가 안타 유난히 하얗다.
"아...젠장...여기서 누군가한테 잡히면 완전 초상화 도둑인줄 알거 아니야..."
"닥치고 뭐가 있나 보자..."
태우가 초상화가 떼어진 벽면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15년전, 광남중학교 2학년13반 교실.
쉬는시간, 시끄러운 교실안 무리를 뚫고 혼자 앉아있는 노민우에게로 준식과 태우가 다가간다.
"노민우..우리 이거 풀었어…"
"아..그래? 그럼 이.름 적었나? 그래야 내가 확인하고 선물을 줄텐데 말이야…"
"야..당근 적어놨지..나랑 태우…둘다..."
"알았어…그럼 내가 확인해보고 선물 줄께.."
"시시한거면 알아서해...노민우...니 수수께끼 때문에 학원 빠져먹고 엄마한테 죽다 살아났으니..."
태우가 엄포를 한다.
"알았어...걱정마...꼭...줄께...선.물"
민우는 의미를 알수없는 미소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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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국립과학수사원. 시체안치실.
최진철 경사와 중후한 노부부가 들어선다. 최경사는 시체가 있는 안치실 중앙으로 다가가 시체 커버를 열기전에 노부부에게 말을 한다.
"일단, 두 분 이건 어디까지나 신원 확인 입니다. 이 시체가 실종된 백상진씨라는 건 아니니까...."
"이 사람이...어서 그 커버나 열어보게...설마 내가 내 아들 얼굴도 못알아볼까..."
"그게....시체가 많이 부패되고 훼손이 되서...제 어머니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사모님은 나가계시는게...."
"자네는 나가 있지...내가 확인해 볼께.."
노신사가 부인을 문밖으로 인도하고 다시 돌아와 최경사에게 계속 진행하라는 손짓을 한다.
최경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담숨에 시체커버를 가슴팍까지 내린다.
"욱....."
노신사는 시체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럼 닫겠습니다...."
최경사가 커버를 닫으려 하자, 노신사가 한 팔로 그를 제지하며...시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오른쪽 팔을....팔을 좀 볼수 있겠나?"
"오른쪽 팔이요?"
"우리 아이....오른쪽 팔목에 문신이 있는데...."
"아 그렇습니까?"
최경사는 재빠르게 오른쪽 팔을 꺼내어 문신 여부를 확인한다.
"한번 보시죠...문신이...."
"휴...."
노신사는 눈을감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이 사람 우리 아들 아닐세...우리 아들은 오른쪽 팔목에 커다란 별표 문신이 있어요...휴..."
"아...네..."
최경사는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백상진 관련 서류에 '오른쪽 팔목 별표 문신 있음' 이라 적는다.

국립과학수사원 복도.
최진철 경사가 노부부와 인사를 하고 출문으로 인도해준다. 노부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휴대폰을 꺼내어 통화를 한다.
"네..선배님..최진철 입니다..."
"그래...신원 확인 마쳤나..."
"아...그게요...백상진이 아니라고 하네요...."
"뭐? 그 시체를 보고 어떻게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지?"
"그게...백상진 오른쪽 팔목에 커다랗게 별표 문신이 있답니다...저도 같이 확인했는데...문신은 없었습니다..."
".........젠장...."
최경사가 통화하며 걸어가는 와중에 뒤에서 과학수사원이 급하게 최경사를 부른다.
"형사님...! 형사님...!"
"아...선배님...이따 다시 전화 드릴께요..."
최경사는 전화를 끊고 수사원에게로 다가간다.
"네...무슨일 이십니까?"
"지금 저희 팀장님이 급하게 찾으셔서요...같이 좀 올라가시죠..."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자리에 앉아 펜대를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이틀전, 광남중학교 박물관안.
태우가 초상화 뒷편 메세지를 유심히 보고있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준식이 태우에게 다가간다.
"....이게 뭔 말이지?..."
"이 자식... 장난치고 있어...여기봐봐.."
태우가 손으로 가르친 곳엔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리고 알수없는 알파벳.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준식 한동안 바라보다
"노민우 일까?..."
태우에게 물어본다.
"그렇겠지...? 이 부분만 바래지지 않은걸 보니 최근에 적은거 같은데..."
"그럼 아까 먼저 찍혀있던 발자국이 민우?"
"모르지...그건 그렇고...여기 위에에 있는 문장은 뭐지? 우리 이름도 적혀있는데??."
태우가 가르친 윗 쪽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21302 강태우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20
  and you!!

다시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민우의 알수없는 메세지를 메모지에 적어본다.
"이게 뭔말이지?...젠장..."
태우는 짜증난듯,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의자를 뒤로 제끼고 나즈막히 읆조린다.
"콩그레츄에이션 하와유 파인 땡스 앤 유....참...나...유치한 중딩새끼...."

준식의 병원.
준식은 간호사와 함께 회진을 하고 있다.
"봉합은 잘되었네요...상처가 크게 남진 않겠습니다. 어디 불편한데 있으신가요?"
"선생님...식사는 언제부터 할 수 있죠?...배가 많이 고프네요..."
준식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환자에게 대답해 준다.
"하하..지금처럼 소독 잘하시고 주사도 잘 맞으시면 내일 점심부터 드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준식은 간호사를 보며
"이 환자분 환부 드레싱 좀 다시 해주고 NPO 내일 점심까지.."
"네..원장님"
준식은 병실을 나와 피곤한듯 어깨를 주무르며 원장실로 걸어간다.
"저기...원장님..."
원장실을 들어가기전 간호사가 준식을 부른다.
"어...김간..무슨일이예요?"
"저기...손님이 오셨는데..."
"누구..?"
"...경찰..이라고..하시는데..."
"경찰? 어디계시지?"
"지금 접견실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준식은 발길을 돌려 접견실로 향한다.
접견실 앞에서 내부를 확인하는 준식. 이진호 경감이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형사님...어떻게 여기까지..."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아이고...가운입으시니 더 멋지시네요...그냥 근처 지나가는 길에 여쭤볼게 있어서 들렸습니다..."
"앉으시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병원이 정말 멋지네요...젊은 나이에...대단하십니다...허허..."
"아이고..아닙니다..아버님께서 예전부터 운영하시다 얼마전에 은퇴하셨거든요...말만 원장이지...아직 멀었습니다..."
"아니요...이 분야에선 정말 유명하시던데요...미국에서 유명한 대학도 나오시고..."
준식 조금 놀란듯이
"형사님..제 뒷조사 하셨나봐요...민우 때문에?..."
"아...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전에도 말씀드렸듯이...이번사건 연결고리가 없어서요...부득이하게..."
"괜찮습니다..그게 형사님 일이신데요..뭘...이해해야죠...."
"아 예...수술 잘하시죠? 역시 외과 전문의시니..."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아니요...의사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외과라 하면..."
진호는 외과의사를 흉내내듯, 쓱쓱 써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 메스.. 썩션.. 이런거 아닌가요?"
준식 약간은 어이없다는듯
"뭐...그렇죠...그걸 물어보시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신건가요?.."
또다시 잠시 침묵.
진호가 정색하고 천천히 입을 연다.
"백상진씨라고 아시죠?"
순간, 준식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국립과학수사원.
최진철 경사가 수사원을 따라 성분분석실로 들어간다. 챠트를 훓어보던 성분분석팀장이 최진철 경사를 보고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자네가 그 도봉구 사체 담당 형사인가?"
"네...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입니다."
"그렇구만..."
팀장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히며 말을 계속 한다.
"그 사체 말이야...부검의 소견을 보고 뭔가 찜찜해서 심층 성분분석을 해보았는데..말이지.."
재떨이 뚜껑을 열어 재를 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 명이 아니더만..."
"네?,,,이해가 잘 안됩니다만..."
다시 재를 털며
"그러니깐, 머리와 몸통 한 명. 오른팔,왼팔,오른다리,왼다리 각 각 한 명씩...총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사체라고..."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이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진호에게 대답한다.
"....백상진 이라면......"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진호는 준식에게 양해를 구한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어...최형사..."
"선배님! 선배님! 이거 장난 아닙니다!"
최진철 경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준식에게까지 들릴정도이다. 진호는 준식에게 머쩍은듯 살짝 웃어보이고는 접견실을 나가 전화를 계속한다.
"대체 뭔데 그래? 천천히 좀 말해봐!"
"선배님...노민우인지..백상진인지 어쨌든 그 시체요...각기 다른 5명으로 이루어진 거래요...머리와 몸통...오른팔...왼팔..."
진호의 눈이 커진다.
"선배님...연쇄 살인이라구요! 아니 연쇄 토.막.살.인...!"
진호가 전화를 받고있는 사이, 준식은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태우의 사무실.
태우가 어떤 사람과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이때 태우에 핸드폰에 메세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아...죄송합니다..."
태우는 상대방에게 살짝 양해를 구한뒤, 핸드폰을 확인한다. 준식이다.
[태우. 도와줘. 경찰이 병원까지 찾아왔네. 아무래도 니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용의자인가봐..]
태우는 메세지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아 그러니깐...에....제가 어디까지 말씀드렸죠?"
"하하..역시 유망한 변호사여서 그러신지 많이 바쁘시네요...그보다..저...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예 그러시죠 나가셔서 오른쪽을 가시면 바로 화장실 입니다..천천히 다녀오시죠.."
마주앉아있던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태우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준식의 메시지를 다시한번 바라본다.
답장.
누른다.
화면에 새겨지는 태우의 메세지.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태우
[내가 말했지? 알리바이. 그것부터 생각해놔.]
진호가 최경사와 통화를 마치고 접견실로 들어와 다시 준식 앞에 앉는다.
"아...죄송합니다...후배형사인데...일이 좀 안풀리나봐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준식이 애써 웃어보인다.
"아까 하던 얘기 마저하자면, 김준식씨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이때 다시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준식은 눈을내려 메세지를 확인한다.
[아참. 그리고 곤란한 질문엔 변호사를 통해서 물어보라고 해.]
준식은 핸드폰을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천천히 입을 연다.
"제 변호사를 통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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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강력반을 들어오며 수사노트를 책상에 강하게 내려놓는다. 제법 큰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진호...뭔일이야? 잘 안풀려?"
유필한 반장이 자리에 일어나 진호에게 다가간다.
"아...반장님...김준식이...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변호사?"
"네...아마 지난번에 같이 저희서에 왔던 친구 같은데요...이름이..."
진호는 수사노트를 펼쳐 뒤적인다.
".....강태우...변호사...이 사람 역시 노민우, 백상진과 동창입니다..."
"젠장...역시 배우고 있는 놈들 건드리는게 제일 힘들어..."
"그러게요...그동안 상대해온 양아치들하고는 차원이 틀립니다..."
"좋아! 일단 이 건에 우리 강력반 목숨걸자...성재! 용호! 니들 오락실건 털고 다 여기에 붙어!"
"네..."
지시를 받은 두 형사가 짧게 대답한다. 유반장은 짧게 박수를 두번 치고 말을 잇는다.
"자..자.. 이거 윤곽 잡혔어...진호를 필두로 전체 지휘는 앞으로 내가 한다...5명 사체 얘기 다들 들었지?"
"네!"
"성재는 국과수에 백상진 DNA 검출 정식요청하고!"
"네!"
"용호는 최근 실종건중에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거 싹 다 훓어서 가져와!"
"네!"
"그리고 진호!"
"네! 너는 진철이하고 백상진과 김준식 관계 확실히 밟는다..."
"네!"
"다들 기자새끼들 냄새 맡지 않게 조심하고...확실해질때까지 이 건 절대 오픈 금지다! 알겠어?"
"네!"
도봉 강력반이 들썩인다.

 

준식의 병원.
준식은 사무실에 앉아 인터폰을 누른다.
"네.. 원장님.."
"김간...오후 진찰 전부 부원장으로 돌리고...연락오면 연결하지 말고 핸드폰으로 하라고 전달해 주세요..."
"네...원장님.."
준식은 책상달력을 한장 넘긴다. 8월달. 달력에는 일별로 스케쥴이 빼곡이 적혀있다. 8월 21,22,23일. 날짜에 맞춰 천천히 눈을돌리던 준식. 24일에 멈춰진다.
[24일. AM10시 재판 서울남부법원. 301]
유난히 단순한 스케쥴.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진호의 말이 떠오른다.
"백상진을 왜 갑자기..."
준식이 잠깐 생각에 잠길때쯤, 책상위에 핸드폰이 울린다. 태우.
준식은 바로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어..병원..."
"병원? 병원에 없다던데?"
"아...연결하지 말라고 했어..."
"에고...짜식...힘들지?..."
"머리 아프다...짜증나게 얽힌거 같아..."
"짜샤...이 몸이 도와줄께..,너무 걱정하지마라...그나저나 형사가 와서 뭐 물어보디?"
"백상진."
"백상진? "
"우리 병원 건물주..백상진 말이야."
"아..지금 내가 맡고 있는 소송건에 그 백상진?"
"어...뜬금없이 백상진 아냐고 물어보더라고...도저히 노민우랑 매칭이 안되는데…"
"혹시 그것 때문인가…”
"뭐가?...알고 있는거 있어?"
"내가 얘기 안했나?...그 백상진이 우리하고 중학교 동창이야…”
“정말?? 처음 듣는데??”
“니네 건물지분 소송 준비하면서 나도 우연히 알게됐어…”
“뭐야..이거…진짜 완전 얽히는 기분이야…”
“야..됐어…너무 신경쓰지마…니 베프이자 충실한 법정대리인인 이 몸이 있잖냐…”
“고맙다…안그래도 신경쓸게 많을텐데…”
“그나저나 형사한텐 뭐라고 대답했어?...”
"지금 소송중인 사람 이름이 갑자기 나오니깐 당황되더라고...그래서 니가 알려준데로 변호사 통해 말하라고 했지..."
"야..진짜 잘했어...일단...내가 짬나는데로 백상진 한번 알아볼께..."
"고맙다...태우...근데 앞으로 나 어떻게 해야되냐..."
"알리바이 자식아...몇 번말해...알리바이만 확실하면 경찰이던 검찰이던 들어갈 구멍이 없어요..."
"그래서 그 시체 사망추정일 전후로 스케쥴 보고 있는 중이다..."
"입증할 수 있는 스케쥴이지?"
"뭐....대충...24일 재판 보류된거 외에는..."
"아...건물주하고 재판일이 지난 24일 이였던가?..."
"어...근데 건물주가 법정에 안나왔잖아...그래서 재판은 보류되고..."
“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태우의 짧은 탄식.

 

다음날

어느 커다란 저택앞.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성재 경사가 대문 앞에 서있다. 옆에는 일행 한 사람. 등뒤에는 ‘과학수사대’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집 하나 더럽게 크네요…흐흐”
이경사가 수사원에게 감탄한듯 웃어보이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네. 누구세요?”
이경사는 품속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카메라 앞에 들이댄다.
“안녕하세요. 경찰서에서 나왔는데요..백상진씨댁 맞죠?”
“네..맞습니다만,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죠?”
“예..이 댁…백상진씨 실종 신고와 관련해서 조사할게 좀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만요…여쭤보겠습니다..”
인터폰이 끊기고, 침묵이 흐른다.
“하..이런 집들은 드라마 그대로네요..여쭤보긴 뭘 여쭤봐…흐흐”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들어오세요’ 라는 짧은 말과 함께 대문이 열린다.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진호 경감과 유필한 반장이 휴게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몸통, 팔, 다리 중 분명히 백상진의 DNA가 검출될 것입니다…”
“그렇겠지…하지만 DNA 대조까지 최소 1주는 걸릴텐데…광역수사대 애들 냄새 맡고 덤비기 전에 어떻게든 쇼부를 쳐야되…”
“그러게나 말입니다...”
유반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문득 생각난 듯
“그나저나…백상진, 김준식 관계 파악 좀 해봤어?”
“예 지금 진철이와 확인 중에 있는데…”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최진철 경사.
“어 진철..왜?”
“선배님 어디세요?”
“반장님하고 휴게실에 있어…”
“네. 거기로 갈께요…”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경사가 들어온다, 곧바로 진호 곁에 앉으면서 기분 좋은 듯 입을 연다.
“반장님, 선배님, 잘하면 김준식이 잡아들일 수 있겠는데요…”

 

태우의 사무실
출입문으로 준식이 들어온다. 자리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는 태우.
“왔냐?...짜식 그새 살이 좀 빠진거 같아…크”
“아..죽겠어…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는거냐고…”
준식이 자리에 앉으며 탄식한다.
“임마..니가 너무 편하게만 살아서 그래… 이런것도 겪고나면 벌거 아니니깐…너무 고민하지마…”
태우가 준식 맞은편으로 앉으면서, 담배를 꺼낸다.
“필래?”
“아니…됐어…”
태우 다시 품속에 담배를 넣고 잠깐 준식을 빤히 바라본다.
“준식아…”
“왜?”
“이번건 좀 철저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무슨건…건물문제? 아니면 상속관련? 어떤건?”
“휴…”
태우 한숨을 크게 한번 하고,
“,,,노민우 건 말이야…”
준식 몸서리를 치며 머리를 감싸쥔다.
“아..짜증나…준비하긴 뭘 준비해…니가 알리바이만 확실하게 해놓으라며? “
태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씨..나도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조금 그냥 아주 조금 꼬일 거 같아서…”
“뭐가 꼬여…? 더 꼬이면…나 진짜 돌아버린다…”
“이 자식아..흥분하지 말고 들어…니가 어제 말한 백상진이 있잖아… 니네 건물주…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레서?.."
“실종됐대….”
“뭐?”
“그것도 우리 재판날에…지난 24일....”

 

도봉경찰서 강력반 휴게실.
“뭔 말이야..잡아들일 수 있다니?”
진호가 흥분하며 진철을 다그친다.
“백상진이가 김준식 병원 건물주 이잖아요…”
“이런…그거 누가 몰라?”
유반장이 끼어든다.
“아 글쎄..좀 들어보세요..근데 그 건물 관계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더란 말씀이죠…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분관계가 꼬여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래서 지금 백상진과 김준식이 3년째 재판중 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10층짜리 건물을 사이에 두고요…이게 시가가 아마….”
 진호와 유반장이 서로를 쳐다본다.
“아..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백상진 실종접수가 들어온 그 날이 바로 김준식하고 최종 공판날 이였다고 합니다….”
진호와 유반장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태우의 사무실.
준식은 체념한듯 태우에게 되묻는다.
“그래서…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좀 더럽게 된 거 같아…너한테 백상진 아냐고 물어봤다며?”
“어제…병원에 와서…”
“아마도 그 사체랑 백상진이를 결부시키려나 보다…그리고 범인은 너고….”
태우가 미안한듯 하면서도 준식에게 생각을 묵묵히 전한다.
“하…웃기지도 않네…그래서…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변.호.사.님!..”
“그래서…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도봉경찰서 강력반.
유반장이 휴게실을 나오며 소리친다.
“야..다 모여봐!”
강력반 형사들이 유반장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든다.
“성재는?”
“예…성재..지금 DNA 채집하러 백상진 자택에 가있습니다…”
“좋아…”
유반장의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자….사건이 일사천리로 풀어진다…이 정도면 광역수사대 안거치고 바로 검찰로 넘길 수 있겠어…”
“……”
“진호와 진철이는 김준식 소환 준비해…절대 어설프게 부르지 말고 확실히 준비해... 변호사 새끼한테 말리면 뒤진다…알았어?”
“네!”
“용호는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 실종사건 검색 좀 해봤나?”
“네…근데 아직 뭐 이렇다 할만한 게 없습니다….”
“됐어…일단 그거 잠시 접고, 지금 당장 사체 부검의 소견서 다시 받아와…”
 “네!”
강력반이 다시 한번 들썩인다.

 

태우의 사무실.
준식이 숙이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태우를 바라본다.
"무슨생각?..."
태우는 안경을 한번 치켜쓰고 비장한듯 말을 한다.
"직접 잡자...."
"누구를?"
"누구긴 누구야...노민우 개똘아이 새끼지..."
"훗..."
준식이 어이없는 듯 웃는다.
"들어봐...지금 경찰이 뭐하고 있겠어?..."
"...."
"니 소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걸?...."
"근데?"
"소환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될거 아니야...꼬리는 보이는데...잡을 손이 없다고 할까?..."
"그게 뭔소리야?"
"백상진....그게 지금 경찰한텐 손이지..."
준식 가만히 태우의 말을 듣는다.
"아마도 지금 사체와 사라진 백상진 DNA를 대조하고 있을거야...."
"...."
"만약 DNA가 일치하면 어떻게 될까?...그때부턴 우리가 정말 불리해져..."
"왜....내가 안죽였는데..."
"말했지? 알리바이....너 백상진 사라진날 뭐했어?"
"....재판 보류되고 니랑 하루종일 집에서 게임했잖아..."
"그 전날은?"
"병원에 있다가...니네집에서 재판 준비하고...."
"니 지금 그 말 경찰이 믿어줄까?...사건 추정일에 용의자가 자기 변호사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믿어줄까? 경찰이?"
준식 눈을 질끈 감는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노민우 이 자식 정말 머리좋은 놈이야...너한테 왜그러는지 모르겠지만....손놓고 있다가는 당할거 같아..."
"그래서 직접 잡자고?..."
"DNA 검사가 들어갔다면 최소 1주일은 시간이 있어...한번 해봐야지..."
"위험하지 않을까? 진짜 민우가 범인이라면...니말대로 완전 사이코패스인데..."
태우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힌다. 한 모금 크게 들어마시고,
"후우...그래...직접 잡는다기보단 그 1주일내에 최대한 단서를 확보해서 경찰에 넘겨야지..."
준식 담배연기에 얼굴을 찡그린다.
"젠장....무슨단서? 우리가 무슨수로?"
"있어...가만보니 노민우 마치 우리랑 게임하자는거 같아.. 자기 잡아볼테면 잡아보라는 듯이..."
"....."
"수수께끼...."
"수수께끼?"
"왜 그 초상화 뒷편에 새겨놓은 이상한 말 있잖아..."
"....그게...그게 노민우 단서라고?"
"아마도..."
태우의 얼굴이 담배연기에 가려진다.

 

백상진 자택.
이경사가 과학수사원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수사원이 받아든건 전기면도기. 백상진의 것이다.
수사원은 전기면도기 뚜껑을 열어 투명 비닐팩에 수염가루를 턴다.
"충분하네요...."
수사원이 비닐팩을 잠그자 이경사가 기다렸다듯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요...검찰 쪽이라면 3일안에도 끝낼수 있는데...경찰서라...조금 밀릴것 같은데요...."
"...그래서 어느정도..."
"일단 긴급신청 해놓을께요...통과되면 한 5일에서 7일정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바랍니다...신경써주셔서 감사하구요..."
"아..예..."
두 사람은 백상진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출입문을 나선다.

 

태우의 사무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어느덧 해는 기울어져 사무실안으로 노을빛이 가득찬다.
"태우야...이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그러게...도저히 감이 안오네...."
"콩그레츄에이션.하와유...파인 숫자 16... 땡스..숫자 20...앤유..."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20
  and you!! 


"잠깐..."
준식이 적어놓은 메모지를 가만히 바라보다..

..
"이거 파인에 F와 땡스의 T만 대문자인데...? 이거 니가 적은거지?"
"어...내가 그 날 적어왔지..."
"이거 대문자도...그대로 적어온거야?"
태우 잠시 생각한다.
"아..씨...모르겠다....그대로 적는다고는 했는데...진짜로 거기만 대문자인지...아니면 내가 그냥 적은건지..."
"봐봐..오히려 대문자로 적어야 할 부문은 또 소문자로 적었다고...너가 제대로 적긴 적은거 같은데..."
태우 계속 생각하다가...
"모르겠어..."
"근데...이 말 아래에 이상한 알파벳 있지 않았어?"
"알파벳?"
"니가 최근에 적은거 같다고 했던거...색이 바래지지 않았다고..."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 말 말고 또 뭐가 있었다고?"
"아..분명 있엇어...그 밑에..."
"난 못본거 같은데...하긴 봤다면 그것도 적어왔겠지..."
준식이 태우를 한심한 듯 쳐다본다.
"그걸 왜 못봐....그렇게 얼굴을 쳐박고 있었으면서...."
"아씨...컴컴했잖아..! 그 박물관...! 그럼 눈 좋은 니가 적던가...!"
정적이 흐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어이없는 듯 웃는다.
"크크 우리 15년간 징하게도 싸운다....그치?"
"그러게나 말이다..크크"
한참을 말없이 웃다가 태우가 입을연다.
"다시 한번 가보자..우리 학교.."
준식 고개로 창밖을 가르키며
"해지는데..."
"멍충아..애들 없을때 가야지..이번엔 눈좋은 니가 적어...!"
태우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안에 랜턴을 집어 준식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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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태우 사무실 복도.
준식과 태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뒤에서 태우를 부르는 소리
“강태우 변호사님!”
태우가 준식과 얘기를 하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뒤를 쳐다본다. 태우의 비서이다. 태우에게 다가온다.
“어디가시나요?”
“어..바로 퇴근할거야..정윤씨도 시간되면 퇴근해…”
“아니…그게…”
“왜? 뭔 일 있나?”
“금일 오후 여덟시에 계약이 있어서요…”
“뭔 계약?”
“그 방산업체 김재형 사장 소송건이요…”
비서는 노트를 보며 또박또박 태우에게 일정을 전한다.
“아….그게 오늘 저녁 이었나?...”
“네…식당 잡아놓으시라고 하셔서 8시에 식당도 예약해놓았는데요…”
태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곤란한 듯 준식을 바라본다. 준식이 입을 연다.
“됐어..학교는 내일 가지 뭐…”
태우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냐..아냐..정윤씨! 일단 식당 취소하고 김사장님한테 사무실로 오시라고 해…일정 때문에 식사는 어려울거 같다고 말씀드리고…인감도장만 챙겨오시면 된다고 전해드려…”
“아..됐다니깐…일 봐…”
“야 임마….괜찮아…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야…”
준식은 미안한 듯 태우를 바라본다.
“그럼 어떻게 해? 기다릴까?..”
“아니야…학교 앞에서 10시쯤에 만나자…내가 일 끝나는데 바로 갈께…”
“그러지 뭐…”
준식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태우는 비서가 건네준 서류를 뒤적이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후 10시쯤
광남중학교 앞.
한 밤의 오래된 사립학교는 더욱 음산하다.

드문드문 켜져 있는 형광 가로등 불빛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멀리 자동차 한 대가 길목을 따라 천천히 진입하고 닫혀진 교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내 꺼지는 헤드라이트. 다시 주위는 어둠에 휩싸인다.
운전석에는 준식이 앉아있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키고 태우에게 받은 랜턴을 집어 한 번, 두 번 작동해본다.
“10시 10분….”
 시간을 확인한 준식은 지루한 듯 입술을 내민다.
“아..이 자식..왜 이렇게 안와…”
핸드폰을 집어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11분…5초…6초…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 작성.
[오고 있냐? 난 도착했다 교문앞.]
전송
준식은 음악을 틀고 시트를 뒤로 제낀다. 차가운 Acid Jazz가 자동차 내부에 울려퍼진다.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진짜 미안하다. 짜증나게 계약서를 꼼꼼히 보네. 좀 있음 출발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좀 만 기둘려]
메시지를 확인한 준식은 순간 얼굴이 찌그러진다.
“아..뭐야…”
준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답장.
[됐고, 내가 후딱 들어가서 적어 올테니깐 집으로 바로 와 니네집으로 갈께]
전송.
준식은 랜턴을 챙겨 차문을 열고 나온다.
“아..맞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대쉬보드를 열고 수첩과 볼펜을 챙긴다. 수첩을 열어 볼펜을 확인하는 준식.
“후우…그럼 가볼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단숨에 담을 넘어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빛한점 없는 어두운 운동장을 준식이 홀로 걸어간다.

계절 늦은 매미소리가 귓청에 맴돈다. 준식 렌턴을 비춰 학교 담벼락을 비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여섯번째 담벼락에서 그대로 빛을 학교쪽으로 향하게 한다
“저 화단 이군…”
준식은 랜턴 불빛을 따라 화단쪽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화단을 넘어 학교박물관 창문 앞에 선 준식,
랜턴을 비춰 안을 살펴본다.

오래된 건물, 교실을 개조한 듯한 오래된 박물관.

준식은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를 비춘다.

인자한 인상이 불빛에 일그러져 약간은 괴기스런 느낌이다.
“은근히..무섭네…태우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준식 잠시 서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비쳐본다. 빛에 방향에 맞춰 얼굴이 움직이듯 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섬뜩하다.
[스르르르르르르르…]
귓가를 울리는 매미소리 끊김이 없다. 시끄럽고 소리가 따갑다.
창문을 천천히 열어본다.
[끽끽…]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리.
[끽끼..파바박…]
준식은 얼굴을 찡그리며 빡빡해진 창문을 한번에 활짝 열어 제낀다.
“후우…빨리 끝내자..”
준식은 랜턴을 입에 물고 창틀을 넘어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쿵…끼긱…끼긱…]
준식이 내려앉자 박물관 마루바닥이 비명을 지른다.

랜턴을 다시 손으로 잡고 초상화를 비춘다. 여전히 웃고있다.

천장, 오른쪽벽, 왼쪽벽, 태극기, 이리저리 랜턴을 돌려본다.

여기는 학교박물관이라기 보다 비워놓은 교실 같다는 느낌.
“이래서 학교 괴담이 생기는 거군…”
준식은 대단한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불빛을 초상화로 고정시키고 천천히 걸어간다.
[끼긱…끼긱…끼긱…끼긱…]
발걸음에 맞춰 마루바닥은 아픈 강아지 마냥 낑낑댄다.. .
초상화 앞에 서서 랜턴을 입에 문다.

양 팔을 크게 벌려 초상화를 잡고 조심히 들어서 바닥에 놓는다.
벽면에 적혀있는 노민우의 수수께끼. 불빛을 비춰 확인해 본다.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준식은 지난번 태우가 적어오지 않은 알수없는 알파벳 조합을 수첩을 펼쳐 꼼꼼히 적는다.
 “이거…혹시…그건가?..”
준식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듯 적어놓은 문장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손가락 숫자를 여러차례 세어본다.
“일단 집에 가서 체크해봐야겠다…”
준식은 수첩을 닫고 불빛과 함께 시점을 위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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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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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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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you!!

 

“이건 태우가 제대로 적었네…F랑 T만 대문자 맞구나…”
바닥에 놓여진 초상화를 걸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잠깐..”
하고 불빛을 벽면에 다시 비춘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준식은 벽면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없어…”
태우의 이름이 없다.
순간 준식의 눈이 커진다.


태우 사무실 지하 주차장.
썰렁해진 주차장 통로를 태우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한 손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다.
블록에 유일하게 세워져있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

태우는 뒷자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는다.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
[재발신]
누른다.
“안받네…혼자 들어간건가?...”
태우는 걱정스런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안.
준식은 태우의 이름이 있었던 자리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분명 지난번엔 태우 이름도 있었는데…”

 

그 때.

 

[끼긱..]

 

어디선가 마루바닥 밟는 소리가 난다.
준식은 숨을 멈추고 눈동자만 움직여 본다.

 

[끼긱...]

 

다시 한번 같은 소리.
‘분명 복도는 시멘트 일텐데...’
박물관 내부만 예전 방식 그대로 마루바닥을 보존해 왔다는 생각이 준식의 머리로 순간 스쳐진다.
준식의 몸이 굳는다. 움직일 수 가 없다. 공포가 휘감는다.

 

[끼긱..끼긱..]

 

누군가가 준식의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듯 하다.
준식이 수그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끼긱끼긱끼긱다다다다다다...]

 

준식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준식이 입에 물고 있던 랜턴이 바로 등 뒤에 있는 누군가를 비춘다.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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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태우의 차안.
태우가 운전을 하면서 전화를 계속 시도한다.
초조한듯, 시계를 바라보는 태우.
[10시47분]
음성메시지함으로 넘어가자 휴대폰을 끊는다.

 

광남중학교 교문 앞.
차 안에 남겨진 준식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강태우.
계속 울리던 핸드폰은 이내 잠잠해진다.
[부재중 전화 21통]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준식의 핸드폰.
발신자 강태우.

 

다음날 아침.

 

도봉경찰서 강력반.
유필한 반장이 강력반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와 소리친다.
“이진호! 이진호! 아직 출근 안했어?”
커피를 마시면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던 형사들이 어리둥절 진호를 찾는다.
“분명 출근했는데…화장실 갔나봐요…”
“아이..새끼…빨리 찾아와!”
“네!”
성재가 대답하고 뛰쳐나가다가 갑자기 열리는 문에 부딪혀 넘어진다. 진호다.
“반장님! 반장님!”
넘어진 성재를 넘어 진호가 유반장에게 급하게 다가간다.
“야..이거 봤어?”
유반장은 들고 있던 신문을 펼쳐 진호에게 보여준다. 진호 손엔 같은 신문이 들려있다.

 

[서울 유명 중학교 교정에서 절단된 사체 발견]

 

“네…저도 화장실에서 지금 막 봤습니다.”
“이 새끼야..봤으면 빨리 가봐야지..뭐 하는거야…?”
“보고드리고 나갈려고…”
유반장 손을 들어 진호의 뒷통수를 때리려 하자, 진호는 바로 문 쪽으로 달려나가면서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진철… 빨리 따라와! 광남 중학교로 간다…!”

 

광남중학교 앞
진호와 진철이 탄 차가 교문 앞에 들어선다. 경찰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다.
어지럽게 주차되어 있는 경찰차들 사이로 떡 하니 교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대형 BMW가 눈에 띈다.
 “뭐야…저차…BMW면 저렇게 세워놔도 되는거야?”
차 세울때가 마땅치 않자, 진철이 짜증난듯 원망한다.
진호와 진철은 학교와 다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달려간다.
교문 앞에 오자, 몇 명 경찰이 아까 본 BMW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다.
“저 차도 현장인가 보네요…라인 두르는걸 보니…”
“그러게…”
진호는 차를 보며 걸어가다가,
“최형사. 지금 서에 연락 때려서 저 차 차량조회 좀 해봐..”
“네..”
진철은 바로 휴대폰을 든다,
“어..용호..진철인데…차량조회 하나만 빨리 해줘…..58 러시아 할 때 ‘러’ 45XX “
진호는 전화를 하고 있는 진철을 지나쳐서 교문 앞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이고 들어간다.
“선배님…!”
뒤에 진철이 급하게 따라온다.
“어…뭐래?”
“저 BMW 차주가 김준식 인 거 같은데요..,,,”
“뭐라고? 정말이야? 근데 같은데요? 는 뭔말이야..”
“저게…법인차량 이랍니다.”
“법인? 어디 법인?”
“김준식 성형외과…”
“하…젠장…그럼 김준식이 꺼잖아...큰일인걸...”
“왜요?”
“….이 사건 말야... 광역수사대에 뺐길거같아… 김준식 차까지 현장에 있으니…”
“그렇겠네요…아쉽습니다...거의 다 왔는데…”  
“후….일단 가보자…”
두 사람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화단 쪽으로 걸어간다.

 

도봉경찰서 강력반.
“반장님!”
문용호 형사가 유반장을 부른다. 아침부터 계속 신문을 보고 있던 유반장이 고개를 든다.
“왜”
“저기 지금 최형사가 현장에서 차량조회 요청 들어왔는데요..”
“그래서?”
“조회해 보니깐 김준식 성형외과 차네요…”
“뭐! 진짜?”
유반장은 문형사에게 다가가 모니터를 직접 확인한다.
“아..진짜네…”
“아무렴 제가 반장님께 거짓말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게 어디있다는 건데?”
“광남중학교 앞에 방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방치?”
“폴리스라인까지 쳤다고 하는데…이미 광역에서 냄새 맡은 거 같은데요…”
“아…젠장…올해는 진급 좀 하나 했더니만….”
유반장의 얼굴이 찌그러진다.
“반장님!”
이성재 경사가 부른다.
“너는 또 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김준식 관련해서 강남서 수사 협조 공문 들어와 있는데요…”
“하…참…젠장..이젠 온 동네 날파리들이 다 붙는구만…”
유반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근데 반장님…이거 좀 이상한데요?...”

 

광남중학교 화단 앞.
진호가 지시 중인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안녕하십니까?...”
진호는 살짝 그의 신분증을 쳐다본다.
[서울 경찰철 광역수사대 심학주]
진호의 표정이 살짝 구겨진다.
현장을 지휘하던 사람이 진호를 바라본다.
“누구신지…”
“예…도봉경찰서 강력반에 이진호 라고 합니다..”
“도봉 경찰서? 도봉서에서 어인일로… ”
“예…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 도봉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 해서 혹시 수사에 도움이 되실까해서 와봤습니다..”
“아 그래요?”
심학주는 근처 동료 형사를 부른다.
“이봐~ 최근에 도봉구에서 살인사건 있었나?..”  
“도봉구 살인사건이요? 글쎄요... 확인해 봐야 되겠는데요?..”
“본부에 전화해서 확인 해봐..”
“네!”
학주는 진호를 보고 미안한듯
“못믿는게 아니라…아시죠? 큰 사건엔 워낙 파리떼처럼 붙는 쪽이 많아서…”
“예….고생이 많으십니다.”
기분이 나빠졌지만, 그래도 진호는 살짝 웃어보인다.
“그건 그렇고, 도봉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 쪽도 토막살인 입니까?”
학주의 질문이 예리하다.
진호는 약간 뜸을 들이다가,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그럼 엄청난 건인데…왜 광역에 맡기시지 않고…”
“아..그게..저희도…최근에 부검의 소견보고 알게 되어서요…”
“토막에 부검의 소견이 뭐가 필요합니까?”
“아…그게…”
“심 형사님!”
뒤에서 학주를 부르는 소리. 아까 본부확인 지시를 받은 형사이다. 학주가 돌아본다.
“도봉구에서 신원불명 시체 한 구 발견이라는 기록 있습니다. 이번달 10일…”
“그래?”
학주는 다시 진호를 바라보고 살짝 미소를 띤다.
“어치피 광역에 넘어온 거 그냥 공개하시죠....범인 잡아야죠….”
진호는 잠시 당황하다가
“예…물론 도와드려야죠… 모든 자료 오픈 약속드립니다…근데 그 이전에…저도 9년차 형사로서 제가 맡은 사건에 대한 오기가 있거든요…이 현장 한번 확인 하게 해주십시요..”
학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살짝 웃으면서,
“네…좋습니다…이진호 형사님…대한민국 형사가 사건 현장 확인하겠다는데 허락이 뭐가 필요합니까..들어가서 확인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십시요..”
학주가 동료형사를 불러 진호를 소개시켜 주고 현장 안내를 부탁한다.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진호와 진철이 안내를 받고 폴리스 라인을 넘는다.
“저기 표시해 놓은 곳이 사체 발견 장소 입니다…”
바닥에는 팔을 벌리고 누워있는 사람 모양의 흰색 마커가 칠해져 있다. 그 옆엔 이재춘 선생의 커다란 초상화가 어지럽게 눕혀져 있다.
“마커가 온전한 사람 모양이네요? 절단 사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진철이 광역수사대 형사에게 묻는다.
“절단된 후 다시 봉합된 형태 였습니다. 좀 특이한 케이스죠..”
진철이 살짝 놀라며, 진호를 바라본다. 진호는 아무렇지 않은듯,
“그렇군요…사체는 이미 이송되었나 보군요..?"
라고 질문한다.
"네...방금 전 국과수에서 확보해 갔습니다..."
"국과수 현장검증이 벌써 끝났나요?..."
"예...일단은 마무리 지은거 같네요..."
진호는 박물관 안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주위를 꼼꼼히 살펴본다.
"국과수 검증이 의외로 일찍 끝났네요...."
혼잣말 하듯 말을하다, 노민우의 수수께끼가 적혀진 벽 앞에 멈춰선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준식의 이름이 적혀있다.
진호는 애써 태연한척
"여기 이 낙서들은 뭐죠?"
"글쎄요...학생들이 낙서한거 같긴 한데...아직 저희도 수사 초기라..뭐라 설명드릴 수가 없네요...."
진호가 노민우의 수수께끼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을때, 진철이 진호에게 다가와 살짝 옆구리를 찌른다.
진호가 쳐다보자 진철은 눈동자로 어딘가를 표시한다.
"아..형사님 혹시...사체 사진 좀 볼 수 있을까요? 저희 쪽 사체랑 비교 좀 해보게요..."
갑자기 진철이 광역수사대 형사에게 말을 건다.
"네...그러시죠...디카가...어디있더라....일단 따라오시죠..."
광역수사대 수사원이 등을 돌리자, 진철은 모서리 구석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진호는 진철이 가르키는 곳을 흘낏 쳐다본다.
학교 트로피 장식장 밑에 책 같은 것이 살짝 나와있다.
진호는 그곳으로 가서 신발을 묶는척 앉은 다음, 재빠르게 물건을 주머니 속에 넣는다.
광역수사대 형사가 이상한 듯 뒤돌아 본다.
진호는 신발을 열심히 풀렀다가 다시 묶는다.
"저기 이진호 형사님...같이 나가시는게..."
광역수사대 형사가 곤란한듯 진호에게 말을 한다.
"예...가시죠..."

 

도봉경찰서 강력반.
"뭐가 이상한데?..."
유반장이 성재에게 다가간다.
"이것 좀 보세요...강남서에서 보낸 김준식 수사 협조 공문이..."
유반장은 성재뒤에 서서 허리를 숙여 쳐다본다.
"실종 수사인데요..."
"실종 수사?"
"네...보세요...9월 21일 접수된 김준식 성형외과 원장 김준식 실종사건과 관련하여 귀 서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성재가 공문을 또박또박 읽는다.
"이거...신고자가 누구야...?"
"신고자가...."
성재는 마우스 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강...태우 라는 사람인데요....."

 

다시 광남중학교 박물관 앞 복도
"여기 한번 보시죠...오른쪽 키 누르면 넘어갑니다..."
광역수사대 형사가 진철에게 액정이 제법 큰 디카를 넘겨준다.
진철과 진호는 얼굴을 맞대고 액정을 바라본다.
진철은 오른쪽키를 계속 눌러 넘기다가 갑자기 멈춘다.
"선배님...."
진철은 작은 소리로 진호를 부른다. 진호는 액정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액정에 떠있는 사진은 사체의 오른쪽팔을 찍은 사진.

 

커다란 별표 문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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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도봉경찰서 강력반.
유반장이 진호의 전화를 받는다.
“뭐? 그게 사실이야?....알았어…일단 빨리 복귀해…”
유반장이 전화를 끊고, 형사들을 불러모은다.
“지금 광남중학교에서 고대하던 백상진 사체가 발견됐다…우리가 정보오픈 하지 않는 이상, 광역에서 알아내기까지 수일이 걸리거야…그 전에 우리가 김준식이 먼저 잡아들여서 검찰에 넘기면 게임 끝이다…다들 마지막까지 입단속 잘하고, 지금부터 전원 김준식 소재 파악 들어간다…알았지?...
“네!”
“자..빨리 움직여!”
도봉경찰서가 분주해진다.   
 
광남중학교 인근 거리.
진호와 진철이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선배님…아직 우리가 조금 앞서 있는거죠?...”
“조금 뿐이겠어? 광역수사대는 오늘부터 수사 시작했어…”
“근데…수사자료 공개요청 들어오겠죠?...”
“그렇겠지…하지만…김준식…백상진…두 가지만 빼고 주면 상관없어…”
“아이씨…문제되기 전에 잡아들어야 하는데…”
“누구? 김준식?”
“네…김준식 저희가 잡아야죠…”
진철이가 차문을 열며 대답한다. 진호는 조수석에 타면서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근데…좀 이상해…”
“뭐가요?”
진철이가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빼면서 되묻는다.
“김준식이….지금 강남서에 실종접수 됐데....”
“네 정말요?...아놔...이 새끼 토낀거 아니예요?..”
“....토낀거 치곤 너무 어설퍼…”
“왜요?”
“잘 생각해봐…김준식은 백상진을 살해하고 토막내어 다른 사체랑 섞어버렸단 말이지… 사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말이야…”
진철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준식이가 의사니깐 가능한 일이죠…”
“근데 왜…백상진을 알아볼 수 있는 시체를 이제와서 유기했을까…그것도 자신의 모교에 말야…”
진철은 묵묵히 운전을 하며 대답한다.
“그거야…김준식은 백상진 오른쪽팔 문신을 몰랐을 수도 있고…또….”
“그래..그건 그렇다고 치자…근데 지금까지 그렇게 치밀했던 김준식이 이번에는 현장에 자신의 흔적을 세가지나 남겼어…”
“…세가지나요? 하나는 자동차…하나는 그 박물관 안에 이름… 또 하나는 뭐죠?...”
진호는 대답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 진철 앞에 흔든다. 박물관에서 몰래 가져온 물건이다. 진철은 잠깐 고개를 돌려 진호가 꺼낸 수첩을 바라본다.
[김준식 성형외과]

라고 수첩 커버에 인쇄되어 있다.
 
태우의 사무실.
태우가 소파에 앉아 맞은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맞은편 사람 가슴엔 광역수사대 마크가 붙어있다.

“김준식씨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
“어제 저녁 여섯시쯤 제 사무실에서 헤어졌습니다…”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휴우…”
태우는 긴 한숨을 내뱉고,
“밤 10시에 광남중학교 앞에서 저랑 만나기로 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렇군요…그래서 열시에 거기서 만나셨나요?”
“아니요…제가 일이 좀 늦게 끝나서 한 시간 정도 늦게 갔습니다… 그리고 형사님..오늘 오전 내내 같은 내용 강남경찰서에서 진술했습니다…“
광역수사대 형사는 안경을 치켜쓰며 태우를 노려본다,
“강태우씨는…신문도 안보시나봐요?”
“?”
“강태우씨가 말씀하시는 그 광남중학교에서 절단 사체가 발견되었단 말입니다..”
“네?? 뭐라고요??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태우가 기겁한다.
“그리고 그 광남중학교에서 김준식씨가 실종되었구요.”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시간부터 강태우씨는 중요한 사건 목격자이자, 유력한 용의자도 될 수 있습니다.”
“….”
형사의 말이 태우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돈다.
"혹...혹시...발견된 시체가 준식이는 아니죠?"
태우의 눈동자가 떨린다.
"김준식씨를 어제 봤다고 하셨죠?"
"네..."
"그럼 일단 안심하셔도 됩니다...사체는 최소 한 달이상 부패된 듯 보였으니까요..."
"후...."
태우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자...다시 하겠습니다. 강태우씨가 광남중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몇시입니까?..."
"후...아마도 한 열한시쯤 이였을겁니다...."
 
하루전
밤 11시 쯤.
 
광남중학교 교문쪽으로 태우의 스포츠카가 빠른속도로 진입한다.
[끼익...]
태우는 교문 앞에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는 준식의 차를 바라본다.
"아...새끼...진짜 혼자 들어갔네...전화도 안받고..."
태우는 차에서 내려 준식의 차로 다가가서 내부를 랜턴으로 비춘다.
조수석 시트위에 준식의 핸드폰이 깜빡거리고 있다.
[부재중 전화 22통]
태우는 교문으로 다가가 학교안을 랜턴으로 이곳저곳 비춰본다.
"그거 적어오는데...왜 이렇게 오래걸리는거야...."
조금은 불길한 생각이 드는 태우.
바로 학교 담벼락 앞으로가서 약간 망설이다가 훌쩍 넘어 들어간다.
 
다시 태우 사무실.
"왜 두 분은 늦은 밤에 학교 안으로 들어간겁니까?..."
광역수사대 형사가 태우에게 질문한다.
"...그게...제가 준식이 친구이자 개인 변호사 입니다. 요즘 준식이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서...."
"살인사건 이요?"
"네...한달전쯤 실종된 백상진씨 살해용의자로 몰린 상황이라..."
"다시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백..."
"백.상.진 이요...저와 준식이 그리고 백상진도 전부 같은 광남중학교 출신입니다."
형사가 태우의 말을 받아적으면서 다시 묻는다.
"그래서 왜 광남중학교를 가셨냐구요...."
"혐의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으러 간겁니다....학교 박물관 안에 오랜된 낙서가 하나 있거든요...그게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간겁니다."
형사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말씀해 보시죠..."
 
다시 하루전 광남중학교
태우가 어두운 운동장을 가로질러 화단 앞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준식아~.....김준식~..."
태우의 외침이 울림이 되어 돌아온다.
태우는 화단을 넘어 창문 앞에서서 박물관 안을 랜턴으로 이곳 저곳 비춘다. 아무도 없다.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가 쓸쓸하게 걸려있다.
"아..이 자식 진짜 어디 간거야...미치겠네..."
불길한 생각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져간다.

다시 태우 사무실.
"그렇게...한 이십분 정도 계속 찾다가 학교를 나오자마자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실종 접수시간이...."
형사가 서류를 뒤적인다.
"밤 11시 31분 이네요..."
"아마..그때쯤...맞을겁니다.."
"그렇군요...그런데 그 단서라는 거 찾으셨습니까?..."
태우는 혼이 빠진 사람처럼 땅을 쳐다보며 말을한다.
"아니요...준식이도 안보이고...걱정되고....무..무서워서...생각조차 못했습니다....형사님...."
"....."
"...형사님...형사님..."
"네?"
"제...제 친구 좀 꼭....꼭 찾아주십시요...부..부탁드립니다..."
태우가 형사의 팔을 잡고 떨고 있다.
 
다음날.
김준식 실종 3일째
 
도봉경찰서 강력반.
진호가 자리에 앉아 준식의 수첩을 책상에 튕기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진철이가 의자를 끌며 진호 곁으로 다가온다.
"선배님..."
"...어...왜?..."
진호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김준식 이거...완전히 자취를 감췼는데요...반장님, 성재선배, 용호, 신삥 기철이까지 다 붙었는데도 단서 하나 못잡고 있네요...저희도 나가서 뛰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
진호는 말이 없다.
"아...선배님...무슨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광역수사대에서 자료요청 들어온거 있어?"
"아니요...이상하게도 아직 아무런 요청이 없네요...."
"그렇군...."
진호는 계속 수첩을 튕기다가 표지를 열어 메모가 되어 있는 부분을 펼친다.
"진철.."
"네...?"
"이것 좀 봐봐..."
진철이 다가와 수첩에 적혀진 메모를 바라본다.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뭡니까? 이게?..."
"기억안나?..."
"글쎄요...."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벽에 적혀있던 거야...김준식이 이름 밑에..."
"아....그 낙서 같은 거요?"
진호는 손가락으로 수수께끼 문장을 계속 두드린다.
"...이걸 적으러 갔던건가? 그 야밤에..."
"네? 설마요...시체 유기하러 갔겟죠...그리고 누군가한테 들켜서...급하게 잠적한거 아닐까요...."
진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야...왜 시체를 학교에다 버려...아니야...아니야..."
진호는 문장을 가르치던 손가락을 페이지 하단부로 옮긴다. 그곳에는
 
[caesar code!]
 
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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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도봉 경찰서 강력반.
“케..사르 코드? 이게 뭔 말이예요?”
진철이가 진호가 가르킨 부분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나도 몰라…”
진철이가 진호를 황당한듯 쳐다본다.
“진철…그 예전에 김준식 진술서 있지? 그것 좀 가져와봐…”
“네…”
진철은 자기 책상으로 다가가서, 서류를 뒤져 진호에게 가져온다. 진호는 서류를 받아 수첩 옆에 놓는다.
진호는 잠시 진술서와 수첩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역시…”
“뭐가요?...”
“봐봐…수첩에 쓴 글씨체와 진술서 글씨체.. 이건 김준식이 쓴 게 확실해…”
진호가 가르킨 부분은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의 ‘는’이라는 한글과 알수없는 숫자들.
“ ‘는’ 이라는 글씨를 흘겨쓴 거나,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필체가 같아…”
“그렇네요…”
진철이가 옆에서 진호에 말에 수긍한다.
“김준식이 정말 이 문장을 보러 간거라면….”
진호가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쥔다.
“정말 실종일까요? 김준식이…?”
“모르지…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어…실종처럼 보이게 단서를 흘린거 일 수 도 있고…어쨌든 아직 용의자는 김준식이야…”
“김준식이 누군가에게 납치 된 거라면, 이 문장…큰 단서가 되겠네요..선배님…”
진호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진철을 바라본다.
“진철아…니 동기 중에 사이버 수사대 디코드팀에 있는 애 있지? 지난번에 룸싸롱 비밀장부 해킹 도와준애 말야...”
“아…명진이요?...”
“명진인지..병진인지..암튼 걔….지금 이 문장 팩스로 보내서 … 디코드(복호) 좀 해달라고 부탁해봐…”
진철이는 진호가 건내준 수첩을 받아든다.
“디코드요?....이게…암호 일까요?...”
“써있잖아….”
“?”
“케사르 코드…라고…”

같은 시간,
준식의 병원.
유반장과 성재가 접견실에 앉아 준식의 비서 간호사인 김순희를 심문하고 있다.
“김순희씨…21일 이후 김준식씨를 본 적이 있습니까?...”
유반장이 묻는다.
“아니요…21일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시고, 다음날 출근을 안하셔서 전화드렸는데 전화기도 꺼져있고…”
김간호사는 당황했는지, 말에 두서가 없다.
“좋습니다….그럼 21일에 김준식씨가 평소와 틀린점이 있었나요…?”
“글쎄요…최근에 평소보다 많이 피곤해 하셨어요…전화가 와도 연결하지 말라고 하시고요…”
“혹시 그 이유를 아시나요?”
김간호사는 잠깐 생각하다가,
“최근에 재판도 계속 있으셨고,,,경찰도 한 번 병원에 찾아왔었구요…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아…그리고 골치가 많이 아프셨는지 아스피린을 자꾸 찾으셨어요…”
“아스피린…”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잡아볼까 해서 성재가 김간호사의 꼼꼼히 말을 받아 적는다.
유반장은 계속해서 묻는다.
“김준식씨가 최근처럼 행동했던 적이 또 있나요?...”
“제가 봐온 원장님은 언제나 깔끔하시고 한결같으시거든요…여간호사들한테도 정말 잘해주시고,,,,”
“그래서..최근처럼 피곤해 하고 골치 아파 한적이 없습니까?”
김간호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다가
“예전에 건물 문제하고 그 상속문제로 한참 시끄러울 때도 요즘처럼 힘들어 하셨어요…”
“상속이요?....”
“네…자세히는 모르지만, 원장님 아버님 재산 상속과 관련해서 약간 시끄러웠거든요…"
"그렇군요..."
유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재에게 적어두라는 사인을 보낸다.
"그럼...그때도 지금처럼 잠적하고 그랬나요?...."
"잠적이요?....에이 그러실 분이 아니예요...얼마나 철저하시고 책임감이 강하신데요...그때는...."
김간호사가 뜸을 들이자, 성재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물어본다.
"그때는...어쨌는데요....?"
"그때는....담당환자 진료를 다 마치시고, 휴가를 내셨어요...한 3일 정도..."
"휴가요?...휴가를 내고 어디를 간다 얘기 하던가요?..."
"네...종종 휴가를 내시고 대관령 별장을 가시거든요...그때도 아마 대관령에 있는 가족 별장으로 가신다고 하셨어요...머리 좀 식히고 오신다고..."
"대관령 목장이라..."
성재는 김간호사의 말을 받아적고, 대관령 별장이란 말에 동그라미를 친다.
 

같은 시간,
태우의 사무실.
태우가 자리에 앉아 노민우의 암호를 여러차례 적어본다.
“이 자식…무슨 말을 적어놓은거야…

congratulation
         how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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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anks
         20
  and you!!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태우는 펜대를 책상에 튕기며 하염없이 수수께끼 문장을 바라보다 눈길을 돌려 책상 위 달력을 쳐다본다.

[ 9월26일. 준식이 최종 공판, 오전 9시 서울중앙법원 502.]

중요한 일정인듯 굵은 글씨체에 별표까지 쳐져 있다.
“공판이…내일 모레 인데….”
태우가 나지막이 읆조린다.

같은 시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남중 사건본부.
“광남중학교 인근 전 구역 CCTV 확보했나?..”
심학주 형사가 본부를 들어오며 소리친다.
“네…일단…전부 확보했구요…지금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좀 어때?..잡히는거 있어?...”
“일단 여기 좀 보시죠..선배님…”
동료형사인 송호영 형사에게로 학주가 다가간다.
송형사는 CCTV화면을 조그셔틀로 돌려가며 설명한다.
“이게 광남중 교문 가는 길목에 있는 주차위반 카메라가 잡은 화면 입니다.”
“교문까지는 안잡히는군…”
학주가 아쉬운든 혀를 찬다.
“네…교문까지는 안집히지만…광남중으로 진입할 수 있는 차도는 이 도로 뿐입니다…”
“그래?...계속해봐…”
“네..우선 오후 9시 30분 입니다. 스타렉스 한 대가 광남중 쪽으로 진입합니다.”
송형사가 진입 모습을 확대하여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오후 10시 9분 실종된 김준식씨의 BMW가 진입합니다…”
“강태우 진술하고 어느정도 일치하는군…그래서 앞서 들어간 스타렉스는 언제 빠져 나가지?”
“보시죠…10시 52분 쯤에 빠져나갑니다…”
“…..”
학주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11시 3분. 강태우의 머스탱이 진입합니다…”
“강태우 차는 언제 빠지나?”
“네…여기 보시면….
송형사가 화면을 빠르게 돌린다.
“11시 35분쯤에 빠집니다..”
“그 이후 시간은…?”
“네…특별히 광남중으로 진입하는 차량은 없습니다…”
“총 3대란 말이지…그럼 사건 추정시간은 대략 9시 30분에서 11시 30분까지 두사간 정도이군…”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세 대중 두 대는 신원이 확보 됐고…나머지 한 대....저 스타렉스는 조회 해보았나?”
“조회는 해보았는데요…역시…대포차량 입니다…조회가 안되요…”
“그래?...가장 찜찜한 놈이군…그건 그렇고…강태우쪽 CCTV는?”
“네..역시 확보해서 확인 해보았습니다…”
송형사가 테이프를 바꿔서 재생 시킨다.
“우선 강태우 사무실 복도 CCTV 입니다. 오후 6시 3분 강태우와 김준식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직원이 다가오고 김준식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이것도…강태우 진술 대로 구만…”
송형사는 조그셔틀을 계속 돌리면서,
“이후 여직원, 강태우의 손님이 나갑니다…"
송형사는 화면을 다시 돌린다.
"그리고 강태우가 빠져나갑니다….이때 시간이 10시 34분..”
화면에는 태우가 전화를 하면서 급하게 달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게 강태우 사무실 주차장 CCTV인데요…”
송형사는 테이프를 빠르게 바꿔 끼면서
“강태우가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와 머스탱을 몰고 빠져나갑니다…”
학주는 화면을 묵묵히 바라보다 입을 연다.
“강태우…진술이 맞는군…사건 추정시간 알리바이가 확실해…”
“그렇습니다…그럼 강태우 쪽 수사는 이 쯤에서 접을까요?...용의자 보단 목격자 쪽으로….”
“아니야…그래도 강태우 쪽으로 붙힌 애들은 계속 진행하라고 해…”
학주는 CCTV 화면을 계속 유심히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송형사…아까 그 스타렉스 빠져나가는 화면 좀 다시 틀어봐…”
“네…”
송형사는 다시 테이프를 바꿔 끼고 이리저리 화면을 찾는다.
“여기입니다…”
화면에는 스타렉스가 카메라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차가 카메라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스톱…”
학주가 직접 화면을 멈춘다. 그리고 운전석 쪽으로 화면을 확대한다. 2배…5배…8배…서서히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윤곽이 잡힌다.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있는게 보인다.
“이 자식…얼굴을 가렸네요…몽타주도 힘들겠는데요….”
송형사가 아쉬워 한다.
“그보다….”
“?”
“이 자식 손 좀 봐봐…”
“손이요?...”
송형사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한다.
화면에 잡힌 남자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 한 손은 카메라 쪽으로 보란듯이 승리의 V 표시를 하고 있다.
“뭡니까…이 자식….”
학주가 화면을 천천히 재생 시킨다.
화면 속 남자는 V 를 하던 손을 거둬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를 다 벗은 남자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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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김준식 실종 4일째
9월 25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원 성분분석팀 사무실.
학주가 문을 열고 들어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여어~ 광수사..학생주임…빨리 오셨구만…”
“아…형님…언제적 별명을 아직도 부르십니까?,,,”
학주가 멋쩍게 웃은 뒤 악수를 청하고 자리에 앉는다.
마주앉은 사람은 지난번 진철이를 불러 사체의 특이점을 설명해준 분석팀장 이다
“학주..보내준 선물은 잘받았어…기가 막히두만…”
“그렇죠? 사체를 토막내서 다시 붙히는 사이코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니…저도 기가 막히네요…”
“이거 무슨 야바위 하는 것도 아니고…”
분석팀장은 여지없이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붙히면서 말을한다.
“야바위요? 무슨말씀이신지?...”
“후우….뭐야…다 알고 온 거 아니야?....”
“뭘요?...”
분석팀장은 기가막힌 듯 웃으면서
“하…대한민국 FBI라는 광역수사대가 이젠 옛말이 되어버렸군…”
“아…형님…형님 답지 않게..꼬아서 말씀하십니까…그냥 말씀해 주시죠…”
“후우…도봉구 사체 확인했어?”
“아….도봉구 사체요?,,,현장 분석하느라…아직 확인 못해봤네요…”
“그럼..도봉서에서도 자발적으로 털지 않았구만…”
“?”
“동일범이야…”
“네?”
“동일범이라고…사체를 토막내서 다시 봉합한게…동일범 소행이라고..”
학주는 이틀 전 진호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건 그렇고, 도봉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 쪽도 토막살인 입니까?]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도봉서 이 새끼들…”
“흥분하지말고, 이거부터 봐봐…이게…도봉서 사체 검증결과야..”
학주는 분석팀장이 건네준 리포트를 받아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놀란듯이 입을 벌리면서 되묻는다.
“형님…이거…사실이예요?...”
“맞아…정말 엽기적인 살인이야…시체가 전부 5명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학주는 말을 잇지 못한다. 초 강력 범죄만 14년간 맡아온 광역수사대 형사이지만, 일전에 한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케이스다.
“그리고 이거…”
분석팀장이 학주에게 서류하나를 더 건넨다.
“이거 때문에 오라고 한거야…겸사겸사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학주는 대답도 않고 다시 받아든 서류를 살펴본다.
“형님…이것도 같은 방식이네요…혹시 광남중 사체입니까?...”
“맞아…광남중 사체야… 도봉구 사체와 동일한 DNA 구성이야…즉 사망된 5명이 같다는거지…”
“….섞은거네요…”
“그렇지….그래서 내가 야바위라고 한거야…”
학주는 눈을 질끈감고 한 숨을 쉬며 말한다.
“휴우…형님…어떡하죠…?...한 명도 어려운데…5명을 어떻게 신원파악 한답니까…”
분석팀장은 괴로워 하는 학주를 빤히 바라보다 담배연기를 학주에게 뿜으며 말을 한다.
“후우…도봉서 털어….”
“네?”
“내 추측인데…도봉서는 어느정도 윤곽 잡았어…”
“당연히 털어야죠…도봉서도 수사자료 오픈 한다고 했습니다..”
“학생주임…이게 내 마지막 선물이다…”

분석팀장이 또 한 건의 서류를 학주에게 들이민다. 학주는 서류를 받아들고 꼼꼼히 살펴본다.
“이게 뭐예요?...백…상진..DNA 분석결과?...”
“얼마 전 도봉서에서 DNA 분석요청 들어온거지…거기 적혀있는 백상진이가….”
“…..”
“그 다.섯.명.중 하나야…”

광남중학교.
하교시간 인듯,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온다.
진호와 진철이 학생들 틈바구니 속에서 힘겹게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순경이 둘을 제지한다.
“무슨일 이십니까…?”
진호는 신분증을 꺼내 순경에게 보여주자 순경은 바로 경례를 한다.
“충성…”
“수고가 많아…”
진호와 진철이 들어가려 하자 순경이 다시 잡는다.
“아…형사님…그게..광역수사대만 들여보내라는 지시가 있어서요…”
 진호가 순경을 빤히 쳐다본다.
“뭐야..이자식이..광역수사대만 경찰이야? 지금 뭐하자는 거야!...”
진호의 호통에 순경이 당황한다.
“죄…죄송합니다…제가 지시를 그렇게 받아서…”
“누구 지시야? 심학주 인가?...”
순경이 심학주란 이름을 듣자 어쩔줄 몰라 한다.
“내가 학주한테 얘기해 놓을테니깐, 걱정말고 일봐…”
진호는 순경의 어꺠를 두 번 두드리고 당당하게 교문안으로 들어선다. 진철이도 따라하듯 순경의 어깨를 토닥이고 진호를 따라간다.
“크크 선배님…어쩌실려구요?...”
“아..몰라 될대로 되라 그래…기분나쁘잖아…광역만 수사하라는 법 있어?...”
“하하..제가 이래서 선배님을 따를 수밖에 없다니까요…”
진호와 진철이가 나란히 교무실 쪽으로 향한다.

광남중학교. 교무실안.

진호와 진철이 들어선다.
"실례합니다..."
교무실에 교사들이 일제히 진호와 진철을 바라본다. 한 남자 교사 꾸벅 인사를 하고 다가온다.
"무슨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진호는 신분증을 보이며,
"경찰입니다. 최근 이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남자 교사는 순간 얼굴을 찡그린다. '또 경찰이야...' 라는 표정이다.
"아....예....이리로 앉으시죠..."
남자교사가 회의 탁자 같은데로 안내하고 따라 앉는다.
진호는 자리에 앉으며
"감사합니다...별건 아니구요...자료를 하나 확인하고 싶어서요..."
"무슨 자료를....?"
남자교사는 몇 일간의 수사에 이골이 난 듯 하다.
진호는 수사노트를 펼쳐 적어온 말을 꿋꿋하게 말한다.
"1995년도 2학년에 김준식, 강태우, 백상진 그리고 노민우씨의 생활기록부를 보고 싶습니다..."
"1995년도요?..."
"네...1995년도..."
"....그럼 저를 따라 오시죠...."
남자교사가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진호와 진철이 따라간다.
남자교사는 자리에 앉아 학교 인트라넷에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다.
"생활기록부 데이터베이스가 얼마전에 구축 완료 되었거든요...."
로딩이 되는동안 남자교사가 은근히 학교자랑을 한다.
"1995년도.....누구라고 하셨죠?..."
"우선....김준식...당시 2학년..."
남자교사는 빠르게 이름을 입력하고 엔터를 누른다.

[1995 21312 김준식]

다시 클릭

"출력해드릴까요?..."
생활기록부가 뜨자 남자교사가 묻는다.
"네...부탁드립니다..."

출력.

"자 다음은 누구죠?..."

"강태우..."

[1995 21302 강태우]

클릭.
출력.

"백상진..."

[1995 21316 백상진]

클릭.
출력.

"노민우...'

[1995 21310 노민우]

클릭.
출력.

남자교사는 프린터로 다가가 출력된 프린트를 모아서 진호에게 넘겨준다.
"휴우...더 필요하신 거라도...?"
너무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교사의 모습에 진호가 조금 놀란다.
"아..아니요...이거면 됐습니다...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조심히 가세요..."
남자교사가 아무일 없다는 듯 자리에 가서 다시 앉는다.
진철이도 놀란듯이 진호에게 속사이듯 말한다.
"3일동안 광역애들이 얼마나 뒤집어 놓았길래...기계가 다 되었네요..."
"조용히해...들릴라..."
진호와 진철이가 교무실을 빠져나가면서
"다시한번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진호하고 최진철이 이 새끼들은 어디 가있는거야?...서에 들어오면 없고, 나가면 기어들어오고...."
유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친다.
"전화해 볼까요...?"
성재가 약간 위축되서 전화기를 들고 물어본다.
"됐고....다들 이틀간 수사한거 정리해서 오늘내로 들고와! 성과 없는 놈들은 일주일간 민원실 담당시킬테니깐 알아서들 해라..."
"네...."
대답이 자신이 없다.

광남중학교 교문앞.
진호와 진철이가 주차해놓은 차에 탄다. 진호는 교사에게 받은 생활기록부를 차례로 넘겨가며 살펴본다.
"선배님...이제 어디로 갈까요?..."
"....서로 들어가지 뭐...."
진호가 서류를 보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네...알겠습니다..."
진철이가 시동을 걸고 차를 뺀다.
"선배님...뭐가 잡히는 거 있어요?..."
"설마 했는데…김준식, 강태우, 노민우, 백상진…전부 같은 반 이였군…”
“아…그래요?....근데…김준식은 왜 그걸 속였을까요…”
진호 잠시 생각을 하고.
“속엿다긴 보단….말을 안한거지…뭐 몰랐을 수도 있고…”
“모르다니요… 어떻게 같은 반 이였던 친구를 모를 수가 있어요?..”
진철이가 손사래를 친다.
“아냐..여기 보면… 김준식하고...강태우는 말그대로 모범생...흠잡을데가 없어..반면 백상진은 결석일수 때문에 3학년 진급도 못하고...성적도...바닥...패싸움...정학에..."
“완전 날라리 이였네요…”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보통 모범생들은 노는 애들 잘 기억 못할 수도 있지… 내가 모범생 친구를 기억 못하듯이 말야…”
진철이가 옆에서 웃는다.
“노민우는 어때요?...”
진호는 종이를 한 장 넘겨 노민우의 생할 기록부를 본다.   
 "......"
진호가 한동안 말이 없자 진철이가 신호가 대기한 틈을 노민우의 생활기록부를 같이 본다.
".....선배님...노민우란 사람 생활 기록부가 뭐 이래요....?"

국어   수  수  수  수
수학   가  가  가  수
영어   가  가  가  수
체육   수  수  수  수
미술   수  가  가  가
과학   수  가  가  가
한문   가  가  가  가
기술   수  가  가  가
음악   수  가  가  가

“성적이 ‘수’ 하고 ‘가’ 밖에 없네요…극단적이네요…”
“그러게…웃기군…그렇다고 잘하는 과목만 계속 잘한 건 아니야..”
진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생활기록부를 닫으려 할 때, 잠깐 다시 열어 노민우의 장래희망을 본다.

[혁명가]

도봉경찰서

쥐 죽은듯이 조용한 강력반.
다들 자리에 앉아 유반장의 눈치만 살피며 잡히지 않는 김준식의 단서를 찾고 있다.
그때.
“찾았다! 김준식!”
문용호 형사가 정적을 깨고 소리를 지른다. 유반장이 일어나 흥분한다.
“ 어디..? 어디 있어? 김준식?..”
용호가 프린터에서 출력물을 뽑아 바로 유반장에게 다가간다.
“여기 보세요..반장님…”
용호가 들이민 건 김준식의 카드 이용 명세서 이다.
“김준식이가 쓰는 신용카드가 총 4장. 그 증에서 21일 10시 이후로 결제된 것이 단 1건.”
“결제를 했다고?...어디서?..”
유반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용호의 인쇄물을 받아든다.
“동서울 터미널 입니다. 21일 밤 11시 54분에…”
“…..”
유반장은 말없이 거래명세서를 살펴본다.
“대관령행 차표를 끊었습니다…”

다시 진호와 진철. 차 안,
“진철아…”
진호가 진철이를 부른다.
“네?...”
“김준식이가 정말 범인일까?...”
“네..”
진철이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왜?”
“그거야…더 잘 아시잖아요…백상진을 재산관련 문제로 살해한 다음.., 전문적으로 사체를 훼손한 거 하여 신원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후에 저희가 백상진을 파악하고 조여오자..결국 잠적…뻔한 거 아닌가요? ”
“백상진….김준식…”
진호가 혼자말 하듯 말하다가
“너..예전에 김준식하고 백상진이 두고 소송한다는 건물이 시가가 얼마라고 했지?..”
“그게…아마 한 150억 정도 되었는데….”
“150억…”
“엄청나죠?  살해할 만한 액수죠?”
“…밖에 안됐어….”
“네?...”
진철은 잘못들은 것처럼 다시 묻는다.
“…150억 밖에 안됐다고…”
“무슨 말씀이세요?...150원이 아니구요…150억 이라구요…”
“진철아…”
“네?...”
“니가 만약 10000원이 있는데…누가 500원을 뺏어갔어…”
“?”
“그럼 넌 500원 뺏어간 사람을 찾아가서 죽일거야?...”
“?”
진철이가 뭔 말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진호의 전화가 울린다. 반장님.
진호가 바로 받는다.
“네! 반장님! 충성!”
“야 이 새끼야…너 어디야?”
유반장이 다짜고짜 소리친다.
“...네…지금 수사 마치고 복귀하고 있는데요…”
“수사? 무슨 수사?...”
“광남중 살인사…”
“광남중 살인이 우리 구역이야? 우리는 김준식이만 잡으면 되잖아…!”
“아..그게 반장님…”
“긴 소리 필요 업고, 지금 바로 대관령으로 내려와…우리도 지금 출발한다…”
“대관령이요?....대관령은 왜…”
“내려오라면 내려와,,,김준식 꼬리 잡았어…주소는 문자로 바로 보내 줄테니깐 바로 따라 붙어!”
“반..반장님..”
[뚜뚜뚜…]
끊겼다.
이어서 바로 들어오는 문자.
“빠르기도 하시네…”
하며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통화중이시네요. 일전에 광역수사대 심학주 입니다. 백상진씨 관련해서 확인할게 있습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

진호는 뜻밖에 문자에 잠시 놀라고, 이어서 들어오는 문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 17번지. 늦으면 죽는다]

진호는 휴대폰을 닫고 눈을 질끈 감는다.
“다들..바쁘시구만…”

광역수사대
광남중 살인사건 수사본부.
학주가 자리에 앉아 필기를 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백상진씨와의 소송 때문에 김준식씨로 가닥을 잡으셨다고요?.....네…네…”
학주는 계속 통화를 하며 근처에 송호영 형사를 손짓으로 부른다.
그리고 메모지에 글을 적는다.

[김준식 소송 관련 조사 요망! 긴급 ! ]

다시 진호와 진철 차안.
진호가 휴대폰을 내리면서 한 숨을 쉰다. 진철이가 잠시 옆을 본다.
“선배님…그렇게 다 말해줘도 괜찮아요?...반장님이 아시면…”
“광역애들 백상진까지 파고 들었어…그리고 우리가 백상진 DNA 의뢰한 것 까지 알고 있다고… 방법이 없잖아…”
“그래도…너무 다 말해주시니깐…좀 그런데요…그래도 우리가 조금 앞서 있었는데….”
“대관령 얘기 안했잖아…우린 지금 김준식 잡으러 가고 있고…이게 앞서 있는거 아니야?..”
“하긴…오늘 김준식이만 잡으면 게임 클리어네요…한 숨 주무세요…”
“….”
진호가 잠시 말이 없다가, 들릴 듯 말 듯 입을연다.
“진짜 광역 형사라면…내 얘기 듣고…방향 틀거야…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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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김준식 실종 4일째
9월 25일 오후.

차가운 회색 시멘트벽에 습기가 가득찬 듯한 공간.
곳곳에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고, 가녀린 백열전구 불빛 만이 군데 군데 어둠을 밝히고 있다.
유난히 어둠고 축축한 구석진 공간에 누군가 속옷만 걸친채로 바닥에 앉아 있다.
양 손이 하늘로 향해 묶여 있고,
양 발은 서로 묶여 차가운 바닥에 놓여 있다.
정신을 잃은 듯 고개는 가슴팍까지 쳐져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눈을 뜬다.
준식 이다.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린다.
고개를 들어 묶인 손을 바라본다. 양 팔은 피가 안 통해 감각이 없다.
코끝을 진동하는 썩은 냄새.
다시 한번 얼굴을 찌푸린다.
고개를 내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눈에 들어오는 건, 조잡한 해부용 철재침대와 바닥에 응고된 피,
오래된 서랍장안에 쌓여있는 의약품들.
그리고 뒤을 돌아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한 사람.
“준식아…정신이 들었어?”
“준식아…정신이 들었구나?”
남자가 뒤를 돌아 입을 연다. 얼굴은 쓰고있는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쓰고있는게 망토가 아니라 검은색 우의를 뒤집어 쓴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남자는 다가오면서 천천히 후드를 뒤로 넘긴다.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

유난히 넓은 이마.

"노....민.....우...?"

준식이 힘겹게 입을 연다.
"헤헤헤헤...알아보는구나? 고맙네... 15년만인데....헤헤헤헤헤..."
노민우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헤헤...잠깐 기다리고 있어....금방 파티 준비 할께....헤헤헤헤..."
준식은 말할 기력도 없이 힘이 빠졌다.
다시 돌아가는 노민우를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본다.
"나...나 한테 왜그러는거야,,,,?"
노민우는 돌아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왜그러냐고? 그걸 정말 몰라?"
노민우는 준식 앞에 쪼그리고 앉아 준식의 볼을 한 손으로 툭툭친다.

"왜....왜지?..."
준식이 힘겹게 입을 열어 반문한다.
민우는 내내 웃고있던 표정을 거두고 준식을 노려본다.
"정말 몰라?..."
순간 준식은 민우의 살기를 느끼고 등골이 서늘해 진다. 죽을수도 있다 라는 느낌.
민우는 정색한 얼굴에서 다시 미소 띈 표정을 지으며,

" 니가 내 초대장에 이름을 적었잖아..."

진호와 진철 차안.
어느새 해는 산마루 끝에 걸려있고, 진호와 진철은 양 쪽으로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있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차 안에 둘은 아무 말 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 그룹 노래에 빠져있다.
“이거…소녀시대 냐?...노래 좋네…”
진철이가 웃는다.
“하하…선배님…얘네들은 소녀시대가 아니고 카라 라구요…카라…”
“그래?,,,,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난 다 비슷비슷해서 잘 모르겠던데…”
“소녀시대와 카라는 기본이죠…하하…”
흐르던 노래가 끝나고

[네…지금 들으신 곡은 씨스타의 ‘니까짓게’ 였습니다…]

DJ의 멘트가 나오자,
진호는 진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심스러운 듯
“ 니까짓게 뭘 알겠니…”
라고 한다.
진철은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카라가 아니였나….”
라고 중얼댄다.
이때, 진철의 휴대폰이 대쉬보드 위에서 요란하게 울린다. [204기 명진]
진철이가 바로 받는다.
“여어~ 명진…왠일이야? ”
“요 진철! 여전히 현장 잘 다니시나?...”
“크크크 그렇지 뭐…지금도 연쇄살인마 잡으러 대관령 가고있다.. 너 같은 사이버 수사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
“어쭈?...앞으로 연예인 유츌 동영상 받기 싫다 이거냐?...”
“….아…그건 아니고…내가 사이버 수사대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거 알면서 그러냐….”
“하하…알았다…알았어…그건 그렇고,어제 내 앞으로 팩스 보냈더만…”
“아…팩스…”
팩스라는 말에 진호가 진철을 쳐다본다.
진철도 진호를 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적으라는 사인을 보낸다.

사이버수사대.
진철의 동기 명진의 자리
명진은 여러대의 모니터가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 진철과 통화를 하고 있다.
“어제는 내가 시간이 없어서 못봤고, 오늘 오전부터 살펴봤는데...”
“어…그래서…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거…니가 보내준 거에 해답이 적혀있두만…”
“해답?”
“그 하단에 적혀있는 말 ‘카이사르’ 코드…”
“아…아…그 케샤르 코드란 말?...”
“뭐…카이사르나…케사르나…어쨌든…시져코드 라고도 하지…”
“시져?....양주…?”
“크크크…양주 시져 말고 로마황제 시져 말이야…”
“아..그건 모르겠고…빨리 답부터 말해봐…”
“짜식…급하긴…이 시져라는 황제가 쓰던 암호문 인데…알파벳을 정해진 key에 맞춰서 뒤로 돌리면 돼…”
“그게 뭔말이야?...”
“예를들어,,, F 라는 알파벳이 적혀있고 key가 3 이라면 뒤로 세 번 물려서 ‘C’가 되는거지…”
“아...그래…그래…뭔지 알겠고…그래서 그 말을 풀면 뭐가 되는데…?”
명진은 모니터를 유심히 보며 대답한다.
“니가 보내준 거에는 key가 없어서 내가 프로그램으로 전 경우의 수를 돌려봣거든….그 중 대충 말이 성립되는게 key 넘버 4…”
“……”
“이거를 지금 문자로 보내줄께…밥한번 사라…”
“밥 뿐이겠냐…시져 사줄께…명진아.. 빨리 좀 보내줘…”
“알았다….”
명진은 전화를 끊고 모니터에 나와있는 문장을 본다,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Key 4
를 입력하자,

[invitation. party는 pungnap 617-9. 69.sep]

태우의 사무실 주차장.
태우가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 차 쪽으로 걸어간다.
표정이 다소 비장하다.
태우는 빨강색 머스탱 운전석을 열고 시동을 건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을 작동 시킨다.

[주소검색]
[클릭]

태우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살펴보며 천천히 입력한다.


 

[서울시]
다음


 

[송파구]
다음

[풍납동…]

입력을 마친 태우는 차를 빼면서
“미친새끼…이게 파티라고?...”
라고 중얼댄다

다시 진호와 진철의 차안.
진호가 진철의 휴대폰에 찍힌 문장을 보며 말한다.
“인비테이션….초대장?....파티는 풍납 617-9. 69 샙?...뭐야 이거..”
“글쎄요…파티 초대장 인 거 같은데…뒤에는 주소 아닌가요? 풍납동…”
진철이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한다.
“…..”
진호는 말을 듣고 ‘맞다’ 라는 표정으로 진철을 바라본다.
“맞아…주소…송파구 풍납동….진철!”
“네?”
“아까 니까짓게 라는 말 취소할께…”
“하하…”
진철은 멋쩍은듯 웃고, 진호는 바로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주소검색을 한다.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617 다시 9 번지]


진호는 잠시 멈칫하고,
"그럼…이 뒤에 69 sap 은 뭐지?....무슨 아파트 호수 인가…?”
진호는 다시 한번 해결해 주길 바라는 듯이 진철을 바라본다.
"…..글쎄요… 69…sap이 뭐지…”
진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냥 일단 검색…”
하고 검색 버튼을 누른다.


 

[등록되어 있지 않은 주소 입니다]

네이비게이션의 차가운 안내 목소리.

납치된 공간. 준식과 민우
준식은 여전히 묶여있고, 민우는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민우는 희열을 느낀 듯 살짝 웃고, 하고 있던 동작을 멈춰 준식에게로 다가간다.
“준식아! 헤헤..”
준식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민우는 준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뒷 춤에 감추고 있던 것을 준식 앞에 내보인다.
“이걸로 달아줄까? 아니면 이걸로 달아줄까?...헤헤…”
민우가 준식 앞에 내보인건 신원을 알수 없는 사람의 양 쪽 팔이다.
피부는 썩어있고 내부에 피는 이미 응고되어 떨어지지도 않는다.
악취가 진동한다.
준식은 의사이지만 썩은 시체 토막을 눈 앞에 들이밀자, 역겨운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신중히 선택해…헤헤헤… 너의 새로운 오른팔이 될꺼니깐…헤헤헤…”
준식은 민우가 미쳐있다는 걸 직감한다.
이 자리에서 공포에 떨고
소리를 질러봤자,
그것이 더욱더 민우를 기분 좋게 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성적이어야 한다.
준식은 미친듯이 밀려오는 공포를 다 잡고 최대한 차분해 지려고 노력한다.
“여…여기….풍납동 인가?....”
민우가 준식의 말에 살짝 놀란다.
“너 그거 알고 있었어?...”
준식은 태연한 척 아니 태연하게 보이는 척 살짝 웃는다.
“…니..니가 초대장 보냈잖아….나랑 태우한테….”
민우가 미친듯이 웃는다.
“헤헤헤헤헤헤헤…역시 내가 골라도 잘 골랐어….어떻게 그걸 풀었지?...”
“카이사르…시져 코드라 생각했지….니가 학교에서 날 납치해서 데려올때….머리속으로…계속 생각했어…”
민우가 들고 있던 시체의 팔로 준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헤헤헤헤 ….역시 대단해…대단해...파티에 참석할 자격이 충분해…헤헤헤…”
준식의 코끝으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헤헤헤헤….자…이제 파티복으로 갈아입어야지…어느 것으로 할래? 이 거? 아니면 이 거?,... 너 줄려고 특별히 준비했단 말야…”
“아…아무거나 상관없어….”
준식은 체념한 듯 대답한다.
“알았어…헤헤헤…그럼 내가 알아서 잘 해줄께 ..”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서 의약품 서랍장에서 마취제을 꺼내 주사기에 담는다.
“헤헤헤….준식이는 착하니깐…특별히 마취해서….갈아 입혀줄께….”
준식은 마취제를 보자 죽을 거라는 생각에 온 몸이 떨려온다.
침착해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인다.
마취제를 담고있는 민우를 유심히 지켜본다.

‘졸레틴 인가….”

다시 진호와 진철의 차 안
“선배님…주소가 아닌가 보네요…”
“그런가….”
진호가 등록되어 있는 주소가 없다는 말에 크게 실망한다.
진호는 나즈막하게.
“파티 초대장….주소를 알아야 찾아갈텐데…미친 살인마새끼…”
진철은 진호를 보고 이상한 듯 물어본다.
“선배님…혹시 그 문장을 범인이 남겨놓은 메시지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맞아…틀림없어…”
“왜죠?...저희 지금 범인 잡으러 가고 있잖아요…김준식…”
“김준식은….범인이 아니야…”
“네? 이제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
진호는 진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직감이야…김준식은 범인이 아니야…”
“선배님의 직감이라..”
진철은 진호의 직감을 누구보다 신뢰한다는 표정이다.
“선배님…주소가 아니면 뭘까요?...”
“글쎄….이거 어떻게 풀었다고 했지?...”
“그 적혀 잇던 알파벳을 뒤로 4칸씩 돌렸다고 하던데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의외로 간단하군…근데 잠깐…”
진호가 멈칫한다.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그게 디코드 규칙이라면….숫자…여기 숫자도 뒤로 돌려야 되는 거 아니야?....”

“….아…그래야 되겠네요….”

진철은 살짝 웃으면서 수긍한다.
진호는 수사 노트를 펼쳐 다시 한번 문장을 디코드 한다.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invitation. party는 pungnap 273-5. 25.sep]

그리고 바로 네비게이션에 주소검색 칸을 누른다.


 

[서울시]
클릭

[송파구]
클릭


[풍납동]
클릭

[273-5번지]
쿨릭

Loading......

[(구) 한서 시멘트 공장]

진호의 눈이 커진다.
“있어….한서 시멘트 공장이라고…”
진철은 운전을 하면서 살짝 네비게이션을 보고 신기한듯.
“와…진짜 있네요?...’구’라는 말이 붙은걸 보니…지금은 폐공장인거 같은데요…”
“이제,,,너한테도 냄새가 솔솔 풍겨오지?...”
진호가 살짝 웃는다.
“네…확실히….뭔가 있네요… 그리고 선배님…이거 뒤에 ‘25.sep’은 날짜 같은데요…파티 날짜…9월25일….”
진호는 진철에 말에 수사노트를 다시 한번 본다.
“그렇지…september….9월…..그리고 25일…”
진철은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를 보고
“….오늘 이네요….”
라고 말한다.
“…..”
진호는 아무말 없이 네비게이션을 보다가


 

[안내시작]
클릭.

[위치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진철….차 돌려….우리는 여기로 간다….한서 시멘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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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1.

9월 25일 조금 지난 오후.

광역수사대 광남중 살인사건 수사본부
심학주 형사가 모니터 앞에 앉아 조그셔틀을 돌려가며 CCTV를 보고있다.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에서는 지금까지 녹음된 진술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태우의 목소리

[밤 10시에 광남중학교 앞에서 저랑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그래서 열시에 거기서 만나셨나요?]
[아니요…제가 일이 좀 늦게 끝나서 한 시간 정도 늦게 갔습니다… 그리고 형사님..오늘 오전 내내 같은 내용 강남경찰서에서 진술했습니다…]
.
.
.
학주는 CCTV를 계속 돌려보다 한 화면에서 스톱버튼을 누른다.
태우의 차가 광남중학교로 진입하는 화면이다.
학주는 그 화면을 앞, 뒤로 계속 돌려본다.
“잠깐….이상한데…”
학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잣말로 내뺕을때,
출입문으로 송호영 형사가 들어온다.
“심형사님…!”
학주가 스톱버튼을 다시 누르고 뒤를 돌아본다.
“어…송형사…뭐 좀 나왔어?...”
“네…부탁하신..김준식씨 소송조사요…”
“어…조사 좀 해 봣나?...”
송형사가 자리에 앉으며 수사노트를 펼친다.
“네,,,현재 소송이 2건 입니다. 하나는 재산 상속건…그리고 하나는 건물 지분건…”
학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건물 지분건은 백상진하고 관계된 거고…나머지 재산 상속건은 뭐지?...”
송형사가 다시 수사노트를 본다.
“김준식씨…한국에서 알아주는 집안 이더라구요…아버님이 준병원 그룹 회장 김필수 이구요…”
“그래서…?”
“지금 그 김필수 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있는 상태여서…재산 상속 절차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김준식씨가 유일한 상속자 이구요…”
“….”
학주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이 건 오픈 할까요?… 기자들…벌써 냄새 맡은 거 같은데…”
“기다려….김준식 실종과 광남중 살인사건 연관관계가 확실해질 떄까지….”
 
한서 시멘트 공장.
민우가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들고 준식에게 접근한다.
“헤헤헤헤…”
‘졸레틴은 사람 마취제가 아니야…미친 살인마야…’
준식이 공포에 떨며 속으로 생각한다.
“헤헤헤헤헤…자 이제 옷갈아 입을 시간이야….”
“자…잠깐…노민우…마취 하기 전에 궁금한 게 있어…”
준식은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말을 건다.
“헤헤헤..뭐지?...뭐든 대답해 줄께….잠들면 다시는 못볼테니깐…헤헤헤…”
준식은 잠시 생각하고
“그…학..학교 벽에 적어놓은 다른 말….코..콩그레츄레이션 그건 무슨 뜻이야?...”
민우가 다가오다 잠시 멈칫하고
“아…그거…그게 궁금했구나…헤헤헤헤…”
민우는 다시 작업대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 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 헤헤헤헤헤…”
“무..무슨 말이야…”
민우가 대답한다.
“사.라.질 이.름.들이라고…아….그리고 너희들 선물이기도 하고….헤헤헤”
민우는 작업대에 너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하나 하나 지목한다.
“봐봐.....이게 16번 백상진…..이게 17번….사원진……이게 18번….안태승…..이게….19번 안태호….그리고…이게 마지막 선물인 20번…이강우… 자본주의의 위대한 승리자들의 자제들이자...대 사립 광남중학교 친구들... 헤헤헤헤…”

"미친놈..."
민우는 다시 기분 좋게 웃다가 웅변하듯 다시 말을 한다.
“콩그레츄에이션! 내 수수께끼를 푼 거 정말 축하해!! 헤헤…하와유!….잘 지내고 있니? …~파인! 좋아! 이제부터 선물을 줄께 From! 16번부터 To! 20번까지 땡쓰! 고맙지?  …”.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r
 o
 m

 16  
     

 Thanks
 o
 20
 
and you!!


민우는 다시 준식 쪽으로 몸을 돌리고. 준식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and you! 그리고 너 ! 헤헤헤헤”
준식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정말 제대로 미쳤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민우가 다시 천천히 준식에게 걸어간다.
‘졸레틴으로는 마취가 안돼…고통이 전부 느껴질 거라고…’
준식은 몸을 사시나무 처럼 떨며 생각한다.

'잠깐...졸레틴 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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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2.

광역수사대 광남중 살인사건 수사본부
심학주 형사가 CCTV 화면을 계속 돌려보면서 혼자 중얼댄다.
"보여라...보여라...자...범인아...보여라...대체...누구냐..."


진호와 진철 차안
진호가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댄다.
"미친 살인마 새끼...너는 내가 꼭 잡아주마...꼭...."

태우 차안.
꽉만힌 도로에서 초조한듯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가
어이없는듯 코웃음을 치면서 중얼댄다.
"훗...이게 파티라고...미친새끼...장난칠 시간 없거든..."

한서시멘트 공장
민우가 여지없이 웃으면서 준식에게 다가온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커다란 주사기.
'졸레틴 이라면....졸레틴 이라면....'
준식은 끊임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민우는 준식 앞에 와서
"헤헤헤헤...또 궁금한거 있어?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되서.....헤헤헤...시간은 별로 없는데말야...헤헤.."
'졸레틴 이라면...가능해..."
준식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민우를 노려본다.
"헤헤헤헤..자 그럼..."
민우가 준식의 묶여있는 한 쪽 팔을 푼다.
준식은 오랫동안 피가 안통했던 팔에 갑자기 피가 몰리자, 순간 고통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골절된 듯 한다.
"어이구...팔이 부러졌네....너무 세게 묶어 놨나봐...헤헤헤..."
민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강하게 팔을 잡아당겨 주사기를 꽂는다....
"으으으으...."
준식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한다.
팔에 차가운 마취제가 들어오는게 느껴진다.
이대로 마취 되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밀려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
준식은 끝까지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눈을 부릎뜨지만,
약기운이 심장을 통해 몸 전체로 퍼지는듯 하다.
죽는건가? 죽을수밖에 없는건가...?
준식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고개가 죽은사람 마냥 땅을 향해 쳐박힌다. 
민우는 웃으면서 준식의 뺨을 두어대 세게 때린다.
"헤헤헤헤...다시한번 말하지만....미안해...준식아....헤헤.."
민우는 준식에게 묶여 있던 모든 줄을 풀어내고 그를 끌어안아 철제 해부용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너브러져 있는 시체의 각 부분을 콧노래를 부르며 줏어든다.
"룰루루......이거랑...그리고...이거....아...이것도 준식이한테 잘어울리겠네..."
썩은 시체의 조각을 누워있는 준식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작업대에서 커다란 메스를 잡아 준식 앞으로 온다.
민우는 최고의 희열을 느낀듯이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미친듯이 웃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너...너...무 좋아.....이 게임...내가...내가...이겼어.....헤헤헤헤하하하하"
민우는 실성한듯 웃다가

고개를 두어번 털고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준식의 한 쪽팔을 잡는다
들고 있던 메스를 준식의 팔에 갖다 댄다.

이때,

준식이 눈을 뜬다.

아래로 자신의 팔을 자르려는 민우가 보인다.
준식은 있는 힘껏 팔을 들어 민우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작업대에 내리 꽂는다.
갑자기 당한 민우가 바닥에 쓰러진다.
준식은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켜 메스를 집는다.
민우가 고개를 흔들면서 일어나려 한다.
"으아아아아아아..."
준식은 소리를 지르며 메스를 들고 일어나려는 민우에게로 몸을 던진다.
메스가 민우의 등에 꽂힌다.
"악.....아아아..."
민우가 괴성을 지른다.
준식은 부러진 팔을 잡고 민우를 피해 앞으로 기어간다.
민우는 고통스러워 하며 일어나려 하다가 그대로 꼬꾸러진다.
정신을 잃었는지 그대로 철제 침대에 안면을 크게 부딪히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민우의 피가 바닥에 조금씩 고인다.
준식은 조금 떨어져서 그 광경을 바라본다.
눈은 마취기운에 반쯤 풀린 상태이다.
준식은 참고있던 숨을 크게 내뱉는다.
"후후후후후후..."
마취제가 퍼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이다.
"졸레틴으로 사람을 제대로 마취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다음생에 또 살인마가 되거들랑 참조하거라..."
준식은 민우를 향해 읆조린다.
이제 마취제가 제대로 온 몸으로 퍼지는게 느껴진다.
준식은 계속 쓰러져 있는 민우를 바라보다....

곧....정신을 잃는다.....
.
.
.
.
.
.
.
.
태우가 어둡고 긴 폐공장 복도를 랜턴 불빛을 의지한채 걸어가고 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운 정적이 소음같이 느껴진다.
"준....준식아....."
태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준식의 이름을 부른다.
.
.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는 어디일까....

"준식아.....준식아...."

누군가가 준식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준식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다.

"준식아.....준식아...."

태우의 목소리이다.
"태...태우......"

멀리서 자신을 찾고 있는 친구의 목소리...
준식은 아직 남아있는 마취기운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태...우..야...여..기..."

"준식아....어디있어?...김준식...?..."

준식은 발밑에 있는 철제 침대 다리를 있는 힘껏 걷어 찬다.

[챙그랑...챙챙챙...]

철재침대 위에 금속물들이 부딪히며 제법 큰 소리를 내준다.
.
.
.
.
태우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갑자기 멈칫한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불빛을 비쳐본다.
문.
어딘론가 들어가는 문이 불빛에 비춰진다.
태우는 조심스럽게 문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서서히 문을 연다.

광역수사대 광남중 살인사건 수사본부
심학주 형사와 송호영 형사가 CCTV 화면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선 여전히 태우의 진술녹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태우씨는…신문도 안보시나봐요?]
[강태우씨가 말씀하시는 그 광남중학교에서 절단 사체가 발견되었단 말입니다...]
.
.
.

[자...다시 하겠습니다. 강태우씨가 광남중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몇시입니까?...]
[후...아마도 한 열한시쯤 이였을겁니다....도착해서... 교문 앞에 주차되어 있는 준식이의 차를 살펴보았습니다....휴대폰을 차안에 두고 갔더군요...부재중 전화가 22통...저는 망설이다가 준식이를 찾으러 학교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시 한서 시멘트 공장.
태우가 문을 열자 희미한 백열전구의 불빛이 곳곳에 걸려있는 음습한 공간이 펼쳐진다.
썩은 냄새가 난다.
태우가 얼굴을 찡그린다.
앞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게 보인다.
태우의 눈이 커진다.
태우는 랜턴을 집어 던지고 쓰러져 있는 사람 쪽으로 달려간다.

광역수사대.
태우의 진술녹음을 들으며 학주가 입을연다.
"부재중 전화가 22통...."

[왜 두 분은 늦은 밤에 학교 안으로 들어간겁니까?]
[...그게...제가 준식이 친구이자 개인 변호사 입니다. 요즘 준식이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서....]
.
.
.
.
"개인 변호사라..."
학주가 다시 한번 중얼댄다.

다시 한서 시멘트 공장.
"준...준식아....!"
태우가 준식을 알아보고 준식앞으로 달려가 준식앞에 앉는다.
준식도 태우를 보고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자...쨔..샤..지금..왔..냐?..."
준식은 나즈막히 말을 한다.
태우는 준식을 양 팔로 끌어 안고 주위를 둘러본다.
너브러져 있는 시체 조각들.
진동하는 썩은 냄새.
흥건한 피자국들.
"노...민우..이 개...자..식..."
태우가 분노한듯 어금니를 깨물고 말을 내뱉는다.

광역수사대.

[그래서 왜 광남중학교를 가셨냐구요....]
[혐의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으러 간겁니다....학교 박물관 안에 오랜된 낙서가 하나 있거든요...그게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간겁니다...]
[계속 말씀해 보시죠...]
[네....준식이의 이름을 부르며 화단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그 낙서...화단 뒤에 있는 학교 박물관에 써 있었거든요....저는 화단을 넘어 박물관 창문앞에 서서 박물관 안을 비쳐보았지만, 준식이는 없었습니다....초상화 뒤에 낙서가 적혀있는데 그것도 그대로 걸려 있었구요...준식이가...혹시 안왔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
.
"초상화...."
학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다시 한서 시멘트 공장.
태우는 주위를 쉴새없이 두리번 댄다.
"준식아...노민우...노민우는?..."
"그..그 새끼...내...내가 죽였어...."
태우가 놀라면서,
"니가...죽였다고?..."
태우는 준식을 곱게 다시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본다.
눈에는 당황한 기력이 역력하다.
태우는 바닥에 너브러져 있는 검은색 우의를 바라본다.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우의를 집어든다.

광역수사대.

[그렇게...한 이십분 정도 계속 찾다가 학교를 나오자마자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실종 접수시간이....밤 11시 31분 이네요...]
[아마..그때쯤...맞을겁니다..]
[그렇군요...그런데 그 단서라는 거 찾으셨습니까?...]
[아니요...준식이도 안보이고...걱정되고....무..무서워서...생각조차 못했습니다....형사님....형사님...]
[제...제 친구 좀 꼭....꼭 찾아주십시요...부..부탁드립니다...]
.
.
.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학주가 중얼댄다.

다시 한서 시멘트 공장.
태우는 주어든 우의를 바라보다 급하게 입는다.
준식은 태우의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뭐...뭐하는 거야....?...."
태우는 대답하지 않고 작업대위에 수술용 장갑을 집어 양 손에 끼운다.
당황했는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태..우...뭐...뭐..하는 거냐고..."

광역수사대.
학주가 송형사를 바라보며 말을한다.
"내가 왜..이 생각을 못했지?..."
"네...? 무슨생각이요?..."
송형사가 학주를 쳐다본다.
"강태우...거짓 진술을 했어....강태우는 광남중에 들어가지 않았어...여길 봐봐..."
학주가 CCTV 화면을 가르킨다.
CCTV 화면에는 태우의 차가 학교 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송형사가 물어본다.
"강태우씨 알리바이는 충분합니다..선배님..."
"맞아...확실해...그런데...거짓진술을 했어..."
학주는 CCTV의 끝부분을 가르킨다. 자동차 백라이트의 빨간색 부분이 조금 보인다.
"강태우는 학교 교문까지 가지 않았어...여기서 서있던 거야...."
송형사는 의자를 당겨 CCTV 앞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이거...정말 서있네요...차가...."
"그리고 부재중 전화...22통이라 했지?....아니...김준식씨 휴대폰은 10시 52분에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어...강태우가 진입한 시간은 11시 3분...."
송형사가 놀라운듯 학주를 바라본다. 학주는 계속해서 말을 한다.
"그리고...그 학교의 초상화....걸려있지 않았어....최초현장은 바닥에 어지럽게 눕혀져 있었다고...."
학주는 CCTV 화면을 앞으로 돌린다.
화면 끝부분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백라이트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몇 초지나 학교로 빠져나오는 태우의 차가 화면에 잡힌다.
시간은 11시 35분.


한서 시멘트 공장
태우가 장갑을 다 끼고 수술대위 메스를 잡는다.
"너...너 왜...왜...그래?..."
준식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팔꿈치로 몸을 뒤로 빼면서 물어본다.
태우는 메스를 들고 준식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너....너...왜 그러냐고...?"
준식은 태우의 눈에서 살기를 느낀다.

광역수사대.
심학주 형사가 송형사에게 계속 말을한다.
"내가...왜 이 생각을 못했지.... 강태우는! 강태우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학교에 갔던거야!..."
"네?"
"공...공범....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왜 범인이 한 명일 거라고 생각 했을까..."

다시 한서 시멘트 공장
태우는 준식에게 다가가면서 입을연다.
"노민우...이 새끼...돈을 그렇게 받아 쳐먹고...실패해?..."
준식은 몸을 뒤로 계속 빼면서
"너...너 왜그러는데?...."
"왜그러냐고?....바로 내일인데 말이야...."
".....내...일...?"
"그래...내일...니 상속 재판...."
태우의 눈빛은 그동안 알던 친구의 눈빛이 아니다.
"니가 받을 재산이 얼마인지 알아?...."
"도...돈 때문에...지..지금..이러는 거야?..."
태우가 살짝 웃는다.
"하...돈....그래..돈 때문이지....너만 없어지면....니 재산은 법적으로 내가 관리하게 되어있어...즉...내것이 되는거라고...하..."
준식은 몸을 계속 뒤로 피하면서
"그...그래서...노민우를 사주한거야?....나...나를 죽이라고..?..."
"아니...아니야....그 미친놈이 먼저 연락을 해왔어....같이 손잡아 보자고....처음엔 그냥 똘아이라 생각했는데....계획이..계획이....너무 완벽한거야....니 돈! 친구를 버릴만큼 유혹적이고..."
태우의 눈빛이 민우의 눈빛과 비슷해 진다.
"근데...그 미친 노민우 새끼...이게...장난인줄 알더라고....뭐?....파티?....하하...동네방네 소문낼일 있어?....이게...이게...게임인줄 알았나?....미친놈인줄 알았지만.....이 정도일줄은...."
"태...태우.....정...정신 차려...."
태우가 다시 입을 연다.
"아니...오히려 잘됐어....골치덩이인 노민우 새끼도 죽었겠다...이제...너만 없어지면...되는거야...."
태우가 준식의 위에 올라탄다.
"가...강...태...우...이러지마...."
"미안하다...친구야...내가..장례는 섭섭찮게 치뤄줄께....넌..노민우한테 죽은게 되면 되는거야...하하..."
태우가 메스를 든 팔을 높이들어 준식에 내려 꽂으려 할 때,

[탕!탕!탕!]

공간을 울리는 총성소리. 메아리 친다.
준식의 눈앞에서 태우는 웃는 얼굴로 쓰러진다. 머리가 관통됐다.
준식은 몸을 미친듯이 떤다.

"김준식씨!!!"

진호와 진철이다.
진호와 진철은 준식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준식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죽은 태우를 바라보다...
정신을 잃는다.
"김준식씨!...김준식씨!...."
진호가 준식을 끌어안고 빰을 세차게 친다.
.
.
.
.
.
.
.
한서 시멘트 공장
수 대의 경찰차가 어지러운 사이렌 불빛을 내고 있다.
엠뷸런스가 급하게 진입을 한다.
동네 주민들이 시끄러운 소리에 하나 둘 모여들고,
경찰은 진입로에 폴리스라인을 급하게 두른다.
광역수사대 심학주 형사도 현장에 도착한다.
곧이어,
준식이가 들것에 실려 엠뷸런스에 태워진다.
학주는 마당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이진호 형사에게 다가간다.
"도봉서 이진호 형사님!..."
진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학주를 알아보고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아..오셨군요...심형사님..."
"저희가 졌네요...멋지게 잘 해결하셨습니다..하하.."
학주가 멋쩍게 웃는다.
"아..아닙니다...무슨 말씀을...다같이 잡은거죠..."
"하하...저희도 강태우가 범인이라 생각은 했는데....아쉽게 한 발 늦었군요...."
"여기 내부에서 총 5구의 시체가 전부 발견되었구요...뭐 분석해봐야 되겠지만,,,아마도 광남중 사체의 일부분이 맞을겁니다..."
"하...이거...큰 신세...졌는데요...저희 사건까지 해결해 주시고....이 참에 광역에서 일해보시는건 어떠세요?...제가 추천해 드릴 수 있는데..."
진호가 살짝 놀란다.
옆에 있던 진철은 진호를 바라보며,
"아..선배님...드디어 광역 진출하시는 겁니까?...."
이때,
"진호야!!!"
정문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유필한 반장
유반장은 단숨에 진호 쪽으로 다가와 학주를 밀치고 진호를 끌어안는다.
"이 귀여운 자식! 잘했어...임마! 니 대관령으로 오라 해놓고 찜찜하더라니...크크크..."
"아...반장님..아파요..."
진호가 유반장 품에서 웃는다.
학주가 옆에서 이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성재, 용호, 신삥이 기철이가 진호에게 다가와 같이 얼싸안는다.
"하하..진호 선배 해낼줄 알았어요!...그리고 진철선배도...."
진호는 팀원들과 기쁨을 나누다가
잠시 무리를 빠져나와 학주에게 다가간다.
"심형사님..."
"네...?"
"생각해 주신건 감사하지만, 전 저희 도봉서에 남겠습니다....가족들을 버릴수가 없네요..."
"하하....그러시죠....보기 좋습니다..."

도봉서 강력반이 다시 진호에게로 달려든다.
.
.
.
.
.
.
---------------------------------------------------------------------------------------
  
Epilogue.

 


몇 달이 지나고,

준식은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평소와 같이 회진을 돌고 수술을 하고 직원들과 수다도 떨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준식은 기지개를 피면서 병원 복도를 걸어간다.
이제 막 수술을 마친 듯 하다.
수술용 장갑을 벗고 세면대에서 손을 꼼꼼하게 씻는다.
간호사가 다가와 수건과 의사 가운을 건네준다.
"아..고마워요..김간호사.."
"네..."
"다음 수술 스케쥴은 언제지?..."
준식이 묻는다.
"금일 수술은 이제 다 끝내셨구요..내일 아침 8시 첫 수술 있으십니다.Camouflage 수술입니다."
"네..고마워요..."
준식은 간호사에게 다시 수건을 건네주고 원장실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피곤한듯 의자를 뒤로 제껴 천장을 바라본다.

[열라 귀찮게 할거다...아마도...하지만 걱정마라...이 몸이 도와주마...근데 너 진짜 살인자 아니지? 크크]
[좋아..노민우 수수께끼 받아주지. 콜.]
[맞아..운동장 담벼락 밑에 은색 가스배관..그게 마치 파도같이 구불 구불 생겼었잖아..]
[이걸로 잡혀가도 너는 꼭 변호해주마...걱정말고 따라와...]
[아씨...컴컴했잖아..! 그 박물관...! 그럼 눈 좋은 니가 적던가...!]
 

태우의 익살스런 목소리가 떠오른다.

"언제부터 변한거니...태우...."

준식은 나즈막히 혼자 중얼거린다.

[드드드드드드]

책상 위 준식의 핸드폰이 울린다.
준식은 고개를 내려 핸드폰을 바라본다.
모르는 번호이다.
준식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연결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김준식 입니다...."
"......"
"여보세요?....누구시죠?...."
.
.
.
"....헤헤...준식아?..."

노민우의 목소리.
준식의 눈이 커지고 몸이 떨린다.

"헤헤...준식아..."
"..너...너 이...자식...어떻게 살아있어?...."
"죽질 않았으니깐...살아있지...헤헤헤..."

준식은 뭔가에 얻어맞은듯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다.

"헤헤헤...아직 안 끝났어...게임..."
"....게..게임...?...무..슨 게임?..."
.
.
.
"아직...벽에 니 이름이 남아 있잖아...한 명은 지워졌거든...헤헤헤헤헤...자...첫번째는 내가 이겼어...두번째 게임은 잘 좀 해봐..헤헤헤헤...."
.
.
.
.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21302 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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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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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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