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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고문학] 이세계. 와고인. 양판소. 성공적.

Minerals : 2,001,343 / Level : 하사 하사
2018-08-27 23:48:37 (7년 전) / READ : 432
    와고인은 눈을 떴다.

    변함없이 칙칙한 회색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뜯어져서 천장의 콘크리트가 보일 정도였다.

    와고인은 자신의 육중한 몸을 지탱하느라 고생한 침대를 손으로 툭툭 쳤다.

    지가 뚱뚱한 건 아는 모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겨운 와고인은, 흙수저의 산물인 금간 나무문을 열었다.

    '끼익' 하며 녹슨 경첩이 내는 비명을 뒤로 하고, 와고인은 일어나자마자 냉장고부터 살펴 보았다.

    오늘은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 같았다.

    와고인은 가슴 깊숙이 파고 드는 짜증을 애써 떨쳐 냈다.

    어머니의 앞에서는 투덜대며 못되게 굴곤 하지만,

    그도 인간인 것이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한량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갖고 있다.


    ...같은 생각을 하며 자기자신이 그래도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와고인이었다.

    어찌됐건 어머니가 음식을 해놓지 않았기에 와고인, 본인의 손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했다.

    와고인은 천정을 열어 라면을 3개 꺼냈다.

    허기를 가시게 할 정도는 되는 양이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말이다.

     

    라면을 끓이고 불과 5분만에 순식간에 라면을 해치운 와고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컴퓨터를 켜고 와이고수에 들어갔다.

    그는 오래전부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며, 관련 커뮤니티에서 많은 글을 써온 헤비유저였다.

    그의 진짜 모습은 뚱뚱하고 일도 하지 않는 전형적인 폐인일 지언정,

    인터넷, 그리고 게임 내에서 만큼은 상당한 고수라 인정받고 있었다.

    뚱뚱하고 살찐 손가락으로 어떻게 자판을 정확하게 찍어 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단축키를 누르는 것과 타자를 하는 것만큼은 육중한 몸과 어울리지 않게 능숙하고 빨랐다.

     

    그런 그의 능력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할 때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할 수 있었다.

    매크로라 불리는 자동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굉장히 빠른 타속으로 찍어내는,

    무자비할 정도로 많은 게시글과 활동량이 그를 커뮤니티 사이트 내에서 유명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는 인터넷 상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에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해외에서 일하여 어머니에게 주면,

    그 돈으로 마음에 드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 '별풍선'이라는 가상화폐를 선물로 주곤 했다.

    그것은 현실에선 찌질하고 살찐 돼지에 불과한 와고인도 능력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와고인은 자신의 삶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어머니께 말하여 배달을 하면 됐고,

    연애같은 것들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건 혼자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16시간 남짓을 생산적이고 유용한 게임과 커뮤니티 활동에 쏟아 부은 그는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쉬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내내 게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즐겼기에 졸음이 쏟아지듯 밀려왔다.

    아마 중간에 깨서 휴대폰을 보거나 하는 일 없이 푹 잘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누구에게 별풍선을 주는 것이 좋을까" 따위의 생각들을 하며 와고인은 잠을 청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연신 들리는 굉음에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추어낸 와고인은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말발굽이 거세게 땅과 박치기를 하여 만들어 내는 소리.

    인터넷 동영상과 웹하드에서 다운받은 영화 따위에서나 보던 중세시대의 전쟁이 와고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와고인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크게 당황하면서도, 눈 앞에서 싸우고 있는 두 개의 세력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앉은 채로 힘껏 기어갔다.

    그 때였다.

    와고인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그를 겨냥하여 날붙이를 들이 밀었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것이 닿고 있다는 감촉에 움직임을 멈춘 그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사육장의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없듯, 살찐 그의 목 때문에 뒤를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와고인은 그 상황에서도 묘한 쪽팔림을 느끼며 몸을 틀어 뒤를 보았다.


    와고인의 시선 너머에는, 축생이나 금수 따위를 보는 듯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다부진 몸의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인상은 험악함. 깡패. 싸움만 할 것 같이 생겼음. 따위의 것들 이었다.

     

    "여기 웬 돼지새끼가 한 마리 있는데, 잡아다가 도축해서 병사들 사기진작을 위해 써야 겠구만!"

     

    미소도 지어지지 않는 농담을 하며 와고인의 심기를 건드린 남자는,

    창을 쥐고 있던 손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와고인을 향해 내질렀다.

    와고인은 너무나도 난데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탓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거렸다.

     

    남자의 창이 와고인의 머리 언저리까지 닿을 무렵,

    창을 쥔 남자의 뒤에서 누군가가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멈추시지!"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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