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이과출신에 반에서 3~4등 했음. 목표했던 4년제 공대 입학했고, 내인생은 이제 술술 풀릴꺼라 생각했음.
근데 현실은 다르더라.
아버지 사업하신게 10년 넘게 빌빌거리면서 학창시절때 급식비도 못내던 그 가난이 계속 이어져왔음. 친구들은 용돈 받으면서 학교생활 하는데, 일단 나는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와 기숙사비를 벌어야했기에 평일, 주말 알바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음.
그렇게 딱 1학년 다니니까 학교성적은 예상대로 씹창수준. 도저히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는 환경이 펼쳐지더라. 주말야간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셤기간에 공부하다 잠들어서 중딩들한테 도둑질 당하고, 가계빵꾸나서 점장한테서 짤리고 나니까 현타가 쎄게 왔음.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고 불안하여 군대로 쨈.
군제대 하고나서 결심한게 뭐냐면 직업보다는 먼저 생존을 선택하게 됨. 물론 나와 같은 상황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결실을 이뤄낸 사람들은 진짜 깊게 리스펙함.
일단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고 가성비충이 되어버림.
빠른 취업, 안정적인 정년, 많은 봉급...친구가 대기업생산직을 추천해주더라.
그래서 바로 4년제 자퇴 후 전문대 입학하고, 1년 동안 학과수석하고 근로장학생+방학때는 노가대 뛰면서 생활비랑 기숙사비 벌었음. 운좋게도 목표했던 대기업생산직에 1년만에 입사하게 되었음. 결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음.
지금은 K사에 재직중이고, 결혼하고 아이도 있으며, 너무 만족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
만족하는 부분 일부만 나열해 보자면,
1. 주간2교대(1직 07:00~15:45, 2직 15:45~12:30)
ㅡ 교대직인데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는건 엄청난 복지라고 생각함.
2. 공휴일 다 쉼. 연차+월차+조퇴, 여름에 하계휴가라고 주말합쳐서 총 9일 휴무
ㅡ 연월차는 출근전에 얘기해도 사용가능. 조퇴는 2시간만 근무해도 자유롭게 사용가능.
3. 상사나 선후배간 스트레스는 없음
ㅡ 업무수준이 만7세도 할 수 있어서 누굴 갈구고 가르치고 배우고의 수준이 아니라서 그런듯
다른거 다 떠나서 가장 만족하는 3가지임. 나는 지금 상황에서 울회사 사무직으로 전환시켜준다고 하면 안할거임. 물론 남들이 봤을때 대기업사무직이라는 이미지는 넘사일지 몰라도 이 꿀을 빨아본 이상, 절대 못감.
내 대학교 동기들 취업비율이 70%가 9급공무원 하고 있고, 나머지가 대기업+공기업임.
처음에 자퇴하고 전문대 간다했을 때 미친놈이라고 말렸었음. 근데 지금은 그냥 서로의 직업에 대해 존중 해줌(가끔씩은 조립똑바로 하라고, 파업 그만하고 본인차 빨리 나오게 좀 해주라고 얘기하긴 함)
요즘 친구들끼리의 이야기의 관심사는 결국 자본주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서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임.
자랑하나 해보자면 같은시기에 일 시작한 9급친구와 자산차이가 꽤 많이남.
친구는 재테크 안하고 예적금만 해서 현재 자산 대략 1억초반이고
나는 재테크 하면서 굴린돈이 지금 대략 5억초반임. 둘다 검소함. 물론 재테크 차이도 있겠지만, 봉급차이에서 오는 시드가 굴러가는 스노우볼 효과도 크지 않나 생각함.
결론은, 사회적 인식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본인의 자아성찰을 통해 성향, 환경을 고려해서 최적의 직업을 선택하고, 본인 삶에 만족하는게 가장 우선이 아닌가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