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나아가더라도 내가 잘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 무렵이니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다.
그 후로 숱한 좌절의 연속이었다.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낸 적이 있기는 했었나?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최대성취는 늘 졌잘싸 수준에 그쳤고 그래서 실제로 내세울 만한 이야깃거리, 스펙, 성공담 뭐 하나라도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저 침묵할 수밖엔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대가를 치르는 건가 싶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서류를 정리하며, 내 대학 6년을 되돌아봤다. 정말 그저 숨쉬고 살기만 했구나 싶더라.
자기소개서를 쓰려니 한숨만 나왔다.
나는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정해진 길 위를 걷는 거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뭘 해본 적이 있기는 했나? 내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었나?
곧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아직도 확신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나 전망이니 하는 그런 고민들 보다도 애초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부정적인 대답만 돌아온다.
내가 뭐를 잘 할 수 있을지, 내가 뭐를 하고 싶은지 그런 자신에 대한 물음에는 대답조차 할 수 없다. 잘 모르겠으니까.
주변과 비교해보면 늘 열등감만 느낀다. 다들 참 똑똑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까지는 없더라도, 착실히 그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내 능력에 확신만 가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것만 확실히 하고 나면 적어도 정신승리하며 끊임없이 자기암시, 최면을 걸면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한 길이 험난하든 안락하든, 그 길 끝의 보상이 달콤하든 씁쓸하든 간에, 어쨌든 만족스러운 길이었노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내 진로와 관련된 영역에서의 적합성, 내 강점이 어떠한지조차 난 잘 모르겠다.
한편으론 다시 울적한 생각도 든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성과 일치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지 않는가. 내 능력에 자신감이 없더라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면 될 일 아닌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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