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전역한지도 한달이 넘어가고 그동안 솔직히 난 예전과 그닥 바뀐게 없이 그냥 하루종일 컴퓨터만 잡고 있어.
그나마 하고 있는게 운전 면허... 그리고 아버지가 배드민턴을 하셔서 집에 폐인처럼 있으니까 뭐라 하셔서 같이 나가서 치고 있어
물론 실력은 허졉... 아예 못치진 않아.
그럼 이어서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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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니 역시나 간부님이 계시더라고 그냥 진짜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그때 알수 있었지.
왜 이랬냐고. 차라리 자기 집으로 오지 왜 이랬냐고.. (부사관계열이라 집이 이 주변이였음..) 그러면서 xx아 사랑한다 하시면서
날 안아주시더라고;
근데 난 그냥 아무 생각도 안들더라고. 그냥 분위기상 눈물 흘려야 될것 같기도하고 그냥 머릿속이 텅 비었었어.
그리고 군복을 입고 모텔 밖으로 나갔지. 나가고 나니 간부로 보이는 사람 2~3명정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리고 차타고 부대로 다시 돌아갔지.
정말 고개를 못들었다. 부대 사람들을 차마 볼 용기가 안났어 너무 부끄럽고... 하지만 미안하지는 않았어.
그들에게 미안하기보다는 내 자신이 너무 못나서 부끄러웠어. 그리고 너무 억울하고 슬펐어
나는 왜 평타도 못치는 병신인건가... 나는 왜 남들보다 항상 모자란걸까... 왜.. 나는 생각이란게 있는놈일까?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많이 했었지.
그리곤 대대장님 출현. 이제 곧 헌병대에서 널 조사하러 올건데 말 잘해야 된다. 넌 할수 있다. 어쩌구 저쩌구... 하셨는데
솔직히 날 위해서 하시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도) 자기 진급때문에 뭐 내가 " 누가 갈궈서 그랬슴니다 어쨋슴다..."
이렇게 말할까봐 그랬겠지... 그럼 자기 진급에도 피해 올테니까.. (이미 피해 왔겟지만)
사실 탈영하는 그 날부터 난 사람을 절대로 안믿게 됬어... 그렇게 다짐했었고.
그렇게 진짜 고개한번 안들고 부대원들 얼굴 한번 안보고 헌병차량와서 타고 조사받으러 연대로 가게 됬다.
가는 내내 호랑이 같던 헌병대장... 솔직히 무섭지는 않았어. 이미 그냥 다 포기한 상태였거든... 그냥 날 죽이던지 살리던지...
난 모른다.. 난 포기했다.....
하지만 부모님 들먹이는거엔 정말 눈물을 참을수 없더라.... 나때문에 그 새벽에 내 부대까지 찾아왔다는 그 말...
전화로 간부들한테 계속 전화하셨다는 그 말... 어머니가 그렇게 우셨다는 그 말...
문득 예전에 첫 입대하고 집으로 가게 되서 아버지한테 개털리면서 어머니가 나 입대하는날 집에가는 차안에서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냐고 호통치던 생각이 오버랩 되더라고.
정말 너무 미안했어.... 내가 너무 한심하고 못나서. 너무 모자라서. 남들 같지 못해서... 그리고 항상 이렇게 실망만 시켜드려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정말 연대가는내내 울었던것 같아...;
나한텐 가족이 있었구나.... 가족이..... 내가 아무리 이런 병신짓을 해도 이렇게 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도 믿지 못하고 모두 날 싫어하고 병신취급하는 세상인줄 알았는데 나는 잊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나니까 아.. 더이상 잘못 되면 안된다... 더이상 부모님에게 잘못하면 안된다. 하는 생각이 싹트더라.
그래서 조사도 열심히 받고...; 뭐 잘하고 말것도 없지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니까.
그냥 세상이 좆같고 내가 병신이라서 병신같은게 병신같아서 탈영했다...
그렇게 영창 15일을 받게 됬어. 물론 여기엔 일찍 잡힌것과 내가 있던 간부님들이나 대대장님이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어쩌구 저쩌구해서.... 이렇게 됬어... 난 정말 축복받은 녀석일지도 몰라. 하지만 정말 난 지금도 신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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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눈물이 날 뻔했다... 그떄 그 생각을 다시 한번 하니까... 헌벙대 차량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