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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외로움 치료제라는 신상 독약"

Minerals : 5,020,122,873 / Level : 대장 대장
2025-07-08 23:36:16 (6개월 전) / READ :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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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가까운 친구 몇에게만 털어놓았을 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코미디와 요리 영상 사이로 인공지능(AI) 애인 광고가 불쑥 나타났다. 거품 목욕을 하는 그의 가슴에는 '한밤의 속삭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내가 싱글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빅테크 기업들은 외로운 이들에게 디지털 상품을 팔 방법을 찾아냈다. 연결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주겠다고 약속하지만, 바로 그 '연결'이 문제의 본질이다. 외로움을 전염병이라 부르는 순간, 이 감정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변질되고 '외로움 경제'가 탄생한다. 외로움이라는 보편적 인간 경험을 의학적 진단으로 재구성하면, 치료제를 만들고 팔 시장이 열린다. 이때 처방되는 약이 바로 '연결'이며, 빅테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외로운 사람들의 취약점을 파고들 기회를 포착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 동반자'가 인간관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사용자와 함께 살며 주변 환경까지 감지하는 AI 동반자를 개발하고 있다. 생성형 AI 챗봇 '레플리카'는 "인간 같은 AI 동반자를 사랑한다", "어떤 남자보다 레플리카가 나를 더 잘 이해한다" 같은 고객 후기를 내세운다. "친구는 떠나가도 갤럭시 AI는 당신 곁에"라는 광고도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데이팅 앱, AI 동반자는 외로움을 덜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있는 상태를 회피하게 만들어 외로움을 악화시킬 뿐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홀로 있는 자신을 마주하기 꺼려 극단적인 선택까지 불사하기에, 상업적 착취에 특히 취약하다. 1983년 뉴욕타임스가 외로움을 '국가적 전염병'으로 선언했을 때, 연구자들은 이미 외로움이 산업이 될 것을 우려했다. 로버트 와이스 당시 하버드대 교수는 1982년 한 학회에서 "외로운 사람들은 타인을 찾는 데 내몰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와 상관없이 어떤 해결책이든 시도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로움 산업'은 외로움이 타인과의 연결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한다. 초기 연구자들은 외로움이 어머니와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첫 관계가 성인기 관계의 청사진이 된다는 믿음이었다. 그들은 외로움의 공포를 아기 침대에서 우는 아기에 비유했다. 빅테크는 새로운 AI 동반자를 통해 사실상 위험 부담 없는 관계를 판매한다. 유년기의 이상을 재현하지만, 늘 곁을 지키던 어머니 대신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진 봇을 제공할 뿐이다.

    취약함, 실망, 타협, 거절을 감수해야 하는 인간관계와 달리, AI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과 시간에 맞춰 제공한다. 사과할 필요도, 용서를 구할 필요도, 불편한 침묵을 견딜 필요도, 상대방의 생각을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타인은 없고 오직 자신의 투영만 있을 뿐이다. 사용자는 화자이자 청중이 되어 언제나 인정받을 뿐, 어떤 도전도 받지 않는다.

    저커버그는 이 혁신을 '개인화 루프'라고 부른다. 더 솔직한 표현은 '외로움의 굴레'일 것이다. 물에 비친 자신에게 매혹된 신화 속 나르키소스처럼, 사용자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든다. AI 동반자는 외로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자신에게 몰두하도록 시선을 돌릴 뿐이다. 결국 이는 타인과의 고립으로 이어진다. 관계를 내 모습대로 재창조하려는 유혹은 신의 영역처럼 보인다. 위험도, 혼란도, 마찰도 없다. 하지만 현실 또한 없다.

    진짜 위험은 AI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실제 관계에 무엇이 필요한지 잊게 만드는 데 있다. 가장 단순한 업무와 상호작용마저 AI에 의존하도록 우리를 훈련시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잠식하는 것이 문제다. 외로움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치료제라며 파는 상품이 우리를 외로움의 굴레에 가둘 뿐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상품으로 치료할 수 없다. 그날 밤 AI 남자친구 광고를 봤을 때 불쾌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미지를 클릭해 보니 광고 타겟이 동성애 남성이었다. 알고리즘이 헛짚은 것이다. 그냥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 후로도 광고는 계속 온다. 가장 최근 광고 문구는 이랬다.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인간 같은 AI 남자친구." 이것 역시 헛짚었다. 나는 지금 외롭지 않다. 비참했던 연애를 끝내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책을 쓰고, 다시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외로움 때문에 뛰어들었던 관계에서 벗어났다. 외로움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임을 배웠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법은 몰랐고, 외로움에 직감을 내주고 말았다. AI는 이런 취약한 순간을 파고든다.

    AI 동반자라는 약속이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은 분명하다. 외로운 순간, 클릭 한 번으로 친밀감을 사고, 듣고 싶은 말을 들으며 위안을 얻기는 쉽다. 하지만 기기를 끄고 나면 당신은 여전히 혼자다. 실리콘밸리가 무엇을 하든,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로즈 힐은 책 '한나 아렌트'의 저자다. 현재 외로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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