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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논리적으로 신을 증명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1]

Minerals : 3,260,003,165 / Level : 대장 대장
2025-06-22 00:16:17 (6개월 전) / READ : 193

    "신의 전지전능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가 이전 페이지에서 나왔길래, 잠깐 짧은 소견을 끄적여 봅니다...


    저격 같은 의도는 정말 아닙니다만 게시판 규정 위반이라면 삭제하겠습니다.


    근데 게시판 탭을 이걸로 설정해도 되는지, 미갤에서 재미없는 철학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두괄식 3줄 요약~


    1. 인간의 이성은 인간의 신체와 능력이라는 한계가 있다

    2. 인간이 무한을 셀 수 없는 것처럼, 신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벗어난 개념이다

    3. 그러므로... 인간은 영원히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불가지론)





    오래전부터, 가톨릭 신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시 1)


    1. 신은 '가장 위대한(The Greatest) 존재'다.

    2. 신이 내 머릿속에서만 상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3.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신보다, 현실에 존재하는 신이 '더 위대한' 개념이다.

    4. 신은 '덜 위대'할 수 없으므로, 현실에 존재해야 한다.


    '아름다운 박사(Doctor Magnificus)' 안셀무스의 논증입니다.


    어떤 '존재'라는 개념 자체에 '현실에 있음'이라는 속성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고 여긴 것이죠. (칸트는 여기에 대해 그 유명한 "존재는 술어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비판함)


    안셀무스의 논증은 가톨릭에서 신앙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신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했던 최초의 시도라고 여겨집니다.




    예시 2)


    1. 모든 것은 그게 만들어진(운동하는) 원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2.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렇게 무한하게 거슬러 올라가면 나타나는 최초의 원인(제1원인)이 바로 신이다.


    '천사 박사(Doctor Angelicus)' 토마스 아퀴나스의 논증입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를 거의 그대로 베껴온 것입니다만.......


    어쨌든 과거부터 현대까지 요긴하게 쓰이는 만능 논리입니다.




    물론, 위의 예시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냥 말장난 아닌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거 같아도 저게 진짜라는 물증은 없잖아."


    예, 맞습니다. 안셀무스와 아퀴나스의 논증은 분명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데, 우리는 경험적으로 저 결론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ps. 논리학에서는 이걸 "타당성(논리적으로 참인가?)"은 있지만 "건전성(경험적으로 참인가?)"이 부족하므로, 애초부터 무의미한 논리라고 판단합니다)


    (ps2. 안셀무스와 아퀴나스의 논증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반론과 논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 생략....)


    논리학으로는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영원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영원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그만큼 위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논리학은 표지판이나 이모티콘처럼 인간들이 합의한 개념의 약속 체계일 뿐, 진실 그 자체를 가리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울 그 자체는 아니잖아요?


    논리학은, 언어는, 이성은 이것과 같습니다.




    자,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나는 통장에 1000경 원의 예금이 들어 있다

    2. 1000경 원을 가졌으면 부자다

    3. 그러므로, 나는 부자다



    이 논증은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하게 타당'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림보에서 관뚜껑 부수고 부활해도 절대 이 논증을 반박할 수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1000경 원이 없다는 사실을 영원히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저도 비밀계좌의 존재를 인증하지 못하니 그건 거짓말이라고요?


    아닙니다.



    1. 저는 정말로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1000경 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 제 계좌는 완벽하게 인간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난꾸러기 요정들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3. 그런데 요정들은 제 눈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도 제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 논증 역시 완전무결하게 타당한 논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장난꾸러기 요정 따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통장에서 돈을 훔쳐가는 요정은 있는 거 같음), 평범한 소시민에게 거액의 비밀계좌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죠....


    즉, "논리적으로 타당한 사실"과 "우리가 경험적으로 파악하는 사실"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들입니다.


    인간의 논리학은 "진짜 1000경 원(참)"과 "상상 속의 1000경 원(거짓)"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걸 칸트의 <상상 속의 은화> 논증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한다 한들, 그 결론이 진짜 참인지 거짓인지는 영원히 모를 일이라는 소리죠.


    오로지, 우리가 공동으로 약속한 논리체계 내에서만 한정적인 진실성을 가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논리학은 아무 의미 없는 쌩 헛짓거리인가?


    아뇨, 논리학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에 한정해서 충분히 진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우리는 명백하게 무언가를 경험하고 느꼈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과학이 대표적인 경험적 진리)


    다만, 신의 존재 여부나 신의 능력 따위에 대한 호기심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고,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도 아마 존재할 테니까 인간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잘 구분해야겠죠?






    이런 비유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보면....


    "우리가 신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하려는 모든 명제들은,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으며 심지어 무의미하다"


    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신할 수 없으므로,

     

    철학자들 중에는 의외로 무신론자가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한발 물러나서 불가지론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죠 (물론 무신론자도 찾아보면 꽤 많음)




    아.....


    쓰다 보니까 중언부언 지저분하고 난잡한 글이 되었는데,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런저런 시각들이 있다더라" 하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쓴 글도 100% 참이라고는 절대로 확신할 수 없으며, 논리적 비약이나 오류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제 말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ps)


    "본문은 교묘한 말장난일 뿐, 과학적 근거가 없는 궤변이다"라는 비판도 물론 타당합니다.


    하지만 과학은 '경험적 세계'의 '경험적 사실'을 밝혀내는 도구입니다. 인간이 영영 경험할 수 없는 '초월적 사실'은 과학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죠. 과학적 방법론으로 초월적 사실을 판단하려 하는 행위는, 마치 소머리국밥 레시피로 전투기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범주 오류'에 해당됩니다. (물론 그런 시도 자체가 나쁜 건 절대 아님)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 '초월적 사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유물론을 주장한다면, 그는 자기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게 됩니다.


    유물론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조건"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인간 개체들의 유사성을 귀납적으로 열거하더라도 모든 인간들은 자신이 100%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어쩌면 내가 "덜 인간일 수도" 있는 거죠.


    이것은 유물론에 대한 가장 전통적인 비판입니다.


    (물론 유물론자들도 전투력 하면 알아주는 파벌이라, 현재진행형으로 치열한 논쟁이 뒤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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