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함께 집을 샀다.
변변치않았던 사정으로 인테리어는 손수하기로 했다.
집 개조 부분은 그의 담당이었다.
예를 들자면 , 부엌을 안방으로 바꾸는 것처럼.
반면, 오래 된 벽지 제거는 내 담당이었다.
전 주인은 모든 벽은 물론이고 심지어 천장까지 벽지를 붙여놓았다.
벽지 제거는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만족감을 주는 작업이였다.
최고는 벽지를 길게 떼어낼 때였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벽지 떼는 작업을 나만의 게임으로 삼고 최대한 길게 뜯어내기 시작했다.
방마다 벽지 끝자락에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하루는 밤에 궁금증이 폭발한 나머지 이름을 검색해보았는데
실존 된 사람의 이름이었다.
함께 적힌 날짜는 다름 아닌 실종 된 날짜였다.
다음 날 나는 벽지에서 발견한 이름과 날짜를 정리해서 목록으로 만들었다.
정리한 이름과 날짜는 검색 기록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곧장 이를 범죄전담팀으로 넘겼다.
우연히 지원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맞네, 사람이네"
"사람?
뭐가 사람이에요?"
"부인,
벽지를 뗐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느 방이었습니까?
제거하신건 벽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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