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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무섭다 [8]

탈퇴한 회원입니다
2014-09-18 18:46:29 (11년 전) / READ : 2981

    밤이 무섭다.

     

    고, 그가 말했다.

     

     

     신토, 쿠로키자카 4번지. 세미나 맨션 11층 2호실.
     그것이 그의 집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래, 단순히 A씨라 칭하자.
     A씨는 막 스물이 된 학생이며, 올해 봄 무렵 새로이 입주했다.


     생전 처음했던 이사. 생전 처음 경험한 단독생활. 생전 처음 보는 마을.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A씨는 새로운 생활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조금씩 후유키 시에 적응해갔다.

     예전부터 A씨는 혼자있는 쪽이 편한 성격으로, 특별히 친구가 없는것도,

     옆집에 사는 이가 『모르는 사람』이라해도,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편하다.
     툭하면 방에 쳐박히기 일쑤인 A씨는, 그 누구에게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새로운 생활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A씨의 생활에 불만은 없었다.

     단지 말해 보자면 두 가지 정도.
     현관까지의 길고 긴 복도와,
     1개월 정도 전에 이사 온 가족의 구제할 도리도 없는 천박함을 제외하면.

     

     

     봄 무렵, 이곳에 이사올 때 부터 그 불만... 아니, 불안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월 0X만의 4LDK의 집이었다.

     

     규모에는 별 문제 없다.
     독신이길 좋아한다해도 A씨는 고급지향이라, 깔끔한 생활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거실은 넓으면 넓을 수록 좋다.
     바깥 세상을 싫어하는 그에게 있어, 이곳은 안락의 장소였다.
     안락의 장소는 넓고 온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쉽게 더러워지면 안된다. 너무 어두우면 안된다.

     

     

     그렇다.
     A씨는 혼자이길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타인을 신용하지 않을 뿐.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침입해 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A씨가 세미나 맨션을 고른 가장 큰 이유에, 또 한 가지 고려한 것이있다.

     현관에서 거실까지의 거리.
     가장 집을 방문할 때 지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내부로 들어오기 위해서,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복도의 길이였다.

     

    ss.jpg 






     거실에서 현관까지는 4M정도의 일직선으로 그 도중엔 수납장도, 욕실도 없다.
     맨션이라 하기엔 이상할 정도로 긴 복도였으나, 그 길이가 A씨의 마음에 들었을테지.

     


     이상적인 넒이의, 이상적인 진입로.
     입구를 멀리 칸막이와 같이,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경계.
     그 복도야말로 진짜 『현관』이라 설명해도 될 것 같은, 정말 특이한 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생활해 보니, 이 복도가 신경쓰였다.
     이렇게나 멋진 길이인데 어째서 신경쓰이는 걸까,

     그는 머리를 조여 몇개월의 시간동안 고민하던 중 알아차렸다.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이 길고 긴 복도엔 조명등이 걸려있지 않았다.

     결정적인 단점답게, 조명을 달 곳조차 보이지 않는다.

     타 가정의 복도엔 모두 달려있는 모양이지만, 이 11층 2호실만이 예외인 모양이었다.

     


     정말 바보같은 이야기다.
     조명을 달지 않은 업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몇개월간 살면서 그런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이 이상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일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시점에서, 그는 문제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을이 되고, 11층 1호실에 입주자가 들어왔다. 
     어느곳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행복한 가정.
     젊은 부부와 3살 정도 된 듯한 딸 아이 한명으로, 입주 당시 간단한 인사를 나눈 정도의 사이였다.
     A씨가 알고 있는 것은 그 가족의 이름이 XX라는 것, 딸 아이가  *#란 이름을 가진 정도.

     

     

     세미나 맨션은 1층에 두호실 밖에 존재하지 않는, L자 형의 건물이다.
     L자의 중심에 입구가 있고, 그 옆의 두 직선이 호실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는 엘레베이터와 비상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고,

     A씨는 입구에서 XX부부와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만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다.

     

     

     『오빠. 버튼, 눌러줄래?』

     

     만날 때마다, 소녀는 말했다.
     엘레베이터의 버튼은 소녀의 머리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다.
     손을 뻗으면 닿지 못할 것도 없으나, 어째서인지 소녀는 어깨보다 높이 손을 올리려하지 않았다.

     

     

     아직 3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혼자 외출한다, 라는 것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A씨는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소녀와는 11층의 입구 뿐만 이니라, 1층 입구에서도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소녀는 엘레베이터 앞에 움츠려 앉아, A씨가 귀가할 때,

     혹은 외출하기 위해 현관에서 나오면 고개를 들어 말한다.

     

     

     『오빠. 버튼, 눌러줄래?』

     

     그런 일상을 몇번인가 반복하는 사이에, A씨는 소녀의 이름을 알았다.
     어차피, A씨는 소녀를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진 않았다. 타인에 대한 흥미가 없었던 탓이다.

     언제나 붉은 코트를 걸치고 있었기에 A씨는 소녀를 『빨강이』로 이름붙였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A씨는 내성적인 청년이다.
     그는 자신의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 바깥 세상엔 관심을 가지는 일 따윈 없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벽 넘어에서 들려오는 옆 호실의 말소리라든지,

     이틀에 한번씩 들려오는 소녀의 울음 소리라든지, 비명이라고 불러야할 여자의 고함 소리라든지,

     소녀가 팔을 어깨 위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골절된 상태로 방치한 휴유증이라든지,

     붉은 코트는 얼굴에 난 멍을 숨기기 위해 아버지가 강제로 입힌 것이라든지,

     뭐, 그런 일들을 말하는 것이다.

     

     

     현관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호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A씨의 현관은 너무 멀었다.
     몇 M나 떨어진 거리에서의 비명이기에, TV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흘려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지, 그날 밤은 한층 더 시끄러웠다.
     유리가 깨지는 듯한 고함 소리.
     사이렌과 같은 울음 소리.
     입구에서 들려오는 난폭하게 문을 여닫는 소리.
     똑똑, 하며 A씨의 방으로 흘러 들어오는 어떤 소리.

     

     

     시간은 오전 2시. 홀로 심야방송을 즐기고 있던 그도, 오늘만큼은 흘러들을 순 없었다.
     주위에 폐를 치지지 마시오, 라며 한소리 날려주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일으켰다, 다시 몸을 눕힌다.

     

     ...........뭐, 곧 멈추겠지.

     옆 호실의 가정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든, A씨가 알바는 아니다.

     귀찮아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쓸데없이 그들과 말싸움을 주고 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든 자업자득이다.
     자기네들의 문제는 자기네들이 해결해야하는 것이라며 A씨는

     TV리모콘을 쥐고는 볼륨을 5단계 정도 올린다.

     심야 방송이 끝나고, TV를 끄고 잠들 무렵엔 언제나와 같은 정적이 가득한 밤이 되어있었다.

     

     

     다음 날, 옆 호실의 주인이 부인에게 살해당한 것을 A씨는 알게되었다.
     경찰로부터 사정청취를 받은 것은 처음하는 경험이었다.


     어제 심야, XX ---[부인]은 XX -[남편]를 말싸움 끝에 날카로운 도구로 살해.

     외동딸인 *#를 나이프로 벤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어젯밤의 일을 물어오는 경찰에게, A씨는 『자고있었기에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예의있게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그런 그에게, A씨는 한가지 질문을 했다.

     

     

     『저기, 외동딸은 어떻게 되었나요?』


     경찰은 고개만 살짝 이쪽으로 돌리곤,

     


     『흉기엔 혈액 반응이 남아 있으니까, 찔린 것은 틀림없습니다.

        출혈량으로보아 치명상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라고.
     기분 나쁘다는 듯한 말투로, 젊은 경찰은 말했다.

     

     

     『시체가 없었습니다. 어디에도.
        집안에도, 도망쳐나온 입구에도.』

     

     간단한 이야기였다.
     『빨강이』-소녀-는 어머니에게 나이프로 베인 후, 입구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소녀가 이동한 흔적은 없었다.
     혈흔은 엘레베이터 앞에서 멈춰있었다고 한다.

     

     

     『어째서 엘레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 그 전에 어째서 옆 호실의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걸까요.

       아무리 패닉상태였다해도, 벨을 누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오빠. 버튼, 눌러줄래?』

     

     

     A씨는, 소녀에겐 어느쪽 버튼이든 너무 높았다고 말하진 못했다.

     

     

     경찰이 돌아가고, 현관에 혼자 남겨진 A씨는 상상한다.
     오전 2시. 광분한 어머니로부터 도망쳐 입구로 나와도 출구가 없어,

     눈물로 젖어버린 얼굴로, 필사적으로 A씨의 문을 두드리는 소녀의 모습을.
     


     결국.
     소녀의 시체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뒤로 몇일 후.
     심야, 어느 시각이 다가오면 언제나와 같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A씨는 알아차렸다.
     소리 자체는 아주 작다. 의식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음량이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A씨는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라며 흘려 보냈다.
     

     

     소리는 매일 밤 울려퍼진다.
     쾅, 쾅.
     들리지도 않을 것 같은 작은 주제에 신경 쓰이게 만드는 소리.
     그것이 창문이 아니라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 눈치챈 A씨는

     

     

                                                                        『밤이 무서워

     

     

     긴 복도를 지나, 현관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라며 인터폰으로 불러본다.


     대답은 없다.
     그렇게 작기만 하던 소리는, A씨가 현관 앞에 도착한 순간,

     

      

     
     현관 문의 구멍으로 밖을 살핀다.
     둥글게 변한 시계. 작고 깨끗한 입구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연갈색의 바닥에 붉은 반점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입구엔 아무도 없었다.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A씨는 구멍에 안구를 접근시킨다. 아무도 없는것 아니다. 사각에 있기에 보이지 않을뿐.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구멍의 바로 아래. 보이지 않는 시계에 무언가,

     

     

     

                                                                                           『열어줘

     

     

     붉은, 천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문에 바짝 붙어있어....................

     

     

     긴 복도를 가로질러 도망친다.
     시계는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심야의 방문객은 매일 찾아온다.
     소리는 매일밤 울려 퍼진다.
     A씨는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
     오늘 밤도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탓이라며 무시할 수 있는 작은 소리.

     

     

                                                                  밤이 무서워.

     

     

     하지만 그것은 이미 심층에 스며들어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정신을 갉아먹어가는 나이프와 같았다.

     

     

     

     날이 갈수록 A씨의 정신은 한계를 향해 달려간다.
     가을 끝나고.
     이젠, 시간에 상관없이 소리를 들어버리는 상태가 된 그는,
     그날 밤, 결심했다.
     문에 바짝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겠다고.

     

     

     긴 복도를 걸어간다.
     현관의 작은 틈으로 입구의 빛이 스며들고 있다.
     긴, 불빛 하나 없는 복도를 지나, 그는,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거기엔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다.
     귓 속에 울려퍼지던,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던 노크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이런 바보같은 일이 실제로 있을리가 없다.

     

     처음부터, 소리도 붉은 천조각도 없었던 것이다.
     하하, 하, 하.
     웃음과 안도가 땀을 쏟아낸다.
     차가워졌던 몸이 급속하게 온도를 되찾아간다.

     

     

     단순한 환각이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자신은 그 사건을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죄의식을 느끼고, 제멋대로 피해망상을 펼친것이다.
     이제 그것도 없을 것이다.
     그 죄는 문을 연 시점에서, 끝난 것이니까.

     

     

     후우.
     이마의 땀을 훔치며 현관문을 닫는다.
     문을 잠그고 고개를 든다.
     눈 앞에는,
     마음에 들어했던, 길고 긴 어두운 복도가,

     동공이 확대된다.

     


     복도 한 가운데, 무언가가,


                                 빨간 코트를 입고있다.


     기억에 있는 어느 시체가,

     

                          

     그것은 무언가를 흉내내고 있는듯 했다.
     이유도 없이, 들으면 죽는다, 고 A씨는 확신했다.


     어둠에 잠긴 입술이 열린다.
     나이프로 도려낸 수박 같다.
     『빨강이』는, 피범벅인 목소리로,

     

     


    YDPy5r.gif


     

    오빠.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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