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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 7 [3]

Minerals : 2,857,061 / Level : 중사 중사
2014-07-03 19:33:13 (12년 전) / READ : 2706

    진은 카메라를 들고 그 나무를 찍으려 했다.

    진 [응? 어이~ 잠깐만 와봐.]

    뭔가를 발견하곤 나를 부르는 진. 나는 조심스레 진 근처로 갔다.

    진 [이거....전에는 없었지?]

    그가 가리킨 곳은 무수한 사진들이 박혀 있는 근처.
    이건 전에도 있었....


    아니....

    사진이 달랐다.


    이전에 봤던 4~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 사진 옆에 사진이 또 붙어있었다.
    사진 상태로 봐서 며칠 정도 전에 박아 놓은 듯 했다.
    예전에 봤던 사진은 이미 비바람에 닳아 간신히 사람 사진인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사진 역시 4~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였다.
    이 떄 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새 사진이 나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진은 사진이 박힌 나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진 [이제 남은 건 비밀 기지에 있는 그 글자들인가.]

    그러면서 또 다시 달렸다.
    나는 근처에 중년 여자가 있을 것만 같았기에, 당황하면서도 바로 진을 쫓았다.


    비밀 기지에 가까이 갔을 쯤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나 [진!! 잠깐만!]

    평상시라면 비밀 기지의 지붕이 보이는 위치에 왔으나 지붕이 안보인다.
    진도 그걸 깨달은 듯 했다.
    머리속으로 [중년 여자]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가슴의 고동이 격렬해졌다.

    진 [뒷길로 가자.]

    나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뒷길은 평상시 다니던 길과는 다른 뒤쪽 수풀로 진입하는 길이었다.
    이 길은 비밀 기지에 적이 습격해왔을 때를 위해 만들어둔 길.
    만들 때는 놀이로 만들었지만, 설마 이런 형태로 도움이 될 줄은...
    이 길이라면 비밀 기지에 [중년 여자]가 있다 해도 발견될 확률이 낮다.
    나와 진은 바닥을 기어서 비밀기지 뒤쪽 수풀 속 터널을 통과했다.

    그리고 비밀 기지 근처에 도착했을 쯤, 이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비밀 기지는 산산조각나있었다.

    한동안 제자리에서 주위 상황을 살폈지만 중년 여자는 근처에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수풀 속에서 빠져나와 비밀 기지가 있었던 장소로 다가갔다.


    산산조각난 비밀 기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고 싶어졌다.
    비밀 기지는 나와 진, 쥰 그리고 해피와 터치의 집이었으니까.
    산산조각난 잔해 옆에 큰 돌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 누군가가 이걸 비밀 기지로 던진 것 같았다.

    누군가? 아니....분명 [중년 여자] 일테지...

    진은 아무 말 없이 사진을 찍었다.
    잔해를 파헤쳐 발견한 나무에 새져진 글자들도 찍었다.
    그러던 중 잔해 틈새에서 터치의 시체를 발견했다.


    해피와 터치.
    우리는 그 날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두마리의 친구를 잃었다.


    진 [좋아. 이 카메라, 빨리 현상해서 경찰한테 가자.]

    그리고 우리는 산을 내려와 근처 파출소를 향해 달렸다.
    카메라에 찍힌 사진만 보여주면 그 여자는 체포될 거고 우리는 살 수 있다.
    이 생각만 하며 달렸다.

    가는 도중 사진관에 들려 사진을 현상했다.
    완성은 30분 뒤라고 했기에 가게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동안 진과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사진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30분 뒤.


    기다리던 사진이 나왔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재빨리 움직였다.
    가게 점원은 조금 이상하단 표정을 하면서,사진이 들어간 봉투를 내밀었다. 
    개 시체나 못에 박힌 여자애 사진이 내용물이니까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봉투안의 사진을 전부 확인한 뒤 대금을 지불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파출소로 발을 옮겼다.

    이걸로 모두 끝이야.

    우리는 파출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경관 [응? 무슨 일이지?]

    안에 있던 젊은 경관은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우리 [[도와주세요!!]

    우리는 그 날 밤 있었던 이야기를 경관에게 들려주었다.
    증명사진도 한 장 한 장 꺼내보이면서.
    그리고, 지금도 [중년 여자]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경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부모님에겐 이야기 했냐고 물었다.
    아직 말하지 못했다고 말하니,

    경관 [그러면 집 전화 번호 가르쳐줄래?]


    진 [어째서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는 거에요. 그 여자가 노리는 건 우리라구요!]

    그러면서 절박하게 외쳤다.
    덧붙여 진네 부모님은 의사랑 간호사. 
    고등학생인 형은 근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우리 세사람 중 가장 유복한 집이었만 동시에 가장 엄격하기도 했다. 

    그 날밤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놀러갔다가 이런 일에 말려든 게 밝혀지면
    나랑 쥰도 문제지만 신이 가장 크게 벌을 받을 건 분명했다.

    진 [제발 도와줘요! 경찰이잖아요!]

    그 말에 경관은 조금 쓴 웃음을 지으며,

    경관 [너희들, 초등학생이지? 이런 일은 부모님과 상의해야만 해.]

    그렇게 당분간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관이 말했다.

    경관 [그럼 너희들 담임 선생님 성함은 뭐야?]

    우리에게 있어서 부모님 못지 않은 위협이었다.
    경관은 우리들의 부모님이나 책임자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된단 입장이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부모님이나 담인은 벌을 주는 존재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마음속에 눈앞에 있는 경관에 대한 불신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결국 부모님에게 들킨다...라는.


    이 경관은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은 거 같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구하고 있는 부모님이니 담임이니 하며 말만 돌리고.
    [중년 여자] 에 대한 증거로 사진까지 가져왔건만...
    나는 경관에게 한번 더 사진을 꺼내보이며 말했다.

    나 [개를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는 여자라구요!]

    그러자 경관은 잠시 침묵하더니 뜻밖의 한마디를 꺼냈다.

    경관 [뭐? 이게 개라구?]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 싶어서.
    경관은 계속해서,

    경관 [아니, 너희를 못믿는 게 아니야.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여기가 머리?]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몰랐던 것 같다.
    나는 해피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나 [그러니까....]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이 사진은 객관적으로 보자면 개 시체로는 안보일지도...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갈색으로 변색된 뼈와 듬성 듬성 남아 있는 털.
    우리는 해피가 죽은 다음 날 모습을 봤기 때문에, 부패가 진행되었어도
    원래 모습을 알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덜거리는 걸레 정도로 보일 것이다.


    나는 다른 사진도 냉정하게 살펴봤다.
    나뭇판에 새겨진 저주의 글자, 여자애 사진에 박힌 못.
    어떤 것도 [중년 여자]와 연결시키긴 어려웠다.
    혹시 경관은 어린애 장난으로 생각해서 부모님이나 담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가?
    나는 이대로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 [분명히 부모님한테 연락할 거야.]

    나는 진에게 작게 속삭였다.
    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턱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진은 갑자기 바깥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 역시 그를 따라 파출소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경관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경관은 결국 뒤쫓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장난을 치러온 꼬마애들이 거짓말을 들통날 것 같아서 도망친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는 경관이 뒤쫓아 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 골목길에 앉아 향후에 대한 일을 논의했다.


    나 [지금부터 어떻게 하지?]

    진 [...그게....]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였던 경찰의 도움은 소득도 없이 사라졌다. 

    이걸로 전부 해결된다.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충격도 컸다.

    나 [이대로 가면 그 여자한테 집주소도 들킬 거야...]

    나는 무서웠다.

    진 [....당분간은 그 여자랑 마주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

    나 [이제 무리야! 쥰의 학년이랑 반까지 알고 있으니까 우리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구!]

    진 [하지만 그 여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 진짜 있을까?]

    나 [뭐?]

    진 [일전에 우리들 그 여자랑 만났잖아. 만약 뭔가 할 생각이라면 그 때 했을 거야.]

    나 [......]

    진 [거기다...산에는 우리들을 저주하는 건 안 보였잖아?]

    나 [......]

    분명 산에 갔을 때 우리들에 대한 저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비밀 기지는 부셔버렸지만.
    여자애에 대한 사진이 늘어나긴 했지만... 
    우리들...특히 이름까지 들통난 쥰에 대한 저주도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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