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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6

Minerals : 2,857,061 / Level : 중사 중사
2014-07-03 19:31:01 (12년 전) / READ : 2399

    나는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 때의 그 얼굴이 플래시백해서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틀림없이 그 여자는 [중년 여자] 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걷기만 했다.
    언제 덤벼들지 몰라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몇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나이토 [뭐야, 저 눈초리! 저 아줌마 분명 정신이 이상해 ww]

    사사키 [이렇게 쪄죽을 듯이 더운데, 저 모습은 대체 뭐야? www]

    그들은 중년 여자를 바보취급하며 웃었지만, 나와 진은 웃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사사키가 말했다.

    사사키 [에...들렸나? 이쪽 계속 보고 있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중년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납인형 처럼 무표정했던 [중년 여자]의 얼굴에 씨익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번졌다.

    등골이 얼어붙는 다는 건 이런 것인가.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지에 소변을 지렸다.
    들킨건가? 내 얼굴을 생각해낸 거야? 들켰다면 어째서 덮치지 않는거지?
    내 머릿속은 그것에 대한 생각들로 꽉 찼다.


    이제 놀러갈 상황이 아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여자가 안보이게 되자 나는 진의 팔을 잡으며,

    나 [돌아가자!!]

    진은 내눈을 한동안 쳐다본 뒤,

    진 [아, 오늘 학원 가야 하는 날인데. 먼저 돌아갈께]

    나이토, 사사키와 헤어진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집이랑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서 진에게 말했다. 

    나 [그 여자야. 그 눈초리, 분명 우리를 찾으러 온 거야!]

    진 [명찰로 이름을 알려고 한 건가. 학년이랑 반은 쥰의 가방 때문에 알고 있었을 테니.]

    나는 아직도 냉정하게 생각하는 진의 태도에 화가 났다.

    나 [끝났어!! 이제 도망칠 수 없어!! 분명 이제 곧 집 주소도 알아낼 거야!]

    진 [역시 경찰에 말하자. 이대로는 안돼. 도움을 받자구.]

    나 [.....]

    나는 그저 침묵했다. 분명 그외에 수단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 [하지만 경찰한테는 뭐라고 말해?]

    진 [산이야. 그 산에 남겨진 사진이나, 터치의 시체.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그 여자가 위험인물이란 증거를 보여주면 경찰이 체포할 거야!]

    나는 진의 말에 납득했지만, 그 산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일 방과후, 우리는 산에 돌아가 보기로 약속했다.


    내일 산에 가보기로 약속한 나는 바로 귀가하려 했지만,
    [중년 여자] 가 어디에 잠복해있을지 몰랐기에 빙 돌아서 가야 했다.
    평상시라면 20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진에게 전화했다.

    나 [집 위치를 들키거나 하진 않았겠지? 오늘 밤 무서워서 못잘 거 같아.]

    나는 스스로가 이정도로 겁쟁이일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오두막 한가득 새겨져있던 저주의 문구를 본 쥰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게 이해됐다.

    진 [괜찮아. 그렇게 바로 들키진 않을 거야.]

    이떄 나는 진이 내 형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날밤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면서 밤을 지샜다. 
    씨익하고 웃는 중년 여자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 방과 후. 우리는 그 산을 오르기로 했다.



    나는 산에 들어가는 걸 주저했다.


    [중년 여자]

    [시체가 된 터치와 해피]

    [무수하게 박힌 대못]


    머리속에서 그 날밤의 사건이 꿈틀거리며 되살아난다.
    나는 진쪽을 쳐다봤다. 진은 아무 말없이 산을 올려다 보았다.
    진도 분명 부서울 테지.
    역시 들어가는 건 무섭다...나는 그가 이런 말을 해주길 기대했다.

    진은 바지주머니에서 1회용 카메라를 꺼내 들더니,

    진 [좋아.]

    그렇게 말한 뒤, 산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뒷모습에 끌려가듯 따라 달렸다.
    진은 되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진을 쫓았다.
    혼자 남는 것은 무서웠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진도 무서워한 것 같다.
    무서우니까 더욱 더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달린 것이리라.

    점점 그 장소가 가까워졌다.
    생각해내고 싶지 않았지만 저절로 그 때 광경이 되새겨졌다.
    마음속 가득 공포가 몸을 폈다.
    두려움에 다리를 놀리기 힘들어졌을 쯤 그 장소에 도착했다.


    [중년 여자가 나무에 못을 박던 곳]

    [중년 여자가 터치와 해피를 죽은 곳]

    [중년 여자가 나를 땅바닥에 내팽겨 쳤던 곳]



    [중년 여자와 만나버린 곳]


    나는 누군가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누군가가 아닌 [중년 여자]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산속의 정적과 내 마음속 공포가 만나 싱크로했다.
    멈춰 선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진은 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진은 뭔가를 찾아낸 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진 [해피....]

    그 말에 나는 몸의 떨림도 잊고 진 옆으로 다가갔다.
    해피는 이미 흙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썩어서 드러난 두개골 중심에는 조금 녹슨 못이 여전히 박혀 있었다.
    보고 있기 불쌍해 못을 뽑아 주려 했지만, 진이 나를 제지하곤 사진을 한장 찍었다.
    나는 냉정한 진의 태도에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못을 뽑으려 했다.
    두개골에 꽂혀있는 못을 잡은 순간, 두개골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물처럼 솟아오르는 작은 벌레들이 무서워, 더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속이 메쓰꺼워진 나는 그 자리에서 토해버렸다.
    진은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두드려줬다.

    나는 그 날밤 해피와 터치를 죽게 내버려둔 주제에, 또 다시 해피를 방치해버렸다.
    나는 너무나 약하고 최악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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