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
채팅 1
게임 0
유물

할 수만 있다면 제가 대신 죽을게요

Minerals : 8,106,934,827 / Level : 대장 대장
2025-09-28 00:00:49 (3개월 전) / READ : 106
    나는 교통사고로 한 아이를 죽였다.

    끔찍한 죄책감을 느끼며, 나는 아이의 부모에게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애 대신 죽고싶노라고.

    삼 주 뒤, 새로운 의료 기술이 발표되었다.한 생명을 담보로 또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수술법이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르기 전까지, 나는 내 살려는 의지가 남아있었음을 잊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부모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나와, 둘에게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이의 부모가 짓는 표정을 두 눈에 담은 순간, 나는 다시금 죽고싶다고 생각했다. 부부의 아들을 죽인 것은 나였다.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의 장기가 받은 충격은 생명유지 장치와 혼수상태라는 두 진창의 손에 소년을 떨어뜨렸다. 의사들은 소년이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소년의 부모에게 용서를 빌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죽고싶노라고 외쳤다.

    아이의 엄마는 그저 희망을 잃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분노, 고통, 경멸에 가득 찬 얼굴은.

    어쩌면 소년의 아버지는 내 발악이 얼마나 속 빈 거짓말인지 눈치챘기에 그토록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했을지 모른다. 나조차도 당시에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거짓인줄 알지 못했는데 말이다.




    새로 개발된 뇌 이식 기술 뉴스가 발표되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결코 안도감이 아니었다. 내가 느낀 것은 오직 공포 뿐이었다. 소년의 부모가 내 뒤를 쫓아 내 몸을 포기하라고, 내 입으로 내뱉은 정의를 실천하라고 소리치지 않을까,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하루하루 그들의 전화가 올까 벌벌 떨며 지냈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럴 가능성은 점점 옅어져갔다.


    어느 날,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무심코 현관문을 연 나는 심장이 덜컥 멈추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는 소년의 부모가 서있었다. 소년의 아빠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소년의 엄마는 그를 보호하는 어미새처럼 중년의 남자를 한 팔로 꼬옥 껴안고 있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한 단어가 간신히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난 못해요."

    어물거림이 소리가 되어 내뱉어지기 직전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을 용서한다고 전해주라더군요."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소년은 둘에게 마지막 담소를 나눌 기회도 주지 못한 채 그 날 세상을 등졌었다.


    "누가 말입니까?"

    나는 물었다. 의사들이 틀렸었기를, 소년이 자리를 훌훌 털고 말끔히 살아났기를 감히 바라며.


    남자는 모자를 벗어 손에 쥐었다. 발갛게 충혈된 이마의 수술 흉터가 드러나 보였다.


    "제 아빠가요."
    신고
    • 댓글이 0 개 달렸습니다.
    글목록 이전글 다음글
    글쓰기


    🎪공포/미스테리 관련글을 올려주세요!!🎪설윤 25.06.22추천 6
    인기게시물 미네랄 보상 중지 YGOSU2 25.12.24-
    [썰] 모스크바의 비밀 대피소 : 메트로-2 설윤47825.10.12추천 1
    [사건/사고] 이혼 소송 변호사도 놀란 역대급 불륜 사건. (1) 청담동백호72725.10.11추천 1
    [사건/사고] 얼마전 미국 경찰이 공개한 cctv (1)청담동백호68625.10.11-
    [사건/사고] 혐오주의) 비번 경찰 살인 미수 사건청담동백호75225.10.11-
    [공포] 숨바꼭질뚱초단38725.10.10-
    [공포] 뒷산뚱초단28625.10.10-
    [공포] 머리카락뚱초단29525.10.10-
    [공포] 보충수업뚱초단25325.10.10-
    [사건/사고] 일본 사법 역사상 최악의 사건 '하카마다 사건' 설윤43125.10.08-
    [사건/사고] Sora 2로 만든 1996년 북진통일에 성공한 대한민국청담동백호37225.10.07-
    [사건/사고] 범행동기 외에 모든 것이 의문인 미제사건 청담동백호42125.10.07-
    [사건/사고] 우당탕탕 해병불장난ㄷㄷ (탄약고 옆)청담동백호37125.10.07-
    [사건/사고] 19년만에 무죄로 밝혀진 사건. (1) 청담동백호44625.10.05-
    [사건/사고] 재벌2세 양아치가 사고쳤지만 모두 이해해줬던 사건 (1) 청담동백호47425.10.05-
    [사건/사고] "4억원 어치 골드바 살게요"…할머니의 다급한 요구에청담동백호39725.10.05-
    [사건/사고] 어제 의식 잃었다가 생존한 한석준 아나운서 근황. 청담동백호46725.10.05-
    [사건/사고] 최근 중국 불꽃놀이 대참사 (1)청담동백호53525.10.04추천 1
    [사건/사고] 삼성 '트라이폴드폰' 핵심기술 유출…65억 받고 중국에 넘겼다 청담동백호37025.10.04-
    [사건/사고] 직장 내 괴롭힘에 끝내…강원랜드 "기간제는 근로자 아냐. 내부조사 중단." 청담동백호34725.10.04-
    [사건/사고] [충격] 중국계 조직 동남아에서 취업사기로 한국 청년 1000명 감금·폭행…마약·범죄 강요청담동백호30025.10.03-
    [사건/사고] 단순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애플 리버 살인사건 (1) 청담동백호31025.10.03-
    [사건/사고] 강간 살인 사건 - 키르기즈에서의 사형제 부활 논의 청담동백호32125.10.03-
    [공포] 무서운 이야기 4 릅정후24525.10.03-
    [공포] 무서운 이야기 3 릅정후17525.10.03-
    [공포] 무서운 이야기 2 릅정후18125.10.0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