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10살 때 쯤 있었던 일이야.
그때 할아버지 먼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 갈 일이 있었어.
나랑 생전 얼굴 한번 못봤던 분이라 슬프고 뭐 이렇다기보단
어린마음에 좀 오싹하고 그렇더라.
근데 내 동생은 그때 너무 어려서 결국 나랑 엄마 아빠만 가고 동생이랑 할머니는 집에 계시기로 했어.
그런데 할머니가 출발하기 직전에 나만 따로 부르시더니
잠깐 할미 앞에 앉아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가만히 할머니 앞에 앉았는데,
대뜸 할머니가 OO이 머리에 뭐가 붙었다면서 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내셨어.
많이 자르거나 거칠게 하고 그런건 아니고 ,
한 대여섯가닥 정도?
잘라서 돌돌 마시더니 라이터로 조금 그슬리시고는 쌀이랑 대추랑 해서 집에 돌아다니던 종이에 꽁꽁 싸서 날 주셨어.
"OO야,
이거 할미가 잘라냇으니까 장례식장 가거든
거기 휴지통에 버려라"
하시더라고.
내가 쌀이랑 대추는 왜 넣냐고 물었떠니
그냥 할미 손주 머리카락 쥐가 먹으면 안되니까 그거 대신 먹으라고 그런거라고 하셨어.
나야 그냥 할머니가 그러라고 하시니까 그런줄만 알고 그거 든 채로 장례식장으로 갔어.
할머니가 시골 분이라 옛날부터 문지방 밟지 말아라,
초하룻날에 행동거지 조심해라.
뭐 이렇게 지키라고 했던게 많았거든.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구석에 종이부터 버리고 아빠 옆에서 멀뚱멀뚱 있다가
금새 잠들었어.
솔직히 새벽 2시가 넘어가는데 10살짜리 꼬맹이 체력으로 있으면 얼마나 있었겠어.
그래서 그냥 절도 안시키고 용돈 조금받고 그랬었어.
그래서 시끄러운 와중에도 정신없이 자는데,
내가 원래 꿈을 진짜 안꾸거든?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들었는데
근데 그 날은 꿈을 꿨어.
지금 생각하면 가위에 눌린거겟지만 말야.
눈을 뜨긴 떴는데 몸은 안 움직이지.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지.
나 혼자 장례식장에서 시체마냥 빳빳하게 누워서는 하늘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키키키키키키킼
키키키키키키키키키ㅣ키킼
키키키키키키그그그그크그크그그그
더그러러거드드더더덕"
뭐 이런 기괴한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놀라서 소리가 나느 쪽으로 눈동자를 돌렸어.
머리는 빗자루같이 산발이 되어가지고 손목이랑 발목이 반대로 꺾인 여자가
내가 아까 종이뭉치 버린 쓰레기통 주변을 겅충거충 뛰면서
미친듯이 웃고 있는거야.
목뼈가 뽑혔는지 뛸때마다 목이 상모처럼 덜그덕덜그덕 돌아가고
피가 뚝뚝 흘렀고,
긴 손톱이 뛸때마다 벽에 부딪혀서
캬가가가갹 소리가 난거였어.
나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아이야!
아이야!
어찌 벌써 염을 했니?
살도 뼈도 죄 타 머리채만 남았구나!
벌써부터 잿밥도 얻어먹은줄야 나는 몰랐지!
아깝구나,
이럴제만 아니었음 죽은 백들 틈에 낑궈
내 길동무로 삼았을텐데!"
이러는거야.
그리고는 한참을 깔깔대면서 웃다가 그 종이 뭉치를 들고 어디론가 가버렸어.
진짜 돌아가는 내내 계속 울고 불고 며칠 밤 꼴딱새고 난리도 아니였어.
솔직히 한참 옛날이라 기억이 좀 과장됐을지 몰라도,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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