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ㅎㅇ 형들
전에 독서게시판에 글 올렸던 질럿이야.
https://www.ygosu.com/community/book/373/?searcht=myarticle&search=Y
요새 한 네 달째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어.
그러면서 느끼는게, 내가 참 독해력이 딸린다고 느껴.
모임에 나오는 다른 분들은 쉽게 읽는 것 같은데 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
집중력이 좀 떨어진 것 같아. 앞으로는 괜찮아지길 바라야지.
여하튼 이번 두 달 동안에도 여섯 권을 읽었어.
읽고 나서 되돌아보니, 묘하게도 세 부류로 나뉘어지네
밀란 쿤데라의 책들 두 권 / 유명한 18-19세기의 고전소설들 두 권 / 어렵지만 짧은 책들 두 권
이야.
정확하게는
밀란 쿤데라 - <무의미의 축제>, <농담> / 괴테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투르게네프 - <첫사랑> / 사르트르 - <닫힌 방>, 푸엔테스 - <아우라>
를 읽었어.
1.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2014, 민음사, 152p
밀란 쿤데라의 가장 최근 소설.
책이 얇은데다 여백이 상당히 많아서 읽기는 어렵지 않아.
대신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다 읽고 나서도 전체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가는, 그래서 처음부터 돌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어려운 책인 것 같아.
스탈린 전후 소련의 역사와 칸트철학 쇼펜하우어철학에 대해 알면 더 잘 읽힐 것 같아.
물론 나도 잘 몰랐는데, 모른다고 해도 크게 지장이 되지는 않아.
2. 밀란 쿤데라, <농담>, 1965, 민음사, 532p
밀란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무의미의 축제>와는 반대로 두꺼운 대신 술술 읽히는 책이야.
한 중반까지 매우 재미있었고 후반부는 조금 지루했어.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밀란 쿤데라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
역시 소련과 체코의 역사,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좀 알면 더 잘 읽힐 것 같아.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기억에 많이 남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밀란 쿤데라
개인적으로 쿤데라의 책은 위의 두 소설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어.
이 작가가 인기가 많고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깐 참 정교하게 글을 쓰는 것 같더라.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서만 평가받아야 한다고 작품해설을 따로 만들지 않도록 한대.
또, 소설을 항상 일곱 장으로 구성하는데, 그게 또 쿤데라 특유의 구성법이 있다는 것 같고.
참 대단한 사람이긴 한 것 같아.
근데 개인적으로는 뭐랄까, 아직 잘 모르겠어.
아니. 참 좋고 인상에 많이 남긴 했는데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 도구들이 어떤 것들을 상징하는 것은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는 경우에
짜증이 나는 거지, 똥을 싸다가 만 느낌이 드는 거야.
내가 읽은 세 소설만 추려봤을 때 쿤데라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무의미한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하고, 농담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지.
그런 과정에서 성적인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소설의 말미에는 뭔가 사람들이 모여서 행진을 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똥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나한텐 아직은 좀 익숙하지가 않아.
그래도 막상 다음 번에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더 읽을 기회가 생기면 재미있게 볼 것 같기도 해.
3.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772, 민음사, 215p
괴테의 소설.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고, 어릴 때 읽었기도 했어.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고 또 싫어하는 책이기도 해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깐 생각보다 읽을 만하더라.
초반과 중반부에, 베르테르가 아직 멀쩡할 때의 몇 가지 코멘트들이 기억에 남았고
또 그 멀쩡한 베르테르가 절망해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어.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베르테르와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알베르트 중에 뭐가 옳은 삶인지
고민을 해보게 하는 소설이었어.
4. 투르게네프, <첫사랑>, 1860, 민음사, 122p
러시아의 작가 투르게네프의 소설.
마찬가지로 유명한 소설이고, 어릴 때 읽었고,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었고, 당시에도 좋아하지 않았어.
사실 이 두 소설들은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거야.
초반 중반까지는 매우매우 지루했는데
점점 진실이 밝혀지고 결말로 이어가는 과정은 참 흥미로웠어.
많은 인물들이 사건에 맞게 잘 구성되어있고
결론까지 개연성 있게, 숨막히게 진행됐던 것 같아.
아주 잘 만들어진 고전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5. 사르트르, <닫힌 방>, 1943, 민음사, 83p
실존주의, 사르트르의 희곡.
네이버 웹툰 중에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웹툰이 요새 인기 많던데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라는 대사가 이 희곡의 맨 마지막에 나와.
아마 그 웹툰 이름이 여기서 따온 제목일거야.
사르트르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여건이 너무 부족해서 몇 명 안되는 배우들만을 동원해 희곡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때 만든 희곡이 이 작품이야.
등장인물이 불과 네 명밖에 안돼.
등장인물 수도 적고, 내용도 길지 않아서 술술 읽히긴 하는데
그렇게 술술 읽다보면 '이거 도대체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용이 평이하진 않고, 작중 장치들이 도저히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거든.
다 읽고도 다시 돌려보게 되는 그런 책이야.
타인, 타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
물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안다면 더 잘 읽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11월 중에 관련 책을 읽어볼 생각이야. 마침 관련 독서모임이 있기도 해서 말야.
6.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 1962, 민음사, 62p
멕시코 작가의 소설, 2인칭 시점, 환상주의 소설.
여섯 권의 책 중 가장 짧은 책이네.
몰입감있게 확 읽을 수 있는, 부담이 적은 소설이야.
흔히 쓰이는 1인칭이나 3인칭이 아닌
2인칭 시점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어.
어떤 식이냐면 마치 독자에게 속삭이듯이 서사가 전개되는거야. 다음과 같이 말야.
너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가서는 침실을 나서고 말아.
문 앞에서 너는 이를 악물어.
왜 너는 그 소녀를 사랑한다고 얘기할 용기가 없었을까?
이 2인칭 기법이, 소설의 내용과 묘하게 맞물려 떨어지면서 절묘하게 상황이 진행돼.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어.
P.S.
'BJ 아우라'님한테 이 책 읽어봤냐고 물어봤는데
별 관심 없으시더라구.
그럼 ㅂㅂ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