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어서 처음으로 써봤어 ㅠㅠ 쓰고나서 보니까 되게 수준 낮은 것 같은데 연습하는 셈치고 올려보는 거..
읽어주고 냉정하게 코멘트해주면 도움 많이 될 거야. 근데 재미가 없어서 안 볼 것 같지만 ㅋㅋㅋㅋ
제목을 아직 못 정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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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깊게 들이마셨던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입에서 얇게 뽑아져 나온 옅은 담배 연기는 잠시 어떠한 형태를 유지하다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입안의 약간의 텁텁함과 숨결에 그 악취만을 남기고 곧 사라져 버린다. 고개를 돌려 옆 사람을 쳐다보니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핸드폰을 든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내가 만들어 낸 담배 연기와는 다르게 짙고, 풍성한 담배 연기가 그의 입에서 뭉게뭉게 피어져 나오고 있다.
‘만지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까?’
흡연실을 가득 채우는 그의 담배 연기를 보며 괜히 열등감이 들어 손에 들고 있는 담배를 더 깊게 들이마셔 본다. 하지만 매캐한 담배 연기가 내 속을 가득 채우자 곧 구역질이 나 연신 헛구역질을 하며 연기를 뱉어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슬쩍 옆을 곁눈질하니 멋지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그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가 핸드폰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생판 처음 보는 남자에게 느낀 패배감에 황급하게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흡연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사람한테 괜한 경쟁심만 느끼지 않았으면 몇 번은 더 빨 수 있었을텐데...’
실없는 후회를 하며 카페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신다. 자리에 앉아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입에서 굴리며 방금 자신이 당했던 패배의 씁쓸함을 곱씹는다. 담배 연기조차 제대로 내뿜지 못하는 그 무력함이란... 잠시 우울한 기분에 빠져서 멍하니 있더니 노트북을 꺼내 ‘담배 피는 법’을 괜히 검색해본다. 몇 번 클릭하여 쓸모없는 글들을 훑던 그는 곧 노트북을 탁 소리 나게 덮는다. 담배 따위 남들보다 멋있게 피지 못한다고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며 스스로의 마음을 위안해 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필요한 고민거리가 하나 생긴 뒤다. 뒤숭숭한 마음을 바로잡아보고자 읽고 있던 책을 다시 들어본다. 장 폴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이다. 이해도 되지 않는 내용을 곱씹으며 열심히 읽는 척 노력하는 걸 보니 스스로에게 연민의 감정까지 느껴진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누군가가 왜 이 책을 읽냐고 물어본다면 여러 가지 이유를 답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이 독자에게 주는 만족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니! 누구든 이 책을 들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지식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것이다. 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에서 에스프레소와 함께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글을 써내려 간 사르트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을 들으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카페에 있는 ‘범인’들과는 차별화된다는 기분을 느낀다. 시험에 치여서, 사회에 치여서 살기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단순히 대중적인 유행을 좇아 유행하는 작가들의 소설들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쓰잘 데 없는 가십거리들을 지껄이고 있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나를 한 칸 떨어트려 놓을 수 있다. 사실, 담배를 피기 시작한 이유도 이러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서 몇 보루의 담배를 해치웠다던 사르트르의 일화는 큰 감명을 주었고, 담배는 가장 쉽게 그의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가지만 갖춰진다면 쉽게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한국의 사르트르다!’
‘한국의 사르트르’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다리를 꼬고 책에 열중한다. 하지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사르트르가 된 자신의 모습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지금 그는 수많은 청중이 운집해 있는 광장의 연단에 서 있다. 힘 있는 목소리와 지휘를 하는 듯한 제스쳐, 그는 유려한 말솜씨로 청중들을 매혹시킨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연설이 끝나자 모두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에 빠져들었지만, 청중들에게 그러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나를 원하는 눈빛 하나하나에 손짓으로 화답할 뿐이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진동은 ‘한국의 사르트르’를 현실로 끄집어낸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재우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있다.
‘지금 뭐 하고 있냐? 술 마실래?’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재우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답장은 하지 않고 괜히 프로필을 눌러 사진을 확대해본다. 잘생긴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재우가, 마찬가지로 즐겁게 웃고 있는 그의 이름 모를 여자친구(이름을 들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유민이라고 했던가?)와 함께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점점 그의 여자친구의 모습에 시선이 간다. 흰 피부에 쌍꺼풀이 없어 졸린 듯이 보이는 큰 눈. 높은 콧대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선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그 아래에 혈색 좋은 빨간 입술 사이에 하얀 치아가 반짝거린다. 마치 찹쌀떡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볼은 취기 때문인지 불그스름한 기를 띠고 있고 한쪽 귀 뒤로 쓸어넘긴 길고 검은 생머리는 그녀의 흰 피부와 대비되어 더 검게 보인다. 머리카락을 따라 내려가니 가냘프고 흰 목선이 보인다.
‘더 아래로 내려가도 되는 걸까.’
친구 애인의 몸을 탐하고 있다는 일말의 죄책감에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그 하얗고 부드러운 유혹에 결국 본능에 이기지 못하고 위태롭지만 달콤한 다리를 건넌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유혹한 사람의 잘못이지. 결국, 나는 그녀의 가슴에 도달한다.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어서 유방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재우의 팔에 밀착되어 살짝 찌그러진 그것은 부드러운 딸기 쉬폰 케이크를 연상시킨다.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마치 딸기 맛이 날 것 같다. 몸 안의 혈액들이 아래쪽으로 쏠리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때마침 온 재우의 두 번째 메시지가 나를 죄악의 늪에서 구원한다. 아까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질책을 하고 있다.
‘네 여자친구를 추행하고 있었어.’
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그 말을 속으로 다시 한번 삼켜본다. 친구의 여자친구에 대해서 그 짧은 순간동안 부도덕한 상상을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우를 볼 수는 없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도, 사르트르가 될 수 없었던 나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훌륭한 연설을 통해 청중들의 환호를 받던 사르트르는 지금은 그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돌팔매질을 당한다. 심한 욕설과 삿대질이 죄의 중함을 나타낸다. 그의 죄목은 다양하다. 친구의 여자를 건드렸다는 죄. 공공장소에서 몰래 훔쳐본 죄. 뻔뻔하게도 그 상황에서 성욕을 느낀 죄. 그의 겉과 속이 다른 죄... 사람들이 던지는 돌멩이에 상처난 머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한다. 뜨겁고 진득한 선홍빛의 액체가 얼굴에 흐르지만, 용서할 대상도 없으며 누군가의 왕도 아니다. 숭고한 희생의 죽음은 맞이할 수 없다.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 자신에 대한 변명으로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돌팔매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그렇게 ‘한국의 사르트르’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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