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기념비
누군가 검은 대리석에 스카치테이프로 장미를 붙여 놓았다.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언덕을 내려와선 자기 키보다 낮은 대리석에서 비껴 나간 아버지를 비껴 나간 예언을 읽고 간다. 트럼펫이 들리는 오후 장난꾸러기 사내아이가 비둘기를 쫓다가 잠이 들고, 전쟁은 항상 기념되지 않는다.
드럼통 같은 헬리콥터를 탄 녀석들만이 가까스로 용감했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버린 전쟁. 아버지가 아버지와 싸운, 크기가 다른 통조림들이 싸운, 과부이게 했고, 고아이게 한 여름은 기념되지 않는다.
죽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런 영화관엘 가 보고 싶었다.
허 연
너의 한 마디에 항상 같은 곳을 향하던
봄날의 꽃향기 위만 걷던
막 피어나 싹을 틔운 들꽃같던
우리의 발걸음.
너의 발걸음
들리지 않아 뒤돌아보니
어느샌가 반대로 걷고 있었다.
내디딜수록 너와 멀어졌던
다가갈수록 네게 등을 돌리게만 했던
크게 디딜수록 아쉬움과 미련만 남았던
그걸 몰랐던
나의 발걸음.
미안 맘대로 바꿔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