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떤가요
입맞춤 / 서정주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
울타리는 마구 자빠트려 놓고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
하뉘바람이랑 별이 모두 우습네요.
풋풋한 산노루 떼 언덕마다 한 마리씩,
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강물은 서천으로 흘러내려……
땅에 긴 긴 입맞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잎을 지근지근 이빨이 희허옇게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베스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