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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수능을 마치며 [42]

Minerals : 2,582,396 / Level : 중사 중사
2021-11-24 18:58:52 (4년 전) / READ : 11090
    세 번째 수능이 끝났다. 

    내가 수능을 세번이나 보게 될 줄도 몰랐고, 결과가 이렇게 나오게 될 줄도 몰랐다. 목표로 하던 곳에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다시 한번 더 준비를 하던가, 복학을 하던가 할듯 하다. 
    지금은 다시 수능을 볼 마음이 없지만, 혹여나 나중에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부대에서 코로나로 인한 격리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4월 초 즈음부터 정말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는데, 시험 후 바로 복귀하여 격리실에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하다.
    정적. 고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들이 전부 하룻밤 꿈만 같을 정도로.
    사실 이 기분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1월 첫 수능을 치르고 났을 때도, 재수를 한 뒤에도 이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모든 기운을 끌어담아 준비해 오던 일상이 끝났으니. 이젠 그런 일상을 보낼 필요도 이유도 없고, 보낼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격리를 하면서 몇 개월 만에 드라마를 보는 중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3~4월 즈음에 시즌 1을 보고 늦게나마 정주행 중이다.
    생각해보면 매 수능을 치고 바로 하는 일이 '드라마 보기' 인것 같다.
    현역 때는 뷰티 인사이드를 본 것 같은데, 재수 때는 낭만닥터 김사부, 올해는 슬의를 보고 있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저러고 있으면 무슨 기분일까' 이런 생각들이 샘솟는다.
    아빠가 언젠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나는 어릴때부터 뭘 하고 싶으면 그걸 꼭 해내야 하는 타입이었다고.
    아빠 말처럼 나에게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같은 게 있다. 막상 가지면 '내가 이것 때문에 그렇게 간절해했나??' 싶을 정도로 그것이 별 거 아닐수도 있겠지만, 그것조차 경험해보지 못해본 나로서는 막연한 욕구가 자꾸만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한번 더 준비하면 되지 않나? 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에 와서 똑같은 일과를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같은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일을 잘 하게 되고, 보다 넓은 시야의 노련함이 생기지만, 감정이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훈련소에서의 기억과 신병으로 자대에 처음 왔을 때의 기억들은 나에게 정말 선명히 남아 있다. 냄새, 습도, 온도, 누가 뭐를 했다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또렷하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에 대한 설레임 또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오래 지속되는 기억을 생성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특별한 경험들을 하루빨리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 시간이 점점 갈수록 내가 주변 환경에 무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년에 전역을 하게 되면 나는 23살이 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겠지만 내 또래에 비해서 나는 경험이 적다 라는 것만은 알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경험들을 원하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 혹은 성취에 대한 욕구도 중요하겠지만 20대 초반을 공부와 군대에 전부 날려버리고 나중에 되돌아볼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하는 것은 또 아닌 듯 하다. 한번 더 준비를 한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세상에는 수능 말고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데, 나는 아직도 입시판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젠 좀 더 성숙해지고 싶다. 수능을 계속 보는 것이 미성숙한 상태라는걸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나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곳으로 향하고 싶다는 뜻이다. 

    일단 좀 쉬어야겠다. 아무 걱정 없이.
    신고
    • 좆빠는소리그만하고 점오준비나쳐해 베스트 댓글
    • 점호 병신아 베스트 댓글
    • 4년 전
      특정 진로의 길을 가고 싶어서 수능을 보는 게 아니라면
      대학의 네임벨루를 위해서 하는 수능은 재수까지가 좋음
      3수 이상은 정신도 피폐해지고 시간낭비임 후회와 아쉬움만 남을 뿐 베스트 댓글
    • 댓글이 42 개 달렸습니다.
    • 4년 전
      나도 삼수한 ssh 공대 다니는 4학년 공돌이임. 요새 느끼는거지만 정말 의대나 치대나 이런곳에 뜻이 있다면 25살까지는 도전해보셈. 취업할거면 걍 점수맞춰서 가고. 
    • @GMK의대나 치대 뜻있으면 의전으로 가는게 더 쉬운길 아님? 
    • @후후후훗의전 대학이 몇개 없음
    • @GMK감사합니다 조만간 잘 생각해 보려고요
    • 4년 전
      @갓데운햇반네 23이면 정말 늦은나이는 아니에요. 어짜피 인생은 trade off인거 같고 20초에 놀거 논 사람은 나중에 다른문제로 또 고민하는거 같네요.
      저도 나이 많이 먹은건 아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시고 가능성 있으면 해보세요. 요새 취업은 나이도 중요하니까 아니다 싶으면 접으시고요 
    • 4년 전
      @GMKㅋㅋ 의대 치대 갈수있으면 30에라도 가는게 맞지 무슨 25살까지는임ㅋㅋ
    • 4년 전
      @GMK이게 맞음 ㅇㅇ 의치한 아니면 접고 취업하는게 빠르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 @와고왕초보감사합니다
    • 좆빠는소리그만하고 점오준비나쳐해 베스트 댓글
    • @ㅂㅅ같은와고인들점호 병신아 베스트 댓글
    • 고생했어
    • @니와고내와구감사합니다.
    • 수고했다
    • @유찬이귀여워감사합니당
    •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무것도하지마님도 고생하셨어요~ 남은 군생활 잘 해나가시길
    • 4년 전
      특정 진로의 길을 가고 싶어서 수능을 보는 게 아니라면
      대학의 네임벨루를 위해서 하는 수능은 재수까지가 좋음
      3수 이상은 정신도 피폐해지고 시간낭비임 후회와 아쉬움만 남을 뿐 베스트 댓글
    • @Ggvvyg감사합니다
    • @Ggvvyg삼수했었는데 추천 박고 간다
    • 전 29에 의대들어갔습니다 화이팅!!!
    • 4년 전
      진짜 군대에서 와고에 글쓰고 수능끝나고 힘들었다고 슬의생 정주행한다하고 ㅋㅋ 직장인이네 직장인 씨벌 ㅋㅋ
    • 일단 전역하고 생각하자 군대에서 뭘 하긴 힘들다
    • 딱말한다 25살까지는 도전해라 어짜피 안하면 후회하고 나중에 더 늦으면 진짜 그때는 못한다
    • 4년 전
      공감가는 글귀가 꽤 있네요. 저도 삼수했어요. 시험을 잘 보진 못했고요. 제가 갖고 싶거나 하고싶은건 꼭 해야되는 성격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들이 삼수하나봐요. 암튼 대학을 다니다 군대에서 수능을 본거니 사회 나가도 재수생 나이네요. 저는 나이를 먹고 점점 지내다보니 대학이 중요한건 부정 할 수 없지만 하고싶어하는 일을 빨리 찾는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만약 의치대가 목표라면 조금 더 해봐도 늦지않아요. 그치만 좋아하는 과에서 좋은직장으로 취업을 한다든지 그렇다면 그냥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잘하는것도 방법중 하나에요. 실력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나이때에 맞게 공부하고 노는것도 중요한거같아요. 공부 오래하면 20대 초반 진짜 없어집니다. 수능 끝났으니 놀러도가고 추억도 많이 쌓고 가만히 있지말고 의미있는 생산적인 시간 보내길 바랄게요.
    • @슦떠네넵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 삭제된 댓글입니다.
    • 4년 전
      @미필8수생..MIT 박사 ㅎㅇ 올해도 실패?
    • 30대 40대를 거치다보니....
      재수 삼수하며 늦게 학교다니다 사회 늦게 나오거나
      공시한다 하다 늦깍이 취업하거나 하면
      늦게 잡은 일도 재대로 못하면서도 그거 하나 밖에 못하는 경우가 많음
      결혼도 늦고 재테크도 늦고 짤릴걱정도 미리미리하게되고
      근데 일단 무조건 학교도 빨리 졸업하고 방학타이밍 잘맞춰서 군대도 로스 없이 빨리 마무리 짓고 놀기도 많이 놀고 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한 친구들이 취업도 좋지 못하더라도 먼저하고 이직도 먼저하고 또 먼저 나와서 사업해서 성공도 하고 그런 경우가 계속 이어짐.
      치의대에 말곤 어떤과를 나와도  다똑같은 고민하고 직장에 매달린 우물안에 개구리같이 되는경우도 많으니 많은 경험 쌓기위해 20대때 코피나게 발발거리고 돌아다니길 추천해드립니다
      치대의대에 뜻있다고 늦더라도 가면 좀더 좋을수도 있겠지만
      집안 재산 밀러주는것없으면 또 똑같은 의사 셀러리맨이나 구멍가게 같은 조그만 병원운영하는 그안에서 자기 노동력으로 일하는 소상공인과 별반 차이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세상에 입시 공부와 군대 말고 더 나중에 성공하게 해줄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 @알키비야데스진짜 공감.. 근데 이거 아무리 말해봤자 당사자는 모르더라고요ㅋㅋㅋ 글작성자님 저도 삼수했는데 진짜 이 글 명심했으면 좋겠음 마지막 5줄이 핵심이에요
    • @차단액트네...
      정말 10에 1 듣고 깨달을수 있나 하는 진리들이 세상에 맣아요
      젊을때는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있는지 조차 모르는 진실들이 많아요
      나이 40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배우는 인생입니다
    • @알키비야데스정성담긴 조언 감사합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시기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네요..ㅋㅋ
    • 4년 전
      공군에서 준비하나요?
    • @도조육군에서 준비했습니당
    • 노가대나 가렴
    • 동생아 의대 다니고 있는 형이 말해줄께 내년에 졸업인데 의대도 좆같아 오지마라 도망치고 의사라고 대단한거 없더라 너무 부러워할 직업도 아냐 몸갈아넣고 시간 갈아넣고 인생을 갈아넣는데 돈 많이 받는것도 아니더라
    • @또치야야네 확실히 몸이 많이 상할것같긴 해요 거의 매일 잠 못자고 공부하고..
    • 4년 전
      개인적으로 나는 욕심이 있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아쉬움 없을때까지 하는게 맞다고 생각함 

      죽을때까지 공부도해보고 죽을때까지 놀기도해봐야지 
      어차피 어떻게 살든 아쉬움은 남음
    • 저도 삼수했고 목표한 대학은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못친건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컸던만큼 실망이커 대학생활에 집중하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삼수에 대한 후회보다 대학생활에 집중하지 못한 후회가 더 큽니다. 지난일은 훌훌털어버리시고 앞으로에 집중하시면 후에 좋은 결과 얻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윗댓글에도 있는데 나이에 맞게 노는것도 중요하다는것 너무 공감됩니다. 당장의 아쉬움 혹은 후회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삼수를 마치고 반강제로 떠나게된 일본여행이 10년이된 지금도 많이 기억납니다. 당시에는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혼자만의 시간 속에 생각정리하며 보낸 짧은 며칠이 몇개월의 후회의 시간보다 좋은 교훈을 줬습니다. 
      너무 슬퍼마세요 곧 지나갑니다.
    • 4년 전
      나도 의경인데 여기서 올해 수능봐서 25살에다가 4번째 수능에 수의대 갈 것 같다.. 시간이 아깝고 놀고싶고 다른애들이랑 비교하며 힘들고 그랬지만 그래도 이시간이 안아깝고 나한테 피와 살이 되는 시간같아 
      마음 추스리고 결정 잘 하길
    • 20대 초중반에 책 속에 파 묻혀있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시길 ㅠ
    • 4년 전
      후회 없는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안되는 머리로 아둥바둥 거리지 말고 
      그냥 빨리 다른거나 알아봐..
    • 지금은 대학이 전부인거 같지만 막상 사회생활까지 길게 보면
      전혀 전부가 아닙니다..모쪼록 후회없는 선택을 하시길 바라요
      고생하셨습니다
    • 저도 sky때문에 삼수 했는데 정말 취업이 목표라면 일정라인 이상 부터는 본인 능력이나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의대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의를 나오던 지방의를 나오던 개업 초기 제외하면 결국 고객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영업력 싸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도 크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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