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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날, 졸업하지 못한 자. [6]

Minerals : 436,163 / Level : 일병 일병
2017-02-17 20:27:24 (9년 전) / READ : 2710

     오늘은 우리학교 졸업식 날이다. 같은 대학으로 온 고등학교 동기들 중 4년 졸업 한 친구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오늘 졸업한다.
    점심 때부터 단톡방에서 졸업식 이야기와 사진이 올라왔다. 나는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 외엔 다른 채팅을 치지 못하고 읽기만 했다.
    나는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대나 인턴 또는 교환학생 등 소위 스펙과 남들이 다 해보는 경험으로 인해 졸업은 못한 게 아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그 때문에 더 슬프게 졸업식에 나는 없다. 나는 원래 친구들과 같이 졸업식에 있어야 했다. 졸업 후 대학원 연구실도 미리 내정받았으며 졸업학점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과 대학원 입학을 위한 기본적 자격, 공인영어점수를 만족하지 못해 졸업하지 못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웃으며 후에 술자리에서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이야기인 마냥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교수님과 연구실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나를 아주 멍청하고 어쩌면 연구실에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과 연구실 사수에게는 재충전이 갖고 싶다고 하여 휴학하였다. 비겁하게 도망쳤다.


     휴학의 열매는 달콤했다. 대학교 동안 남들 한 번씩은 다녀오는 유럽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또 학교 밖에서 다시 학교안, 특히 그 속에서 지냈던 나를 되돌아 보았다.
    나는 학교 사람들의 전형적인 관습, 자대 대학 졸업 후 자대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선택했다. 하지만 휴학한 뒤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보았고 나는 선택한 게 아니라 따라간 것뿐이었다라는 걸 느꼈다.

     

     여행을 다녀 온 뒤 12월에 나는 학원의 힘을 빌려 영어 공부를 하였다. 혼자 공부하는 건 자신이 없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스터디로 공부했다. 그 결과, 공부하고 보름만에 친 시험이 공인영어성적 기준보다 월등히 높았다.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정말로 기뻤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적이지만 중학교 때 토익 890점을 딴 친구한테 부끄러움 하나 없이 자랑하고 다녔다. 이렇게 기뻤던 건 졸업 할 수 있게 된것과 더불어 영어와의 악연 때문이었다. 나에겐 중학교 때부터 영어 공부는 정말 하기 싫었고 피하기만 한 영어한테 첫 승리를 한 것이다. 그 뒤 마음이 붕떴다. 나에겐 어느 것보다 높던 벽이 사실은 무릎보다 낮은 허들이라는 게 나를 고취시켰다. 그래서 영어로부터의 자유로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선택권인 유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TOEFL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또한 '자유론'이나 '군주론'과 같은 고전이나 철학 책을 읽으며 뜻 깊게 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모든 게 다 들켰다. 뽀록났다. 내 행동과 생각들이. 사실 위의 휴학뒤에 느꼈던 경험이나 노력들은 변명이다. 나 스스로 아니다 아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비참하고 우울한 기분이 내 솔직한감정을 드러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 혼자 집에 있다는 사실과 나에 대한 한심함과 화가 지금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이 우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자기 방어이다. 이렇게 타자는 치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앞으로의 나는 다를거야라는 가면을 또 스스로에게 씌울 것이라 이 기분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짜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나체가 된 기분이 진짜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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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 좀 늦는다고 후회나 한심까지야...

      선택 당시 주는 달콤함에는 만족하면서 선택의 결과로

      따라오는 책임에는 의연하지 못하면

      너무 이기적인거아님? 베스트 댓글
    • 댓글이 6 개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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