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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2kb 탈출 하편 [2]

Minerals : 789,256 / Level : 상병 상병
2015-02-11 23:37:46 (11년 전) / READ : 4157

    좀 전에는 분명히 집으로 오고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형순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형순의 고개가 슬쩍 바닥을 향한 뒤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다시 정

    면으로 올라왔다.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

    “그만 하세요!”

    경주의 입에서 비명 같은 짐승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번에 얘기했죠, 아줌마 말에 책임지라고”

    경주가 천천히 목을 젖히고 눈알만을 내리깔았다. 그 탓에 마스크 아래 공간을 통해서 그녀의 문드러진 입

    부분이 드러났다. 아랫입술은 바싹 말린 동태처럼 쭈글쭈글 오그라들어 있었고, 윗입술은 절반만이 인중 쪽

    으로 말려 올라가 시뻘건 잇몸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겨...경주야...”

    그녀는 자신의 어떤 포즈가 상대방에게 겁을 주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쿵 쿵”

    또다시 통로에서 소음이 들렸지만, 경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줌마, 누가 이사 가나 봐요...”

    형순이 덜덜 떨리는 팔을 슬며시 뒤로 감췄다.

    “혹시 아줌마네 집은 아니겠죠...?”

    경주가 사전 동작도 없이 벌떡 일어섰다. 공기의 압력으로 그녀의 머리카락들이 양옆으로 휘날렸다.

    “확인해 봐야겠어요...”

    말려야한다. 형순의 머릿속에서 세찬 경보음이 울려댔다. 본능적으로 형순도 따라 일어섰다. 경주가 현관으

    로 몸을 비틀려는 순간 형순이 경주방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여...여기가 네 방이니?”

    “건드리지마!”

    경주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형순을 거칠게 밀어 버리곤 부서질 듯이 방문을 닫았다.

    “아악”

    부엌 쪽으로 난 벽에 형순의 등이 모질게 부딪혔다. 엄청난 힘이었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몇 초간 숨쉬

    기도 곤란할 지경이었다. 경주는 그런 형순을 버려둔 채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철컥”

    문을 열고서 경주가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살피던 그녀가 다시 형순에게 다가왔다.

    “아줌마, 앞장서세요...아줌마 집에 한 번 가봐야겠어”

    “뭐...뭐라고? 대체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확인만 할게요, 엄마 오실 때까지 아줌마가 도망가면 안 되잖아요”

    그녀의 음성은 단호했다. 형순이 집을 나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 때까지 그녀의 끈적거리는 시선이 거머

    리처럼 따라붙었다.

    “철컥”

    문이 열리자 형순을 제치고 경주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집은 변한 것이 없었다. 가구도 그대로였고, 액

    자와 전시해 놓은 양주병도 그대로였다. 적어도 외관상 형순의 집은 경주가 보았던 며칠 전과 조금의 차이

    도 없었던 것이다. 베란다에 널려 있는 빨래까지 확인하자 그녀가 선뜻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제가 아줌마를 잠깐 의심했네요...”

    경주가 형순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녀의 어깨를 형순이 재빨리 붙잡았다.

    “밥 먹구 가, 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지?”

    경주의 마스크가 조금 떨려왔다. 형순의 말이 무척이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괜찮으니까 먹어도 돼, 배 많이 고프지?”

    형순이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다 식탁으로 옮겼다. 밥까지 푸짐하게 푼 다음에 경주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와서 먹어”

    “아줌마...”

    경주가 망설이자 형순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말 괜찮으니까 어서 먹어, 불편하면 딴 데 가 있을게”

    “고마워요...사실 어제부터 못 먹었거든요...”

    경주가 식탁에 앉자 형순이 슬그머니 베란다로 나왔다. 경주는 형순이 완전히 베란다로 나간 것을 보고서

    야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시작했다. 경주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언뜻 언뜻 드러나는 피부는

    구토가 치밀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형순이 밑에서 대기하고 있을 인부들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안 그래도 지금 막 올라가려던 참입니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밥은 왜 안주는 겁니까?”

    그토록 당부했건만 쿵쿵거리며 소리를 내던 그들을, 형순은 이빨이 덜덜 거릴 정도로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지금 손님이 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요 근처에 중국집으로 가서 드세요”

    “우리 돈으로 사 먹으라구요?”

    ‘아무것도 안 했잖아, 뻔뻔한 새끼들아!’

    형순은 터져 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삼킨 뒤 입을 열었다.

    “나중에 드릴 게요”

    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형순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식사를

    하고 있는 경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추악한 년’

    형순이 원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경주를 속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문득 현기증이라도 난

    것처럼 어지러웠다. 귀속이 웅웅거리며 시야가 깜깜해지자, 손을 더듬어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밀

    물처럼 들어온다. 그렇게 바깥바람을 쐬고 있자니 다시 시야가 밝아졌다.

    “아줌마...”

    베란다가 열리고 경주가 나타났다. 마스크까지 쓴 걸 보니 식사를 끝낸 모양이다.

    “잘 먹었습니다...이만 가볼게요...”

    “가려구? 그래...가서 좀 쉬어. 기다리면 연락 올거야”

    경주가 돌아간 뒤 형순은 제일 먼저 부엌으로 달려갔다. 식탁이 깨끗했다. 반찬들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

    고, 그릇과 수저도 씻어 놓은 상태였다.

    “젠장”

    한줄기 불쾌한 기운이 목덜미를 간질거렸다. 건조대를 뒤져 경주가 씻어 놓은 그릇을 집어 들었다. 물방울

    이 주르륵 흘러 내렸지만, 그것이 마치 냄새나는 고름처럼 느껴졌다. 그릇을 쓰레기통에 박아버리고 수저통

    을 뒤졌다. 한참을 뒤져봐도 구별이 안 가자 그것들도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렸다.




    형순이 긴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주변은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는 상태였다. 물먹은 솜 마냥 온몸이 축 늘어

    졌지만,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계획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다. 경주가 돌아간 뒤 형순은 노부부에게

    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인출한 다음 인부들과 대방동으로 향했다.

    형순의 연락으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주인에게 돈을 건네 준 뒤 열쇠를 받았다. 싣고 온 짐을 모두 옮긴

    뒤 곧바로 인부들을 돌려보냈는데, 저녁까지 요구하는 그들에게 형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으로써 노골

    적으로 무시해 버렸다. 오는 길에 약국도 잠깐 들른 다음, 입력해 둔 이삿짐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공동주택이상에서는 원칙적으로 해가 저문 이후에 이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

    었다. 약간의 웃돈을 지불하자 어렵지 않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온 형순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먹다 남은 갈비를 꺼내 불판에다 올려놓는 일이었다. 불판에서 갈비

    가 익어 가는 동안 약국에서 사온 삼 일치 수면제를 잘게 부수었다. 그것이 고운 가루로 빻아지자 적당히

    흠집을 내두었던 갈비살 사이로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뿌려 넣었다. 이윽고 연한 속살이 검붉은 갈비소스를

    머금은 채 노릿노릿 익었고 매콤한 연기과 함께 군침 도는 냄새가 한가득 풍겨 나왔다.



    “띵 동”

    갈비접시를 손에 든 형순이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시각 저녁 일곱 시. 앞으로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쯤

    후에는 한형사가 올 것이다. 그전에 경주를 재워야 한다.

    “이것 좀 먹어봐, 너 고기 좋아하잖아. 설마 벌써 저녁을 먹은 건 아니겠지?”

    형순이 들고 있던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자 경주가 우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줌마...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그녀도 기다림에 한계가 온 모양이다.

    “그래 그러자, 안 그래도 신고할까 생각 중 이었어. 그건 아줌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식기 전에 어서 먹

    자”

    은색 호일 사이로 진한 갈비향이 풍기자, 경주의 마스크가 조금씩 들썩거렸다. 소식없는 엄마가 걱정이 되

    면서도 생리적인 욕구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경주의 문드러진 콧구멍이 벌렁대고 있을 것을 생각하

    자 경멸스러운 감정이 일었다.

    “잘 먹을게요...”

    경주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형순이 고개를 돌렸다.

    “넉넉하게 구웠으니까 실컷 먹어, 아줌마는 저쪽에 앉아 있을게”

    형순이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매끄러운 비닐의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눈을 감고 청각에 집중

    했다.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주가 갈비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한동안 꼼짝 않고 있으려니 쩝쩝거림과 함께 간간이 들리던 역겨운 트림소리가 잦아들었다. 식사를 끝내려

    나 보다.

    “후아암, 오늘 좀 피곤하네. 경주야, 아줌마 잠깐 눈 좀 붙일게”

    형순은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바닥에 벌렁 누워 버렸다. 금세 몸 전체로 으스스한 한기가 찾아왔지만 아무

    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후아아암”

    또 한 번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하품을 해댔다. 식사를 끝낸 경주에게선 말이 없다. 틀림없이 자신을 쳐

    다보고 있을 테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십 분이나 흘렀을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삭 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철커덕”

    경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뒤에도 형순은 한참을 누워 있었다. 현재 시각 여덟시 십분. 형순이 유령처

    럼 몸을 일으켰다.

    “경주야, 자니?”

    아무 대답이 없다.

    “경주야, 자니? 아줌마가 잠깐 들어가도 될까?”

    음성을 조금 높였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방문을 열자 컴컴한 어둠 속 한쪽에 시커먼 덩어리가 보였다. 경

    주는 이불도 깔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고 형순은 슬그머니 그곳을 빠져 나왔다. 통로에서 내려다보자 대형

    크레인 한 대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각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곧 자동응답기로 연결이 됐다.

    -한형사입니다. 어디 가셨나 봐요? 지금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거의 다 왔어요. 오시면 연락 주세요-

    형순은 문을 걸어 잠근 뒤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불까지 모두 끄고 나자 집 전체에 적막이 흐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형사가 도착했다. 그는 경주의 집 초인종을 서너번 눌러 보더니 반응이 없자 이번에

    는 형순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짐작컨대 상준에게 전화를 거는 듯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가 버리자

    형순이 방범구멍에서 눈을 뗐다. 크레인이 올라오고 있는 듯 멀찍이서 진동소리가 웅웅 울렸다.

    타이밍이 예술이었다.



    이사는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됐는데, 낮에 만난 인부들과 달리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형순의 요구를 착

    실하게 따라 주었다. 하긴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형순의 요구가 없었어도 조용히 움직였을 터였다.

    가구들이 하나씩 옮겨지자 집안이 조금씩 비기 시작했다. 침대를 크레인으로 막 옮기고 난 뒤 직원 중 한명

    이 형순에게 말을 걸었다.

    “장롱이 커서 문으로는 못 나오네요, 아무래도 창문을 뜯고 그리로 빼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오래 걸리나요?”

    “한 삼십분쯤 더 걸릴 겁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이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사단이 발생했다. 직원 중 하나가 화분을 옮기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다. 사

    기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흙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조심하셔야죠!”

    형순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도 시끄러운 것을 깨닫자 입을 다물었다.




    “이제 끝났죠?”

    집안은 형순이 예전에 이사 왔을 때처럼 완전히 비어있었다. 가구들이 모두 빠지자 공간이 훨씬 넓어졌지

    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아뇨, 이제 창문을 뜯어내고 장롱을 빼야 합니다”

    직원 중 하나가 창문에 손을 올리자 형순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냥 두세요. 장롱은 안 옮기셔두 돼요. 그럼 진짜로 끝난거 맞죠?”

    아무래도 불안했다. 화분 소리에 경주가 잠에서 깰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주소예요. 이리로 가시면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형순이 메모지를 건네자 직원들이 철수했다. 길게 뻗어 있던 철제 크레인도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 가버리

    고 형순 혼자 남았다.

    “위이이잉”

    꺼두었던 핸드폰의 전원을 켜자 밀린 메시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부재중 36통?”

    한형사에게서 걸려온 두 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준의 전화였다.

    “철컥”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열려 있던 현관문 사이로 이질적인 소음 하나가 흘러 들어왔다.

    ‘맙소사’

    형순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안방으로 도망친 형순이 장롱 문을 엶과 동시에 밖에서 누군가가 거실

    로 들어왔다. 형순이 장롱 속에 숨은 뒤 문을 닫고 나자 비명소리가 터졌다.

    “아아악, 뭐야 이게...”

    그르렁거리는 쇳소리. 바로 경주였다.

    “어디 간 거야...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

    경주가 미친 듯이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고래고래 악을 써 가면서 중간 중간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렸다.

    “따르르르릉”

    컴컴한 장롱 속에서 떨고 있던 형순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화가 울린 것이다. 경주의 소리도 일순 멈췄

    다.

    “따르르르릉”

    한참을 울리던 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자 자동응답기로 연결이 됐다.

    -아직도 안 오셨나 보군요. 아까 신명희씨 집에 갈 때 잠깐 들렀었는데 안 계시더라구요-

    한형사의 전화였다. 한형사는 혼자 말하는 것이 어색한지 조금 뜸을 들였다.

    -직접 말씀드려야 하는데 바쁘신 것 같으니까 여기다 말할게요, 조금 전에 신명희씨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

    다. 흉부관통상이 아니라 뇌좌상으로 판명됐어요. 아마 가슴 쪽은 죽고 난 다음에 찌른 모양입니다-

    “무슨 말이죠...?”

    경주의 억눌린 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시죠? 영미 어머니신가요?-

    “다시 말해보세요...신명희씨가 어떻게 됐다구요?”

    -죄송하지만 전화 받는 분은 누굽니까?-

    "신명희가 우리엄마예요..."

    -아...-

    수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따님이시군요...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어머니께서는 이틀 전에 사망 하셨습니다-

    마침내 경주가 알아버렸다. 자신이 무사히 빠져 나간 후에 알았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은 이곳에 숨

    어 있고 경주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바로 알려 드렸어야 하는데, 계속 집에 안 계셔서 그러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영미 어머니께도 말

    씀 드려 놨는데...이것 참 면목이 없군요-

    “으흐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별안간 우지끈 거리며 뭔가가 부서졌다. 한형사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

    리지 않는 걸로 봐서 경주가 전화기를 집어 던진 모양이었다.

    “아줌마...우리 엄마가...정말 죽었어요...?”

    그녀가 울부짖었다. 탁한 쇳소리만 낼 수 있는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어린 아이의 음성으로 울고 있었다.

    “우리 엄마 죽이구...도망 가려고 했어요? 나 재우고 그 사이에 도망 가려고...?”

    경주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흐느끼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형순이 재빨리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전화도 안 받고”

    신호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상준의 음성이 커다랗게 울렸다.

    “한형사한테서 전화 왔었어, 집에 갔었는데 아무도 없다 길래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쿵 쿵”

    별안간 거실에서 육중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여보세요? 당신 듣고 있어?”

    “경찰에 신고해”

    형순이 모기만한 소리를 내뱉었다.

    “뭐라고? 잘 안들려 좀 크게 말해봐”

    “신.고.하.라.구”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내 안방으로 이어졌다. 가느다란 틈 사이로 포대자루 같은 것을 끌고 들어오는 경주

    의 모습이 보였다.

    “신고하라고? 이제 와서 무슨 신고를 해? 사실 고민해 봤는데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잘

    못했다고 하면 내 생각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안 그래도 지금 영미랑 그쪽으로 가는 중이야”

    ‘안 돼, 오면 안 돼... 왜 또 혼자서 결정하고 그래...’

    “쿠웅”

    장롱 바로 앞으로 육중한 뭔가가 떨어졌다. 포대자루에서 나온 그것은 공 모양의 마스크 비슷했는데, 상당

    히 무거운 듯 바닥에 닿을 때마다 집안 전체가 시끄럽게 울렸다.

    “쨍그랑!”

    경주가 이번에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부수기 시작했다. 안방을 시작으로 집안 곳곳에서 전구알 터지는 소

    리가 들려왔다.

    “오.지.마 그.냥.신.고.해”

    “무슨 일 있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모퉁이만 돌면 주차장입구야”

    전등을 모두 깨트린 듯 잠시 정적이 흘렀다.

    “히히, 아줌마...집에 있는 거 알아요...”

    별안간 그녀가 개구쟁이 아이처럼 웃었다. 발걸음 소리가 안방 쪽으로 다가오자 형순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줌마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장롱 앞에서 발걸음이 뚝 끊겼다.

    “왜냐면요...”

    “신발이 있었거든요!”

    장롱의 문이 흉폭 하게 열렸다. 마스크를 벗어버린 경주의 모습에 형순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아악”

    둔탁한 뭔가가 머리를 내리쳤고, 형순의 몸이 축 늘어졌다. 경주가 형순을 바닥으로 끌어내리자 손에 쥐여

    있던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녀가 형순의 핸드폰을 주워든다.

    “형순아! 무슨 일이야? 괜찮아? 이제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아저씨...”

    “여보세요? 누구야, 경주니?”

    “아줌마 방금 제가 죽였어요”

    경주가 킥킥 웃으면서 형순을 질질 끌었다. 거실까지 끌고 나오자 형순에게서 그녀의 손이 떨어졌다.

    ‘아...’

    형순은 지금 비몽사몽간이었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고속의 회전목마라도 탄 듯 세상 전체가 빙글빙

    글 돌았다. 흐려져 가는 시선 속으로 어둠속에 숨어 있는 경주가 보였다.

    곧 상준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 들어왔다.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형순에게는 마치 영화속의 슬로우 모션

    처럼 느껴졌다. 상준이 뭔가를 밟고 넘어졌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듯이 입을 쩍쩍 벌려댔지만, 아무 소리

    도 들리지 않았다. 넘어진 상준의 너머로 영미가 나타났다. 시커먼 뭔가가 영미를 덮쳤지만 형순은 이미 의

    식을 잃은 후였다.







    4. 종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이 아프다. 얼마나 아픈지 두개골부터 뇌까지 바늘 수십 개가 박혀 있는 것 같다. 낑낑

    거리며 참고 있으려니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 누굴까. 뒤를 돌아봤지만 밝은 햇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

    는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자 뭔가를 내민다. 도화지 한 장.

    아...영미구나. 사랑스러운 내 딸 영미. 끔찍했던 두통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영미를 덥석 안고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썩어 가는 얼굴. 누런색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얼굴이 사악하게 웃고 있다.

    “아줌마!”

    형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주변의 광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

    자 저만치서 상준이 모로 누워있다. 상준의 다리 주위는 뭔가를 엎지른 것처럼 액체가 흥건했는데, 자세히

    살피자 그것이 시뻘건 색임을 깨달았다.

    “여보!”

    상준이 천천히 돌아본다. 얼굴은 흘러내린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흡사 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상준이 고통을 호소하며 양손을 다리 쪽으로 가져갔다. 흥건한 액체 한 가운데 그의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한쪽 발목에 시커먼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둥그런 박 모양의 철제기구. 흡사 중세시대 여인들의 정조대를 연상케 하는 물건이 상준의 발목 깊숙이 채

    워져 있었다. 극도로 고통스러운 듯이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그 주위로 손만 가져가는 상준이었다.

    “아줌마, 정신이 드세요...?”

    누군가 또 있었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모서리 쪽에서 포대자루를 깔고 앉아 있는 경주의 모습

    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상준의 발목에 매달린 것은 경주가 앉아 있는 저 두툼한 포대자루에

    서 나온 것이었다.

    “아줌마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해요...저대로 두면 출혈과다로 죽을 수도 있구요...”

    “뭐라고?”

    형순이 다시 상준을 쳐다봤다. 바닥에 가득한 시뻘건 액체. 그것은 상준의 발목에서 흘러 나온 피였던 것이

    다.

    “멧돼지 잡는 덫 이예요...모르긴 몰라도 절반쯤은 절단 됐을 거예요...”

    “미...미친년”

    “아줌마가 먼저 우리 엄마 죽였잖아!”

    경주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옆에 세워져 있던 막대기 비슷한 것을 주워 들고는 형순쪽을 향해 치켜세

    웠다.

    “죽여 버리고 싶어 미치겠어요...아줌마 젖통에다 대고 한발씩 쏴주고 싶어 죽겠다구요...”

    형순이 자세히 보자 자신을 향한 것은 막대기가 아닌 기다란 엽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랬었군. 형순은 비로소 그것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죽인 게 아냐”

    “아니요, 아줌마가 죽였어요...아줌마가 안 꼬셨으면 우리 엄마는 안 죽었어요...”

    형순은 주위가 밝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완전히 드러난 경주의 추악한 얼굴을, 그것도 밝은 장소에서는 더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영미는? 영미는 어디 있지?”

    “거실에다 묶어 놨어요...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않으셔도 돼요...”

    형순이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다리는 굵은 밧줄에 묶여 있는 상태였고, 이곳은 영미의 방인 듯

    싶었다. 가구를 모두 빼내자 못 알아 봤던 것이다. 엎드려 있는 자신의 얼굴 왼편으로는 플라스틱 대야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가득 채워진 물 안으로 길쭉한 뭔가가 두 개 들어가 있었다.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저

    것은 젓가락일 것이다.

    “아줌마,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젓가락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경주가 형순에게 말했다.

    “아줌마가 기절해 있는 한 시간 동안 생각해 봤는데...”

    “잠깐만, 우선 아저씨를 풀어줘. 그 다음에 얘기하자”

    “가만히 있어 봐요...아직 말하는 중이잖아요...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영미는 아무 잘못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영미는 살려줄까도 생각했어요...”

    “뭐...뭐라구? 그럼 우리는 죽이겠다는 말이야?”

    경주가 희멀건 눈동자를 위로 까뒤집었다. 짐작컨대 어이없다는 감정을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럼 살려구 했어요...? 아줌마랑 아줌마 남편은 백 프로 죽일 거예요...내 말은 영미를 어떻게 하냐는

    건데...”

    “우...우리가 자...잘못했어, 너한테 시...실수한 거 같다”

    상준이 고통을 참아가며 용서를 구했다.

    “그래 경주야,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아니요, 아줌마 말은 거짓 이예요...”

    “.......”

    “저한테 약 탔잖아요...”

    “뭐?”

    형순이 일순 할말을 잃었다.

    “나 재우고 이사 가려고 고기에 약 탔잖아요...저는 그것도 모르고 넙죽 받아 먹었네요...솔직히 말하면

    아줌마가 조금 좋아지려구도 했었어요...”

    “무...무슨 말이야? 여...여보 지금 경주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약이라니? 대체...”

    상준의 말에 형순의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치심과 더불어 경주에 대한 적개심이 맹렬히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실수 하셨어요...저한테는 내성이 있거든요...옛날에 너무 아파서 못 잘 때마다 수면제를 먹었었

    어요...하도 많이 먹어서 나중에는 효과도 없었지만 말예요...”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뭔데?”

    형순의 대꾸에 경주가 재빨리 말을 쏟아냈다.

    “두 분이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준다면 영미를 살려줄게요...옆에 있는 대야 보이시죠? 그 안에 있는 젓

    가락을 저기 있는 구멍에 끼워 주세요...”

    경주가 총으로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홍색 꽃무늬 벽지와 콘센트하나가 보일 뿐이었다.

    ‘설마...’

    “맞아요...그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을 꽂으면 영미를 살려 줄게요...”

    “말도 안돼!”

    “미...미친 소리”

    형순과 상준의 입에서 동시에 악소리가 터졌다.

    “뭐 안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만...만약 안하겠다면? 아...안하겠다면 어떻게 할거지?”

    상준의 물음에 경주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럼 총으로 셋 다 죽일 거예요...물론 훨씬 덜 아프겠지만...”

    “미친년! 더러운 년! 쓰레기 같은 년!”

    형순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저씨부터 선택하세요...어느 쪽이죠?”

    형순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주가 상준에게 묻는다.

    “자...잠깐만”

    상준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 대신 초점 잃은 눈이 멍하니 젓가락만 향하

    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상준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죽겠어, 영미는 살려줘”

    “여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미안해,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다리는 아까부터 감각이 없고...아마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예전

    처럼 거...걸어 다닐 수는 없을 거야”

    "같이 결정해야지! 왜 자꾸 당신 혼자 결정해? 왜!"

    상준이 말없이 자신의 대야 속에서 젓가락을 꺼내 들었다.

    “아저씨 제가 셋을 셀게요... 못 꽂으시면 바로 머리가 날아 갈 겁니다...”

    젓가락을 쥔 상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던 그의 손이 콘센트 바로 앞까지 이동하

    자 경주가 셋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둘...”

    너무도 끔찍한 광경에 형순이 결국 고개를 돌려 버렸다.

    “셋!”

    “우아아악”

    따닥 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형순은 결코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하악...하악..학”

    이상했다. 형순의 귀로 상준의 숨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여보”

    상준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와들와들 떨어대고 있었다. 젓가락 한쪽은 콘센트에 깊숙이 꽂혔지만, 다른 한쪽

    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실패했네요...”

    “타앙!”

    방아쇠가 움직이자 천둥 같은 총성이 터졌다. 상준은 뒤통수가 완전히 으깨진 채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

    다. 그의 주변벽지로 핏방울들이 세차게 흩뿌려졌다.

    “마...맙소사...”

    “아줌마 남편은 한쪽만 꽂았어요...두 군데를 동시에 꽂아야 전기가 통하는데 말이죠...”

    “이...악마 같은 년...”

    “이제 아줌마가 선택할 차례입니다...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선택해 주세요...”

    경주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형순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성공하시면 영미는 살려 드립니다...자 이제 셀게요...”

    경주의 말이 달라졌다. 아까 전에는 둘 다 젓가락을 꽂아야 영미를 살려 주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자신만 성

    공하면 살려주겠단다. 형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경주의 눈을향했다.

    노란색 눈알. 허옇게 치켜뜨던 눈알이 비쩍 마른 동태새끼 마냥 노랗게 변해 있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

    것을 보며 형순은 확신이 생겼다.

    ‘미쳤다. 저 년은 확실히 미쳤다.’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했다.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형순의 시

    선이 다시 대야를 향했다. 물속으로 굴절되어 있는 젓가락들이 보이자,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이

    감전 당해 죽더라도 경주가 영미를 살려 준다는 확신이 없었다.

    “하나...”

    음산한 소리가 들렸지만, 생각을 멈추진 않았다. 젓가락을 꺼내기 위해 대야 속으로 손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닿자 불현듯 의문이 생겼다.

    ‘이 물은 뭐지? 단순히 전기가 잘 통하게 하려는 것인가?’

    “둘...”

    형순이 젓가락을 콘센트 구멍 쪽으로 가져갔다.

    “잠깐만!”

    별안간 형순이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갔던 것이다.

    “아줌마...허튼 수작 부리면 영미는 죽어요...”

    “미안해, 너무 긴장해서 그랬어”

    형순이 다시 젓가락을 갖다 대면서 계획을 정리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비록 자신은 죽겠지만 영미는 무

    사할 것이다. 형순의 시선에 찰랑거리는 대야가 크게 새겨졌다. 대야에 담긴 물은 영미를 구하라는 신의 계

    시요, 천사가 준 선물이었다.

    “앗! 저기!”

    경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문 쪽으로 옮겨짐과 동시에 형순이 대야를 뒤집었다. 물은 빠른 속도로 흘러갔

    고, 경주가 다시 형순을 돌아봤을 땐 포대까지 닿아 있는 상태였다.

    “죽어버려! 추악한 년!”

    경주의 치맛자락과 발바닥까지 물에 닿는 것을 보고 힘껏 젓가락을 밀어 넣었다.

    형순을 중심으로 찰나의 시간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경주의 노란 눈알이 웃고 있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을 때 형순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었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팔을 지나 어깨까지 올라 왔을 때는 제법 커다란 통증으로 변해 있었다.

    “우워어어어..”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했다. 뇌의 껍질이 강제로 벗겨지고 그 속으로 무수한 파편들이 쑤시고 들어왔다. 극

    도의 고통과 함께 폭발할 것 같은 압력이 안구로 가득 쏠렸다. 펄펄 끓는 쇳물이 피 대신 전신을 돌고, 팔

    다리가 미친 듯이 오그라들었다. 구운 오징어처럼 연골과 뼈까지 부수어 가며 한없이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금이 쩍쩍 가기 시작한 형순의 눈에 경주의 모습이 보였다. 벌러덩 자빠진 채 그녀도 자신처럼 바싹 오그라

    들고 있었다. 경주의 얼굴이 다시 웃고 있다고 느꼈을 때 형순은 마침내 깨달았다.

    물은 천사가 아니라 경주의 선물인 것을...

    포대자루가 크게 요동을 쳤다. 잔뜩 들썩 거리던 포대의 한쪽 끝에서 뭔가가 불쑥 삐져나왔다.




    경련으로 무섭게 떨려대는 그것은 영미의 머리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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