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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지 않아 보이는 환각들 [1]

Minerals : 99,525 / Level : 이병 이병
2017-03-08 08:49:52 (9년 전) / READ : 2592
    허접한 3류 작가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글이 막히는 바람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태였고, 결국 마감에 절대로 맞추지 못하겠구나 싶은 날짜까지 몰아붙여지고 말았습니다.



    다행이라면 그 즈음에 막혔던 글이 다시 풀려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죠.



    뭐 그래봤자 마감에 맞추기 위해 휴가를 몰아서 낸 채 각종 카페인 음료들을 과하게 마셔가며 정말 한숨도 못 자고 글을 써야 했지만요.






    그런데 단 10초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잠들면 언제 깨어날지 장담할 수 없었던 상태라 뺨이 퉁퉁 부을 정도로 때려댔으니까요...) 다섯번의 밤을 보낸 시점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 제목에도 썼듯 환각이 보이기 시작한거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전날부터 이상하다 싶었던 현상들이 확실해졌다 해야겠네요.






    환각의 종류는... 여러가지였습니다.






    첫번째, 움직일 수 있겠다 싶은 모든 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걸어놓은 옷, 바닥의 이불, 대충 던져놓은 목도리, 책상에 널려있던 각종 선들, 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음에도 죽겠다 싶어 끓인 라면의 면, 어머니의 화초들, 벨트 등등등. 여튼간에 꿈틀거릴 수 있겠다 싶은 모든 것들이 꿈틀거렸죠.



    처음에는 꿈틀거린다 싶어 바라보면 안 꿈틀거렸는데 나중에는 계속 눈으로 보고 있어도 꿈틀꿈틀 꿈틀꿈틀...






    두번째, 조금이라도 얼굴로 보일만한 모든 것들이 각종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표정을 지었다가 우는 표정을 지었다가 하는 식이었죠. 사진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사실 사진의 경우 '얼굴 사진은 더 대박이겠네ㅋㅋㅋ'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잠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건데 솔직히 이건 정말 소름끼치고 무서웠네요. 계속 뚫어져라 보고있는데도 이런 저런 기괴한 표정을 지어대던 그 사진들의 모습은... 어으...






    세번째, 그림자...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 비슷한 것들이 벽을 타고 슉슉 지나다녔습니다.



    이건 귀찮고 신경쓰이는 것 외에는 별것 없었네요.






    네번째, 벽이나 종이 등 흰색 계열의 평평한 곳을 보면 애니메이션 같은 게 보였습니다.



    오로지 연분홍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었고, 고전 디즈니 풍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이었죠.



    한창 글을 쓰다 모니터 뒤쪽 벽면에 뭔가 이상한게 보여 눈을 돌리면 그곳에 연분홍색으로 그려진 미키마우스 비슷한게 열심히 뛰어다니다 꽃 향기도 맡고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고 나비도 쫓고...



    이게 보이기 시작하고 하루가 더 지난 후부터는 제가 글을 쓰는 한글 프로그램의 하얀 바탕에서도 계속 재생이 되는 바람에 가뜩이나 안 되던 집중이 더더욱 안 되어 어지간히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음... 예, 당시 겪었던 건 이게 다네요.



    아,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데 산발적으로, 혹은 가끔씩 이런 것들이 보였던 게 아니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후부터는 그냥 계속 보였습니다.
    온 사방에서 별별 것들이 꿈틀거리고, 표정을 지어대고, 그림자같은게 지나다니고, 연분홍의 애니메이션이 벽면을 채운 채 쉴 새 없이 재생되고...






    지금 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 같은데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만큼 얼굴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원고를 넘기고 나서 어머니에게 '왜 마약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이거 엄청 재밌어.' 라는 말을 했었고, 등짝 스매싱을 당한 뒤 억지로 눕혀졌었죠.
    눕혀진지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잠들었고요.






    근데 그 환각들이 잠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당시 카페인 음료의 빈캔으로 책상 주변을 가득 채울 정도였거든요.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그저 막연하게 상상해 보던 '환각'에 대한 개념이 의도치 않게 확실히 잡혀버리고 말았습니다.(물론 환각에도 정도와 종류가 있는 거겠죠.)






    저랑 같은 경험 해보셨던 분 없나요?
    제가 안 자고 버틴 건 딱 일주일이라지만 본격적으로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던 건 5일째 부터니 저 말고도 보신 분이 꽤 되실 것 같은데.



    그나저나 써놓고 보니 이 글 참 재미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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