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
채팅 2
게임 0
유물

한밤중의 화장실1 [1]

Minerals : 2,857,061 / Level : 중사 중사
2014-07-07 16:08:52 (12년 전) / READ : 1021
    대학교 친구들과 4명이서 바다에 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늘 친하게 지내던 4명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해서 훨씬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는 길의 차 안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즐겁게 떠들면서 처음 보는 간판이나 건물을 볼 때마다 신이 났다.



    그렇게 들떠 있었기 때문에 도착한 민박집이 매우 낡았음에도 오히려 분위기가 사는 느낌이었다.

    [야, 예산을 너무 아낀거 아니냐?] 라고 농담을 했으니까.

    여주인인 할머니에게 방을 안내 받을 때도 다른 손님이나 종업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낡은 민박집이니 한창 여름인데도 손님이 없는 것인가 싶었다.

    판자로 만들어진 마루는 큰 소리로 삐걱거리고, 방에 화장실도 없어서 복도의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다.

    거기다 수세식도 아니었다.



    화장실 천장에 달린 전구는 먼지가 가득해서, 청소 좀 하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화장실에서 조금 떨어진 우리 방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결국 낮에 바다에서 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방에 짐을 두고, 빠르게 수영을 하러 갔다.

    해가 질 때까지 마구 놀고, 밖에서 저녁을 먹은 후 민박에 돌아가니 밤 9시 즈음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낮에 마구 헤엄을 쳤다보니 피곤해서 다들 슬슬 잠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문득 한밤 중 일어났다.

    그다지 오래 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아마 새벽 2, 3시 정도였던 것 같았다.

    친구가 크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뺀 친구들은 모두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친구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마루를 삐걱삐걱 울리면서 어두운 복도를 반쯤 더듬어 가며 나아갔다.



    전등 스위치는 화장실 바깥에 있었다.

    낮에 보았던 그 전구를 생각하며 만일 켜지지 않으면 어쩌나 겁을 먹었지만, 다행히 불은 제대로 켜졌다.

    생각한대로 대단히 빛은 약했지만, 어쨌거나 일은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화장실은 무척이나 적막했다.

    머릿 속에서 여러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하며,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용변을 보려 애썼다.

    그런데 그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그것이 들렸을 때, 순간적으로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착각은 아니었던지, 소리는 다시 들렸다.

    바깥의 복도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화장실로 오는 것 같았다.

    친구 중 누군가가 화장실에 오는 것일까?

    내가 방에 없고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으니 아마 화장실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그 누군가는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크를 받아주기 힘든 구조의 화장실이었기에, 나는 먼저 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누구야? 안에 나 있어. 미안. 금방 나갈게. 혹시 민박집 분입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빛이 꺼졌다.

    [엥? 이봐, 뭐하는거야! 재미 없는 장난은 하지마!]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패닉에 빠져 소리쳤다.

    [정말 장난 치지 말라고! 이 화장실 진짜 무서워.]

    대답은 없었다.



    문 저편에서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가면 한 대 때려주겠다고 이를 갈면서 화장지를 감고 있는데, 문 너머에서 무엇인가 소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친구 중 누구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지나치다 싶은 장난에 분노는 사그라들고, 오히려 쓴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더듬어 물을 흘려보내고, 나는 일어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벽에 손을 대고, 잠금을 풀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도 문 밖에서는 변함 없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제 나갈거야. 수고했어. 진짜 무서웠네. 문 열거니까 좀 떨어져 있어.]

    문고리에 손을 댄다.



    열리지 않는다.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등에 식은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문 밖에 서 있는 누군가가, 대단한 힘으로 문고리를 잡고 내가 문을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제 진짜 항복이야. 나가게 해 줘.]

    웃으면서 말했지만, 얼굴은 잔뜩 긴장한 채였다.



    어둠에 싸인 가운데, 조용한 화장실에 중얼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확실히 전보다 커졌다.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을 내리기 전까지는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던 것이 이제는 확실히 들리고 있었다.

    아주 낮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목소리.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더욱 패닉에 빠졌다.



    분명하게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가 멎었다.

    무서운 예감이 들어서, 나는 다시 열쇠를 잠궜다.



    그러자마자 철컥하고 문고리에서 소리가 났다.

    내가 열쇠를 잠궜기 때문에 문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 문고리를 돌리는 것을 보며, 나는 문 너머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또 소근소근 중얼대기 시작했다.

    아까 전보다 또 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알아차렸다.

    이 소근거리는 것의 내용이 대단히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절대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고
    • 댓글이 1 개 달렸습니다.
    글목록 이전글 다음글
    글쓰기


    🎪공포/미스테리 관련글을 올려주세요!!🎪설윤 25.06.22추천 6
    와토 미네랄 배당에 대한 수수료 조정 (수정) (1) YGOSU2 17:52-
    인기게시물 미네랄 보상 중지 YGOSU2 25.12.24-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퇴마편 1 (3).김태연296714.07.10추천 11
    공포게시판은 폰으로볼때틱!125814.07.09추천 2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시즌 2 5편 (11).김태연261514.07.09추천 8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시즌 2 4편 (1).김태연221614.07.09추천 9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시즌 2 3편 (5).김태연315314.07.09추천 7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시즌 2 2편 (3).김태연306114.07.09추천 7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시즌 2 1편 (8).김태연245814.07.09추천 6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11-2(브금있음) .김태연324614.07.09추천 6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11-1(브금있음) (2) .김태연299014.07.09추천 10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11 (4).김태연261714.07.08추천 9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10 (7).김태연341614.07.08추천 11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9-2.김태연301814.07.08추천 12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9-1 (5).김태연613014.07.08추천 8
    어떤 디시인의 싸이코 목격담 (6)야노기331614.07.07추천 14
    한밤중에 화장실2 (1)야노기112614.07.07추천 2
    인게에 있는 어느마을의 폐가 원본임 이거보셈 (5)수의예187814.07.07추천 4
    한밤중의 화장실1 (1)야노기102114.07.07추천 5
    어느 마을의 폐가.. (6)야노기491314.07.07추천 7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8-3 (3) .김태연240814.07.06추천 8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8-2 .김태연317514.07.06추천 7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8-1.김태연323114.07.06추천 9
    너네 루시드드림(자각몽) 이라고 아냐? (6)뉴비뉴비뉴비176414.07.06추천 2
    오늘 그린 그림 (10) 밤의 멜로디421114.07.06추천 8
    실화 진짜 무서운비디오 헤헿ㅋ196514.07.06추천 3
    당신은 이 사진에서 영혼을 볼 수 있습니까? (22) 자지복616414.07.06추천 1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