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년 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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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충북 예산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내려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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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시가 넘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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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어머니들께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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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간장이 없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간장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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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은 집과 집사이가 띄엄띄엄 있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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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슈퍼까지 걸어가는 데도 20분이나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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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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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슈퍼까지 가려면 40분이나 걸린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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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짜증을 냈지만, 그때 담배를 처음 피기 시작한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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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울 생각으로 심부름을 갔다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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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에서 나와 제방 둑을 거쳐 오래된 다리를 지날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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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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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풀숲을 걷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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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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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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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가까운 곳에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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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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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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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발걸음을 서둘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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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 소리는 저를 따라 오듯 더 빠르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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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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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는 너무 무서워져서 정신없이 달렸는데, 가로등 없이 어두운 시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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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다리가 걸려서 풀숲으로 굴러 넘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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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 때 무릎을 부딪쳤는지 무릎이 너무 아팠지만, 방금 전의 생각이 떠올라서 바로 일어났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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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넘어진 곳 근처에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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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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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네 아저씨께서 취하셨나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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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취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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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을 건넸는데, 순간 돌아본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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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두 눈에는 눈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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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아저씨가 중얼거리던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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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데려가... 나 좀 데려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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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무조건 앞으로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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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에선 계속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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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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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는 남자가 풀숲을 기어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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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데려가~! 나 좀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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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외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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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슈퍼에 도착했고, 저는 아버지께 너무 무서우니 빨리 오시라고 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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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놀란 목소리에 당황하셨는지, 아버지께선 차를 가지고 금세 오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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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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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걱정스럽게 물으시는 아버지께 한마디도 못한 채 할아버지 댁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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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에서 도착해서야 안심이 되었던지 저는 울음을 터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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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는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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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그 녀석이 아직도 거기있구만.

그 녀석이 니 애비 친군데 부인 죽고 나서 거기서 농약 먹고 자살했지.

그런데 농약이 너무 쎄서 눈알이 다 빠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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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시골에 안 간지 5년이 넘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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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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