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야마구치 미오(山口未桜)제목: 금기의 아이(禁忌の子)
출판정보: 2024년 10월 11일 도쿄소겐샤 출간
내용: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다케다에게 바닷가에 빠져 심정지 상태인 환자가 실려온다. 병원 도착 후 머잖아 사망한 그 환자는, 놀랍게도 다케다와 쌍둥이처럼 닮아있었다. 다케다는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중학교 동창이자 같은 병원의 내과의사인 키노사키와 함께 이 환자와 자신의 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한 불임치료 전문 병원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다케다와 키노사키가 이 병원을 방문한 날, 모든 비밀을 밝히겠다 했던 원장이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과거의 진료 기록 일부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리뷰: 본격미스터리 장르의 공모신인상인 아유카와 데쓰야상 2024년 제34회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 다른 최종후보작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땐 쉼표가 불필요하게 많은 것이 다소 거슬렸지만, 어느새 그런 건 신경도 못 쓸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지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매우 좋았다. 차례차례로 진행되는 서스펜스와 이에 맞춰 진실이 밝혀지는 템포가 무척이나 뛰어나 지루할 틈새가 없고, 진지하고 슬픈 전개 속에서도 가끔 터지는 위트 있는 묘사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불임치료와 인공수정에 얽힌 사회파적인 메시지를 다루면서도 이를 드라마적인 서스펜스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고, 하술하듯 본격으로서도 빼어나다.
한 심사위원이 밝혔듯 결말이 다분히 논란이 있을법 하고, 탐정역인 키노사키의 캐릭터성은 이제와선 진부한 감이 있지 않나 싶었지만, 이 캐릭터성이 대단원에서 진실과 함께 폭발하는 카타르시스(?)가 좋았다. 의학같은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는 미스터리로서는 왕왕 빠지기 쉬운 함정인, 흡사 논문마냥 전문적인 내용을 줄줄 늘어놓는 지루한 대목도 작가가 최대한 줄이고 줄인 노력이 느껴진다.
본격 추리로서 말하자면 본작은 귀류법 추리가 강조되는 편으로, 이 추리법으로는 밝혀지는 진상이 어느 심사위원이 지적했듯 다소 시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셜록 홈즈의 그 명대사와 엮어서 납득시키는 대목이 얄미우면서도 흐뭇하다. 개인적으로는 딱 한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순수하게 논리의 퍼즐을 정교하게 맞춰가며 독자에게도 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단서를 안배하는 본격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다.
수상자인 야마구치 미오는 현역 의사로 자녀가 있다는 듯 하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을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한편 야마구치는 오오즈 미오(코노미스상), 이누즈카 리히토(요코미조상), 유우키 하루오(메피스토상), 오오타니 무츠미(후쿠야마상) 등에 이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창작학원이 배출한 신인작가인데, 아리스가와학원 출신으로서는 드디어 첫 아유카와상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본격 미스터리를 많이 써주시길.
여담: 최종후보작 중에 ‘아미다당의 살인’이라는 작품이 무지하게 신경쓰인다. 아미다쿠지(사다리타기) 형태를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밀실 살인, 동요 모방 살인이라니. 트릭의 세밀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지적이 있는 걸 보면 아이디어만 좋다만 작품 같긴 하지만, 부디 잘 다듬어서 내년에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