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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자작소설) 복제유전자생물체 이야기 [4]

탈퇴한 회원입니다
2018-08-14 08:30:42 (7년 전) / READ : 461

    내가 쓴 소설인데, 그냥 공유하려고 올려보는거야..

    누군가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ㅋㅋ

    기분 내키는 시점마다 다음 이야기를 올려볼게..

    ------------------------------------------------------

     

     

     

    뒤로 걷는 크리스

     

     

     

     

    마엄?”

    ……….

    마엄? 디어 어있? 마엄? 워서무! 른얼 와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도대체 어디쯤일까? 크리스가 끔찍이 싫어하는 기분 나쁜 악취는 다행히 없었다.

    크리스는 냄새에 민감한 알레르기가 있어서 이상한 냄새가 나면 숨을 안 쉬는 버릇이 있었다. 사방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숨이라도 쉴 수 없다면 크리스에겐 더 없는 고문이었다.

    크리스는 주위로 팔을 뻗어보며 손에 닿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썼다.

    뭔가 손에 잡히기라도 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보다 무서움이 훨씬 덜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손에 닿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외진 곳에 혼자 동떨어진 듯 낯선 기분 때문에 크리스는 자꾸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더니 이내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몸이 작아지다간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어두운 곳에서 크리스의 몸이 개미와 같이 작아진다면 그것도 걱정이었다.

    크리스가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집밖으로 찾아 나서던 엄마였다. 엄마가 그만 몸집이 작아진 크리스를 발견하지 못하면 자칫 잘못해서 밟아버릴 지도 몰랐다.

    크리스는 어둠 속에서 발을 딛고 서 있던 곳-물 위인지 흙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 공중에 몸이 부웅 뜬 것 같으면서도 발을 힘주어 뻗으면 발끝에 바닥이 닿는 느낌이 나는-에 웅크리고 앉았다.

    양손으로 귀를 막아 보려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어둠 속에서 크리스를 부르는 귀에 익은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가능한 작게 웅크리고 앉아 몸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혹시 모를 일이었다.

    마을 전체가 정전이라도 되어 크리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길을 헤매고 있다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 우왕좌왕할 때 서로 부딪히더라도 넘어지더라도 될 수 있는 한 아픔을 느끼지 않기 위함이었다.

    크리스는 그 순간 자신도 어른에 비해 잘 넘어지는 어린아이들에 속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크리스가 몸을 웅크리고 앉자 주위 어둠이 크리스의 어깨를 더욱 짓눌렀다. 귀를 양손바닥으로 꽉 막은 채 눈도 질끈 감았다.

    잔뜩 긴장한 공포심 때문에 크리스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양손바닥으로 꽉 막은 줄 알았던 크리스의 귀를 꿰뚫고 머릿속 뇌를 매우 예리한 칼날로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

    째엥.

     

    보통 어른의 손 한 뼘 정도 길이의 서슬 퍼런 칼날이 크리스의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듯한 기분 나쁜 굉음이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거부감을 갖게 하는 그 소리는 딱 3번 들렸으며, 제일 나중의 것은 앞서 두 번의 것보다 그 여파가 더 길었다.

     

    째에앵-

    앞의 두 번의 소리는 먼 하늘에 전투기가 지나가는 소리로 들리더니 제일 나중의 것은 끝이 뾰족한 송곳이 머리뼈를 가로질러 내리꽂히는 느낌이었다.

    물론 크리스에게 전혀 생소했던 소리는 아니었다. 그 소리는 평소 길을 걷다가도 우연찮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유리창을 날카로운 쇳조각이 훑어 내릴 때 나는 소리이거나, 살짝 얼은 빙판을 내달리던 택시가 미끄러지며 바닥을 긁는 소리와 같았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주위는 아직도 캄캄한 어둠인 게 분명했다. 크리스는 자신의 귀청을 찢어버릴 듯하던 소리가 사라진 바로 그 순간 온몸에 식은땀을 가득 흘린 채 눈을 떴다.

    크리스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크리스가 어렸을 때부터 한밤중에 가위에 눌려 일어나 울면 항상 크리스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엄마였다.

     

    엄마.”

     

    엄마가 혹시 옆에서 주무시는 건 아닐까? 너무 피곤해서 크리스가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실 수도 있었다.

    크리스는 얼른 침대 옆으로 팔을 뻗어 엄마를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크리스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온몸의 기운을 누군가 일시에 앗아가 버린 것 같았다.

    오래 감고 있었던 눈을 너무 갑자기 떴기 때문일까? 크리스는 다시 눈을 감았다가 속으로 열까지 세고 난 후 천천히 눈을 다시 떴다.

    어둠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크리스는 가까스로 입술만 움직일 수 있었다. 목에 잔뜩 힘을 주고도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아 크리스는 양팔을 지레 삼아 침대를 떠밀 듯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침대에 앉은 크리스는 앉아 찬찬히 자기 방을 둘러봤다.

    아직도 머리가 아픈 듯 귀가 멍멍했다. 소리 공포증이 있는 크리스였다.

    언젠가 크리스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큰 소리를 듣지 못하는 크리스를 데리고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도 크리스의 병명은 알지 못했다. 다만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의사로부터 크리스가 더 어렸을 지난 시기에 갑자기 큰 소리를 듣게된 탓에 무의식적으로 공포증이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병원 의사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안 크리스의 엄마는 병원에 남겨두고 크리스를 좀더 보자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는 큰 소리를 못 듣는 대신 다른 사람들은 잘 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아마 병원을 처음 다녀온 날 다음 날 아침인 것으로 생각된다.

    길을 잃은 고양이가 아침 무렵이 되자 크리스네 부엌 창밖에 와서 크리스 식구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이때 크리스는 엄마를 불러 창밖에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니까 얼른 빵 조각을 좀 주자고 했다.

     

    엄마, 헛간에 숨어살던 고양이가 배가 고픈가 봐요.”

    무슨 소리야?”

    . 이름이 캣차차라는데, 아까부터 우리 밥 먹는 거 지켜보고 있어. 이틀을 꼬박 굶었다는데?”

    캣차차? 그게 뭐야? 고양이가 어디 있다고 그래?”

    자기 이름이래. 창밖에 플라타너스 줄기 위로 두 번째 가지사이에 있어요.”

    얘는 아침부터 식사하다 말고 무슨 소리래? 어디 고양이가 있다고 그래?”

     

    하지만 이때만 해도 크리스 엄마는 창밖에 있다는 고양이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이 창으로 다가오자 고양이가 황급히 몸을 숨겼기 때문이었다.

    크리스! 너 엄마 놀리면 못써! 보렴! 어디 고양이가 있다고 그래?”

     

    창밖을 내다보던 엄마가 고개를 저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크리스를 불렀다. 다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크리스는 자기 앞에 놓인 콘프레이크와 우유를 먹느라 미처 얼굴을 들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캣차차가 오늘은 그냥 간대요. 그 대신 오늘 저녁에 다시 올 테니까 창밖에 우유 그릇 좀 꺼내 달래요. 자기는 소들이 놀랠까봐 외양간에 있는 쥐를 다 잡아줬는데, 우유 한 잔 정도는 서비스로 줘야하지 않냐는대요?”

    얘가 정말?”

    ~ 배부르다. 저 다 먹었어요. 이거 남은 건 접시에 담아서 창 밖에 내다 주세요. 캣차차가 꼭 우유를 먹고 싶은가 봐요.”

     

    크리스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 시작한 게 정확히 언제쯤인지 기억나진 않았다. 평소 다른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크리스로서도 오늘은 처음 들어보는 아주 이상한 소리였다.

    더구나 그 소리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거니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기분 나쁜 소리였다.

    크리스 방에 누가 들어온 게 아닐까?

    크리스 방에 들어올 사람이라면 엄마하고 아빠였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크리스가 잠자기 전에 이미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렇다면 엄마와 아빠가 크리스 방을 나간 뒤 누군가 다시 들어온 게 아닐까?

    2층에 있는 크리스 방에 올라오기 위해선 1층과 통한 유일한 통로인 계단을 거쳐야 했다. 계단은 크리스의 방문과 이어져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올 사람은 없었다.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집안을 어지럽혀도 부모들이 야단치지 않는 그런 날에는 아주 가끔 크리스도 창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리스마스도 훨씬 지난 4월이었다. 게다가 어른들조차 잘 다니지 않는 어두운 밤이었다. 밤엔 아이들이 돌아다니질 않는다. 더군다나 창문은 안에서 잠긴 상태였다.

    혹시 창문이 깨진 것은 아닐까?

    그럴 리 없었다. 잠자기 전에도 이미 확인한 곳이었다.

    만약 방문을 통해 들어왔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다지 넓지 않은 크리스의 방안 풍경을 한눈에 알아채고 말 게 분명했다. 크리스의 방은 방문을 열자마자 맞은 편에 있는 창문과 침대가 보이고, 좌우 벽에는 크리스의 책상과 컴퓨터, 음악 CD 등을 진열해 놓은 진열장과 아빠가 사다둔 백과사전이 가득 꽂힌 책꽂이가 있다.

    누군가 돈을 목적으로 들어왔다면 자신의 생각이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후회했을 게 분명했다.

    값이 나가는 물건도 없고, 더군다나 방의 주인인 크리스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방을 찬찬히 훑어보던 크리스는 어느 곳에서도 낯선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였을까?

    온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소리는 어디서 난 것일까?

    크리스는 그제야 심한 갈증을 느꼈다. 너무 많은 식은땀을 흘렸기 때문인지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크리스는 침대 머리맡에 팔을 뻗어 물통을 찾았다. 크리스의 엄마는 항상 크리스의 침대 머리맡에 물통을 두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는 밤에 잠이 깨면 목이 말라서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크리스의 침대 곁에 두는 강아지 모양의 물통은 강아지 꼬리부분을 이용한 손잡이가 달려있어 구분하기도 쉬웠다. 어렵지 않게 물통을 찾았지만 크리스 손에 들린 것은 빈 물통뿐이었다.

    이상했다.

    언제 물을 다 먹었던 것일까?

    어젠 분명히 물이 있었는데.’

    정말 누군가 크리스 방에 몰래 들어와 물을 다 마셔버린 것일까?

    물은 한 방울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냉장고를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왔다면 책상 뒤나 침대 아래에 숨어 있는지도 몰랐다. 크리스는 마른침이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조차 최대한 작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 ……!”

     

    그때였다.

     

    물통을 가까스로 찾았지만 물 한 방울 못 마신 크리스가 침대에 다시 누울 때였다. 크리스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는 아주 놀라운 광경을 발견하고 말았다.

    크리스의 침대가 어느 새 천장에 매달려 있고 방바닥에 있던 모든 물건들이 지금은 바닥이 된 천장, 아니 크리스가 내려다보고 있는 천장에 모두 떨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바닥이 된 천장에는 얼마 안 되는 물이 고여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크리스는 침대 곁에 놓았던 전등과 책꽂이에 꽂혀 먼지만 수북이 쌓였던 백과사전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나뒹구는 모습을 봤다.

    크리스는 아빠한테 뭐라고 말해야하나 걱정이 생겼다. 집에 손님이 오면 가끔 아빠가 손님들에게 보여주곤 하던 책들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는 아빠가 좋아하는 책을 더 좋아하지 않았다. 가까운 친척이라도 집에 오면 크리스의 방은 어느새 먼지가 가득하기 마련이었다.

    아빠의 백과사전들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는 시간이었다. 크리스는 그러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광경 때문에 다른 걱정 따윈 잊고 말았다.

    너무 두꺼운 백과사전은 크리스가 양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그런 책들이 누가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저 아래, 그러니까 지금은 바닥이 된 천장으로 떨어진 것이다. 적어도 바닥이 되어버린 천장에 고인 물이 어디서 왔는지 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크리스가 물을 마시려고 물통을 찾아 뚜껑을 여는 순간 그만 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물론 여느 때와 같다면 물통에 든 물은 결코 쏟아지는 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크리스가 천장을 내려다보며 붙어있는 상황이라면 물통은 자연스럽게 거꾸로 들린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크리스가 내려다보고 있는 천장에는 그 몸집이 야구공만한 작은 동물들이 가득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어두운 곳에서 잘못 본 것이라 여겼던 크리스도 점차 주위가 밝아오며 나타나는 작은 동물의 모습에 기절할 지경이었다.

    하나같이 이상한 신체구조였다.

    눈이 하나인 녀석도 있고, 다리가 여덟 개인 녀석도 있었다. 머리가 두 개 달린 녀석은 마치 돼지처럼 보였지만 그 짧은 두 개의 머리를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게다가 작은 동물녀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녀석들은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었다가도 서로 마주치거나 하면 동시에 알지 못할 괴성을 지르곤 다시 사방을 헤매기에 바빴다.

     

     

    캬캬캬, 캬캬!”

    ! 캬캬캬캬!”

     

     그 순간 크리스는 왜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팔과 다리가 침대에 묶여 있는 게 아닌가 하여 팔다리를 들어봤지만 아무 이상도 없었다.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의 침대는 아빠가 다른 두 명의 아저씨들하고 같이 들어서 옮겼을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다. 그런 침대도 지금은 천장과 뒤바뀌어버린 바닥에 붙어 있었다. 크리스는 몸이 오싹한 기분이 얼른 이불 속으로 숨으려고 했다.

    이불 위로 올려두었던 팔을 다시 이불 속으로 넣자마자 이불이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방금 전까진 크리스가 팔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 안돼!”

     

    크리스는 떨어지는 이불을 다시 잡기 위해 얼른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이미 이불은 크리스에게서 떠난 뒤였다.

    바닥과 위치가 바뀌어버린 천장에 떨어진 이불은 그만 아래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상한 괴물들을 덮어버렸다.

    크리스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난데없이 머리 위로 이불이 떨어진 돌연변이 괴물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위에 달라붙어 있는 크리스를 찾아냈다.

     

    캬캬캬캬.”

     

    웃음소리마저 기분 나쁜 돌연변이 괴물들이 크리스를 향해 한 마리씩 뛰어 올랐다. 그러자 다른 돌연변이 괴물들도 번갈아 뛰어오르기를 시도하더니 순식간에 모든 돌연변이 괴물들이 한번에 뛰어올라 크리스 주위로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듯 몰려온 돌연변이 괴물들이 크리스를 위에서 짓누르고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더 이상 발버둥칠 힘조차 없었다.

     

    으아악!”

     

    * * *

     

    다시 아침.

     

    젠장.”

     

    매일 아침 크리스는 욕지거리부터 내뱉으며 시작한다. 엄마가 들었으면 따끔하게 크리스를 혼내줄 게 분명했지만 아무도 없는 방이었다.

    잠을 자는 내내 잔뜩 겁에 질린 표정 같기도 하고, 무엇엔가 급히 쫓기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찡그렸던 크리스였다. 급기야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크리스는 며칠 전부터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온몸을 뒤틀며 신음을 내뱉은 뒤에야 가까스로 눈을 뜨곤 했다.

    오늘 아침도 다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잠을 설친 크리스가 잠옷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깊은 잠을 자 본 지가 언제인지 크리스에겐 요즘 들어 부쩍 잠귀가 엷어졌다.

    흉포한 도사견처럼 사나운 짐승으로부터 쫓기는 꿈이기도 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허공에 손만 휘젓다가도 날카로운 그 무언가가 크리스의 손등을 물어뜯는다는 기분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곤 했다.

    곧게 누운 자세로 양팔을 가지런히 가슴에 얹고 침대에 누웠던 크리스는 침대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자기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평소 잠버릇이 심하지 않던 크리스는 언제나 침대에 처음 누웠을 때와 같은 자세로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 아침은 평소와 전혀 같지 않았다. 침실 방문 바로 오른쪽에 놓였던 침대는 방문을 정면으로 가로막은 채였고, 방안 모든 가구와 인형들이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크리스의 방에서 대판 싸움이라도 벌어진 듯한 상태였다.

     

    뭐야, 이게?”

     

    자기 눈이 의심스러워진 크리스는 양손으로 눈을 마구 비빈 뒤 다시 방안을 둘러보며 정신을 차렸다. 눈이 빨갛게 충혈 될 정도로 비비고 나서야 꿈에서 잠이 덜 깬 크리스에게도 모든 방안 풍경이 제대로 보였다.

    방 풍경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빠가 크리스의 10살 생일 기념으로 어제 새로 사 주신 침대만 빼고 모든 것들이 평소와 똑같았다.

     

    크리스! 밥 먹어야지? 서두르지 않으면 학교에 또 늦겠다! 어서!”

    ……….”

    크리스? 일어났어?”

    ……….”

    대답 안 하면 엄마 올라간다? 일어났니?”

    네에…….”

     

    아래층 부엌식탁에서 크리스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도 다른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지난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뭐든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 * *

     

    크리스에겐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었다. 평소 쾌활하고 친구들과 장난치기 좋아하는 크리스가 이따금 혼자일 때나, 뭔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는 모든 행동을 반대로 하는 버릇이었다. 가령, 말을 반대로 한다거나 걸음을 걸을 때도 똑바로 앞을 향해 걷지 않고 뒷걸음으로 걷곤 한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서 앉아. 빵 다 식겠어. 여보, 당신도 우유 더 드려요?”

    아니, 난 됐어요. 크리스나 더 주지?”

     

    어제 입었던 청바지와 체크무늬 셔츠를 그대로 걸친 크리스가 식탁에 나타나자 엄마가 얼른 의자를 빼주었다. 크리스가 식탁에 앉은 뒤에 우유를 유리잔에 따라 크리스 앞에 갖다 놓은 엄마도 아빠 옆으로 앉았다. 언제나 크리스는 엄마, 아빠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아침이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러니, . 뭐가 되려고 하는지 매일 게으름만 피워. 크리스! 너 또 그거 뭐야? 그 옷 입고 그냥 잔거야? 잠옷 안 갈아입고?”

     

    크리스에게 우유를 한 모금 먼저 마시라고 눈짓을 한 엄마가 식빵을 한 조각 집어 쨈을 바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식탁 중앙에 놓인 접시를 집어 자기 앞에 놓았다. 크리스의 매일 아침 식사란 엄마가 따라준 우유를 마시고, 엄마가 쨈을 발라준 빵 조각을 접시에 받아 다시 집어먹는 걸 말했다.

    엄마는 크리스가 우유도 직접 따를 줄 알고, 쨈도 직접 발라서 먹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분명했다. 물론 크리스가 엄마에게 굳이 내가 우유 따라 마시고, 내가 쨈 발라서 먹을래요!’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엄마가 하는 하루 일과 중에 유일한 일을 빼앗는 기분이 들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크리스에게 우유를 따라주거나 빵에 쨈을 발라주기 위해 태어난 듯 했다. 엄마가 크리스를 위해 해주는 일이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그 외에 하는 말들은 모두 엄마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일 따름이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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