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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4]

Minerals : 1,821,894 / Level : 하사 하사
2020-02-05 13:07:56 (6년 전) / READ : 843

    1.

    꾸준히 참석하던 독서모임에서

    내 주도로 지정도서 모임을 한 회 진행하게 되었음.

    나는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을 선정했고,

    모임 진행에 앞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어서 읽기 시작함.

    작년 12월에, 책의 90%정도를 읽어놓았고, 며칠 전에 나머지 부분을 읽음.

     

    2. 작가 : 이탈로 칼비노

    이탈로 칼비노는 이탈리아 국적의 작가.

    (태어나기는 쿠바에서 태어났는데

    부모의 국적도, 주로 살았던 지역도 모두 이탈리아임.)

    비현실적인 설정을 집어넣은 소설들을 많이 씀.

    그래서 칼비노의 소설들은 동화같은 느낌이 듬, 마치 <어린왕자>처럼.

    물론 <어린왕자>의 명성이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동화같은 구도는 비슷해보임.

     

    책의 뒤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다'라고 써있는데

    해외에서 어느정도 인정받는 작가인지는 모르겠음.

     

    다만 한국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1994년에 '이현경'이라는 번역자가 칼비노의 책들을 번역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이탈로 칼비노 전집도 나옴.

     

    3. 줄거리 : <나무위의 남작>

    주인공은 '코지모'라는 이름의 남자로,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게 되는 인물임.

    이 소설은 코지모가 처음 나무에 올라간 때(12살)부터

    미스터리하게 사라지게 되는 때(65살)까지의 이야기임.

     

    배경은,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초반까지의 이탈리아의 한 마을.

     

    12살, 사춘기의 코지모는

    식사 예법을 똑바로 지키라고 훈계하는 부모님과

    이상한 음식을 요리해 강제로 먹이는 누나에게 반발해

    가출을 시도함.


    정확히 말하면 가출은 아님, 집 마당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감.

    즉, 코지모가 처음 나무 위로 올라간 이유는 '반항'의 의미였음.

     

    '몇 시간쯤 저러다 내려오겠지'하고 생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코지모가 그날 밤까지 내려오질 않으니 전전긍긍함.

    걱정이 된 어머니는 먹을 것과 침구류들을 코지모에게 올려보내고

    코지모는 그날 밤을 나무 위에서 보냄.

     

    하지만 부모들도 코지모를 강제로 데려올 수가 없는 게,

    이 작품 설정상 코지모의 나무 타는 솜씨가 워낙 좋아서, 

    굼뜬 어른들은 코지모를 잡을 수가 없음.

    게다가 나무는 한 그루만 있는 게 아님.

    오히려 나무가 우거지고 숲이 넓게 펼쳐진 곳이라

    코지모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다니며 살아감.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나무에서 내려오질 않으니 어른들은 계속해서 코지모를 걱정하지만

    코지모는 표범을 잡아서 옷과 모자를 만들고

    토끼를 사냥해 먹을 것을 해결하는 등

    나름대로 의식주를 해결하기에 이름.


    나중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코지모가 남작의 칭호를 이어받음.

    마을 사람들이

    "저 남작네 집 아들이 미쳐서 나무 위에서 산대."

    라고 수근거리는 것이 이제는

    "우리 영지를 다스리시는 남작 어르신은 참 특이하신 분이다."

    로 바뀜.

    (이게 이 소설의 제목이 <나무위의 남작>인 이유임.)

     

    코지모는 주로 기행을 일삼는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되지만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음.

    오히려 가끔은 마을이 위기에 쳐했을 때 나타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함.

    산불의 위험이 닥쳤을 때, 산불진화대를 조직해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늑대들이 많이 나타났을 때에도 늑대들을 때려잡음.

     

    또, 책을 많이 읽게 되어 많은 지식을 섭렵함.

    한창 배워야 할 청소년 시기에 나무 위에 올라갔기 때문에 코지모를 교육시킬 사람이 없었지만

    특별한 계기로 해서, 광적으로 독서에 몰두하게 됨.


    박학다식하고 선한 코지모의 모습은,

    (칼비노가 생각하기에)

    당시 혼란한 유럽의 상황 속에서 '바람직한 지식인'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음.

     

    더 시간이 흘러 코지모는 이제 노인이 됨.

    마을 사람들은 코지모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도, 알 수 없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지모가 살아나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음.

    특히 코지모의 동생이 먹을 것과 잠자는 것 등을 보살펴줌.

     

    65세가 된 코지모는, 어느 날 나무 꼭대기 위에 올라가 있었음.

    그날따라, 마을에 열기구가 지나감.

    열기구는 바람에 휩쓸려, 위태위태하게 저공비행하다가, 코지모가 있는 곳 바로 옆으로 이동했음.

    코지모는, 나무에서 뛰어 열기구에 매달린 줄을 잡고 열기구와 같이 날아감.

    그게 코지모의 마지막 모습이었음.

     

    결국 코지모는, 12살에 처음 나무 위로 올라간 이후로

    한 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살다가 65살에 미스테리하게 사라짐.

    그것으로 소설이 끝남.

     

    4. 비현실적인 설정들

    소설 속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들이 많이 등장함.

    나무 위에서 몇 십년을 산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누나의 요리 취향, 코지모의 최후 등등 말이 안되는 일들뿐임.


    또 당대의 유명한 지식인들과도 편지로 교류했다고 되어 있음.

    볼테르, 루소, 디드로 같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었다고 되어 있고,

    나폴레옹과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도 나옴.

     

    이런 장면들이,

    처음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가 나기까지 하는데,

    자꾸 보다보면 그러려니 하게 됨.

     

    어떻게 보면 이런 설정들이 재미있기도 함.

    350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라서

    보다가 좀 지루하기도 하고 읽기가 힘들기도 했는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설정들을 보면서 웃다 보면 어느새 다 읽게 되어 있는듯.

     

    5.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 혹은 숨겨진 의미나 상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음.

    위에 말한대로 '재야에 숨어사는 지식인'을 묘사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뭐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지는 모르겠음.

     

    그냥,

    '참신한 설정이 계속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분량이 좀 길어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정도가 솔직한 감상이 될듯.

     

    분량

    ★★★★☆

    난이도

    ★★☆☆☆

    재미

    ★★★★☆

     

    나무 위의 남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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