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YOY
음...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반에 거짓말을 자주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말하는 것 전부가 거짓말이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군요.
화장실을 가고 싶다든가, 점심으로 카레라이스가 나왔으면 좋겠다든가,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을 해보고 싶다든가.
그런 터무니없는 말만 지껄이는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거짓말만 해대니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였던 건 당연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아이의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은 그 아이의 거짓말하는 습관을 고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 아이의 부모님이 가장 필사적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혼내봤자 그 아이는 계속 '저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에요.', '왜 저를 믿어주지 않으시는 거에요.' 같은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쏟아낼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우는 연기까지 하면서 말이에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자, 결국 남은 것은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 뿐이었습니다.
자기 자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때 그 아이 부모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정말...
...아무튼 그 아이가 사라진 반은 평화로웠습니다.
지루할 정도의 나날이 쉴새없이 흘러가 어느 덧 저희는 6학년이 되었죠.
그리고, 그 시기쯤 학교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던 그 아이가 며칠 전에 죽었다더라- 라는, 상당히 섬뜩한 내용이었어요.
그래요.
여기까지.
딱 여기까지로 이야기는 끝나고 그 아이에 관한 건 유년 시절의 찝찝한 추억 정도로 남아야 했을 텐데...
그래야만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본격적인 문제는 그 소문이 돌고 며칠 뒤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누구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그 어떤 말을 해도 말입니다.
얼음은 차갑다거나 굶으면 배고프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은 '거짓말'인 것으로 인식되었어요.
처음엔 어찌나 무섭고 당혹스러웠던지.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을 법한 형식의 문장.
예를 들어 의문문이나 감탄사 같은 것조차도 거짓말이라고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연히 말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도 시도해보았습니다.
문자로도 보내보고, 글로 써서 보여주기도 해봤어요.
짐작하시겠지만 전혀 안 통했고요.
음음, 아무튼...
제 주변에 아무리 호소해봤자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지, 사람들은 점점 저를 그 거짓말하던 아이와 동일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하지...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저도 정신병원에 쳐박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 머리를 계속해서 맴돌았어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습니다.
그건 바로 '말 자체를 못하는 척 하는 것'이었어요.
뭐, 그것 역시도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정신병자 취급 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10년.
그래요, 저는 그렇게 10년 간 벙어리 행세를 해오며 살았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로요.
그렇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이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었어요.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그래서 어떠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제 말을 믿어주실 수 있나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