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아빠가 밤 늦게 들어오는일이 잦았다
밤귀가 밝은 나는 아빠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에
일어나서 빨리 열어주거나 자는척을했다
아빠는 왜 안자냐고 꾸중을 줬지만 기분좋았었다
그날은 엄마는 외가집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강원도로 갔고 누나는 대학생이라 기숙사에 있었다
나 혼자 밤을 맞이하면서 TV를 보다가
밑에서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려서 현관문앞으로
달려갔다 아빠가 올 타이밍이라 예상하고
웃음을 참으면서 문 열어줄 준비를 하고있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계단 오르는 소리는 멈췄는데
아빠가 도어락을 안누르고있었다..
그때 갑자기 머리랑 가슴이 이상한느낌을 받았었다
어릴적에 느낀 그 감정을 지금도 설명 못하겠다
막 울렁거리고 귀에선 내 심장소리만 들리며
현관문의 손잡이가 크게 보였는데
혹시나 아빠가 술취했나? 싶어서
" 아빠? "
라고 말했는데
정적이 흐르고
3초후
" 어 문열어 "
아빠 목소리였다 근데 이상했다
그냥 도어락을 누르면 되는데 왜 안누르지?
80%는 아빠라고 믿고있던 찰나에
뭔가 이건 장난이라해도 테스트를 해봐야겠다싶었다
" 아빠 내이름 머게? "
순간 엄청 조용해지고 4초간 정적이 흘렀는데
그 4초가 10분처럼 길게느껴졌다
" 씨발.. "
정적을 깬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 트라우마로 남았다
깜짝 놀란 나는 그자리에서 굳었고
그사람은 다시 내려갔다..
난 벌벌 떨면서 아빠를 기다렸고
1시간후에야 아빠가 도어락을 열며 집에 왔다
아빠한테 안겨서 울면서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사람의 목소이를 아빠 목소리로 들었던건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목소리를 그순간에 듣고싶어서였던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건 그때 문을 열었으면
난 지금 여기없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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