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열린다는 걸 축제 당일에 알게 되어서 후다닥 지하철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음.
배치가 더 깔끔해졌더라. 사람들도 자유롭게 더 잘 돌아다니고. 광장 시절보다 더 편하고 쾌적한데, 광장의 상징성 때문에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는 게 슬펐다.
언제나 그랬듯 굿즈 장사 때문에 지갑이 털려서 집에 와서 울었음. 그래도 작년에 봤던 분들 올해도 보게 되어서 기분 좋더라. 그래도 여럿 후원하니 마음은 뿌듯했음.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하는 운동가들. 대사관 바로 앞에서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외치면서 항의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동성애자들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텔아비브에 사는 동성애자 또한 생명이라고 생각해서’ 말은 안 했지만 솔직히 조금 불편했음. 이건 너무 깊게 나가면 싸움날 거 같으니 여기서 컷하고 ㅎ
그 외에도 각종 진보 정당들의 현수막 사이에서 홀로 안 보이고 깃발만 나부끼던 정의당도 인상깊었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퀴어 장사나 하러 온 건가 싶어서 경멸만 하게 되더라.
확실히 퀴어축제에 외국인들이 많더라.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원어민 강사들부터, 커플끼리 참여한 외국인들이라든가, 부스 홍보하는 참가자 신분으로 많이들 참가했더라고. MBC, SBS, MBN, NHK(그 일본 방송 맞음. 근데 명함 보니 한국인이더라) 등등의 언론에서도 많이들 카메라 들고 왔음. 그 외엔 유모차 말고도 머리 좀 큰 애들 데리고 같이 온 앨라이 부부, 에세머, 그냥 코스프레 하러 온 사람들도 중간중간 보였었다. 코스프레 하려면 미리 입고 오거나, 지하철 화장실에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게 이 축제의 단점이랄까 ㅎ
중간에 동물보호 외치고 다니는 비건 시위라든가, 외국인 선교사들이 난입해서 회개하라 교회로 와라 하고 외치다가 경찰 컷 당하는 것도 웃겼음. 이렇게까지 글로벌한 축제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
맞은 편 동성애 반대 집회는... 해병대 옷 입고 북 치는 게 좀 같잖더라. 퍼레이드때문에 횡단보도가 막히니 바로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대놓고 “뭘 잘했다고 단체로 나와서 길 막고 ㅈㄹ이냐” 하더라. 상처받았냐고? 오히려 웃겼음. 퍼레이드의 의도에 정확히 말려든 케이스라서. ㅋ 오히려 그 앞에서 뭔 소리가 나오든 웃고 떠드는 참가자들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