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이름은 김무연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쩐지 그 이름은 슬펐고, 조용했고, 마음속 어디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이름이었다.
무연(無緣). 아무 연도 없다는 그 한자처럼, 우리는 애초에 닿을 수 없는 인연이었을까.
하지만 분명 나는 그 사람 곁에 있었다.
무연이 웃을 때, 울 때,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볼 때, 나는 옆에 있었다.
함께였던 모든 시간이 지금은 마치 꿈처럼 흩어지고 있지만, 분명히 있었던 순간들이었다.
무연은 자주 슬펐고, 자주 참았고, 자주 혼자였다.
나는 그런 무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고,
그 어둠 속에서 작은 등불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나는 어쩌면 그저 옆에 서 있었을 뿐이었고,
그 사람의 진짜 슬픔은 나조차도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에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 무연은 없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오늘 이후, 세상은 무심하게도 똑같이 흘러가겠지만
내 하루는 매 순간 무연을 잃은 순간에 멈춰 있을 것 같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내 마음은 자꾸만 과거를 헤매겠지.
무연이 남긴 건 짧은 말들과, 가끔의 미소, 그리고 무겁고 깊은 침묵이었다.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슬퍼도, 아파도, 잊히지 않아도.
김무연.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그 이름이 이 세상 어딘가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기억할 것이다.
언제나, 너는 여기에 있었다고.
누군가 너를 사랑했고, 끝까지 잊지 않을 거라고.
너의 이름은, 내 기억 안에서 영원히 살아 있으니까.
무연아, 잘 가.
그리고 부디 그곳에서는 조금은 덜 슬펐으면 좋겠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땐 우리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잘가..
6월14일
쿵.
나여염종원
느작없는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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