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 학원 가는 길에 매일 마주치는 애가 있었는데
그 애는 옆 학교 다니는애였음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눈이 마주치기 시작했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이상하게 계속 같은 타이밍에 마주쳤고, 어색한 듯 고개를 돌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였지
그러다 하루는 비가 오는 날이었어
우산을 안 챙겨서 학원 앞에서 비 맞고 서 있는데 그 애가 조용히 자기 우산을 반쯤 내밀었어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같이 걸었지
둘 다 말 한마디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편했어
그날 이후로 인사도 하게 되고 나중엔 번호도 주고받았어.
밤마다 톡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노래 얘기하고 오늘 뭐 먹었는지 그런 사소한 얘기를 했지
고백은 따로 없었어
그냥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거 알아도 굳이 말로 안 해도 되는 시기였달까
그게 오히려 더 설렜어
고등학교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줄었지만
그때 그 애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들었던 사람이었어
지금도 학원 앞 골목 지날 때면 가끔 그 우산 같이 썼던 순간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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