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태로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던 모양인데, 깨서 보니 티비에선 심야에 하는 통신판매 선전이 흐르고 있었고, 시계를 보자 새벽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때는 핸드폰도 없었던 시대다.)
이상한 시간에 깨 버린것 같아서 찝찝해 하고 있는데...
톡...톡....
창문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를 던지거나 해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가볍게 때리는것 같은 소리...
바람때문인지 누군가가 창문을 때리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필사적으로 바람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진정하려고 물을 한모금 마셨지만, 잘 넘어가지도 않고
너무 무서워서 티비소리를 크게 켜고 죽을힘을 다해서 티비만 보고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서우면 그만해라."
나도모르게 문을 열뻔 봤지만, 할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라서 금방 손을 멈췄다.
또 목소리가 들린다.
"왜그러냐. 너무 힘들면 이리 나와라."
분명히 할아버지 목소리지만, 분명히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럴거라고 생각 했는데, 그럼 누굴까라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방 구석에 둔 소금접시를 보니, 쌓아둔 소금의 윗쪽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부적을 쥐고 웅크려서 덜덜 떨고만 있는데
그때...
"포,포..포...포,포..포...포,포"
낮에 들은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창문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다른 생각을 할수도 없고... 낮에 본 그것이 웃는 얼굴로 창문 밑에서서 손을 뻗어서 창문을 흔들고 있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미칠것만 같았다.
나는 나무상자 위에 놓여진 불상앞에 엎드려서 있는 힘을 다해 빌었다.
살려달라고.
정말 길고도 긴 밤이었지만, 아침은 와 있었다.
눈을뜨자, 켜놓았던 티비에서는 아침 뉴스를 하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 표시되는 시간은 일곱시 십삼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그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느샌가 기절 했었던것 같다.
방 구석에 놓아둔 소금은 전체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혹시몰라서 내 시계를 봐도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자, 그곳에는 할머니와 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며 울고 있었다.
일층으로 내려가자 아버지도 와 있었다.
바깥에서 할아버지의 어서 나오라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어디서 가져 왔는지 승합차가 한대 서 있었고, 마당에는 마을 남자로 보이는 사람들 몇명이 서 있었다.
승합차는 9인승이었고, 운전석에 할아버지, 조수석에 아버지,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의자에 할아버지가 데려온 노파가 앉고, 나는 정 중앙에 앉게 되어서, 여덟명이 내 주위를 둘러 싸는 형태가 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절대로 눈을 뜨지마라. 우리에겐 안보여도 너한텐 보이니까 괜찮다고 할때까지 눈 감고 있도록 해라."
내 오른쪽에 앉은 쉰살정도 돼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달리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노파가 여기서부터가 고비 라며 염불을 외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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