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년간 유료 감옥이었던 프랑스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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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2025-08-16 00:20:26 (4개월 전) / READ : 135

파리 센강에 있는 시테 섬. 시테 라는 이름은 영어로 바꾸면 시티(City). 아주 오래 전에는 이 섬이 파리 그 자체였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샤펠 성당이 이 섬에 있어서 관광의 명소이기도 하고, 사법부 청사와 파리 경찰청 청사가 있는 행정의 요지이기도 해.

이 섬의 북서쪽에 역시 관광 명소인 콩시에르주리가 있어.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은 최초 14세기 초에 세워졌어. 당시 파리 최초의 궁전이었고, 14세기 말 루브르 궁전이 왕실의 정궁이 된 이후로는 왕궁의 고문서 및 보물을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되었고, 15세기 말부터는 지체 높은 이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쓰였어.

(보물 보관과 감옥을 겸했던 것으로는 런던탑이 좀 더 유명하지만서도)

프랑스 혁명사에 밝은 이라면 마리 앙트와네트, 로베스피에르, 당통이 처형되기 직전 이 콩시에르주리에 갇혀있던 것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할 수도 있겠지.
지체 높은 이들을 가두었기 때문인지, 이곳은 수감자에게서 돈을 받는 유료 감옥이었어.

(과연 유럽 짱깨다운 돈미새?)
지불한 금액에 따라 시설이 3가지 등급으로 나뉘었는데, 가장 많은 돈을 낸 1등급 수감자들은 호텔급의 쾌적한 시설에서 지낼 수 있었던 반면, 돈을 내지 못한 3등급 수감자들은 당시 기준으로도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대우를 받았다고 해.
프랑스 혁명 직후 공포정치 시대에 무려 2,600명이나 되는 인원이 이곳에 수감되었다가 단두대에 올랐어. 콩시에르주리 역대 최대 호황을 이끌었던 로베스피에르는 과연 과연 어떤 시설에서 지냈을지 궁금했었는데, 이 양반이 1794년 7월 27일에 체포되고 바로 다음날 처형됐더라고. 체포될 때 총에 맞아서 턱이 날아가는 바람에 유언도 못남길 지경이었다고 하니, 수감 시설이 어땠는지는 큰 의미가 없었겠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