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동작 속도가 점차 느려지곤 한다. 특히 PC를 처음 구입했을 무렵에는 하드디스크에 파일을 저장하거나 저장된 파일을 읽어 들이는 속도가 빨랐는데 몇 개월 지난 후에는 같은 작업을 해도 예전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드 디스크의 속도 저하는 PC 전반의 성능 저하를 야기하므로 어떻게든 하드 디스크의 속도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물론 하드 디스크가 고장 나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저하되는 경우도 있으며, 바이러스나 악성코드의 침입, 혹은 과도한 프로그램의 설치로 인해 같은 현상이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면 이는 십중팔구 하드디스크 상의 데이터들이 많은 수로 조각이 났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각이 났다’라는 표현은 하드디스크 자체가 물리적으로 쪼개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드디스크 내부의 데이터가 기록되는 부분, 즉 플래터(platter)의 표면에 데이터의 기록 부분이 가지런히 배열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상태로 배열되었다는 의미다.
하드디스크뿐만 아니라 모든 데이터 기억장치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를 순차적으로 배열해 내부의 기록 영역에 배치한다. 만약 그 중 일부 데이터가 지워지면 해당 영역은 데이터가 지워진 용량만큼 중간이 비게 되는데, 나중에 다시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 영역부터 우선 채우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어있는 영역보다 큰 용량의 데이터가 입력되었을 경우다. 이때는 하나의 영역에 모든 데이터를 담지 못하므로 해당 데이터를 두 개 이상으로 조각 내어 본래 기록하려고 했던 영역, 그리고 떨어져 있는 빈 영역에 데이터를 나누어 각각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빈 영역보다 작은 용량의 데이터가 입력되었을 경우에는 빈 영역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일부 공간이 남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데이터가 조각나서 각각 다른 영역에 저장 되는 것, 혹은 기억장치 내부의 곳곳에 빈 영역이 늘어나는 것을 단편화(斷片化, fragmentation)라 한다.
PC의 사용 기간이 늘어날 수록, 즉 데이터의 기록과 삭제가 반복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기억장치 내부의 단편화 역시 급격히 진행된다. 물론, 하나의 데이터가 단편화 되어(조각이 나서) 기록되었다고 하여 본래 하나였던 파일(file: 정보 단위, 화면 상에서 아이콘 단위로 표시되는 것)이 여러 개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파일 하나가 100 조각 이상으로 단편화되어 기록되었다 해도 운영체제(윈도우 등)에선 이를 여전히 하나의 파일로 인식하여 표시하므로 데이터의 사용 및 보존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
다만, 단편화가 많이 진행된 기억장치는 그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본래는 한 번에 읽어 들일 수 있는 데이터를 조각난 회수만큼 여러 번 나누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 디스크의 경우, 서로 떨어진 영역에 있는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읽으려면 플래터를 열심히 회전시키면서 헤드(head: 플래터 상의 데이터를 읽는 장치)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하드디스크는 내부에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으므로 다른 기억장치에 비해 단편화에 의한 속도 저하가 심한 편이다.
이러한 경우에 실행하는 것이 바로 단편화 제거(defragmentation) 작업, 이른바 ‘디스크 조각 모음’이다. 단편화 제거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기억장치 내의 클러스터(cluster: 디스크 내에서 파일을 저장하는 단위)를 재정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디스크 상에서 사용중인 영역과 비어있는 영역을 각각 한쪽으로 이동시키고, 같은 파일을 구성하는 데이터의 조각을 모아 집합시킨다. 이를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1MB를 저장할 수 있는 영역 10개를 갖춘 10MB의 디스크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그림으로 묘사했다. 참고로, 실제 하드 디스크의 구조 및 원리는 이와 다르지만 설명을 위해 간략화했다.
2.여기에 ■ 파일(2MB), ■ 파일(1MB), ■ 파일(2MB), ■ 파일(3MB)을 차례로 기록했다, 아직 단편화 및 속도 저하는 일어나지 않은 상태다.
3. ■ 파일(2MB)을 삭제하고 ■ 파일(1MB)과 ■ 파일(2MB)을 기록했다. ■ 파일은 2조각으로 단편화 되었다. ■파일을 읽기 위해서는 2번의 액세스(access: 접근)을 해야 하므로 그만큼 속도가 저하된다.
4. ■ 파일(2MB)과 ■ 파일(2MB)을 삭제하고 ■ 파일(4MB)을 기록했다. ■ 파일은 3조각으로 단편화되었기 때문에 이를 읽기 위해서는 3번의 액세스를 해야 한다. 당연히 속도는 더 저하된다.
5.단편화 제거(디스크 조각 모음) 작업을 실시하여 클러스터를 재정렬, 단편화를 없앴다. 덕분에 이 디스크는 원래의 속도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단편화 제거 작업을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이 쓰이는 것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에 기본 내장된 ‘디스크 조각 모음(Disk Defragmenter)’ 프로그램이다. ‘시작’ 메뉴를 누르고 ‘모든 프로그램’을 선택한 뒤 ‘보조 프로그램’으로 들어가 보면 ‘시스템 도구’ 안에 디스크 조각 모음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윈도우의 디스크 조각 모음 프로그램은 수동으로 실행하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예약할 수도 있다.
하드디스크 외에 SSD(solid State Disk: 반도체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억장치)도 오래 사용하면 데이터 단편화가 발생한다. 하지만 SSD는 하드 디스크와 달리 내부에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없으므로 단편화가 발생해도 속도 저하가 거의 없다. 때문에 SSD에서 단편화 제거 작업을 하면 플래시메모리(flash memory : SSD의 기억 소자)의 수명만 단축시킬 뿐 성능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SSD를 탑재한 PC라면 윈도우의 디스크 조각 모음 자동 실행 기능을 꺼놓도록 하자. 참고로, 윈도우 7은 PC에 SSD가 장착되면 자동으로 디스크 조각 모음 자동 실행 예약이 비활성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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