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년 전
AGP 대통령 라데온 9550 그래픽 카드를 구하러 국전으로 떠났다.
인터넷 가격은 8만원이었고 엄마는 바가지 씌일 것까지 계산해 10만원을 봉투에 넣어주셨다
(어린이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과거 동대문, 청계천, 용산, 국전과 같은 상가 밀집지역에 폭언욕설이 난무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 키는 120cm정도에 귀두컷이었고 전체적으로 송이버섯같이 생겨서 딱 갈구기 좋게생겼었다
집이 강남이라 전자센터까지 가는데는 문제 없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카메라파는새끼한테 잡혔다
먼저 왜왔냐 물어봐서 당당하게 그래픽카드 사러 왔다하니까
친절하게 위로 올라가라 하더라 그 대신 카메라를 한번 보고 가는 조건이었다
ㅇㅋ하고 슥 보고 가려는데 역시나 내 후드티 모자를 잡고 안놔줬다
"집에 카메라도 있고 핸드폰에도 달려 있어서 필요없어요!" 라고 똑부러지게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 중학교때 일진이었다는 이야기를 30분 동안 듣고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앞으로 5개에 달하는 층을 더 올라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라서 층을 갈아탈때 마다 몇몇 가게는 더 지나쳐야만 한다.
여자 직원들은 좀 낫겠지 해서 누나들 쪽으로 숨어서 걸어가는데
또 후드티를 잡혔다
그때 시발 왜 모자달린 티셔츠를 입고 갔는지 존나 후회했다
반윤희 스타일을 따라하는 누나한테 잡혔다. 상냥했다. 뭐사러 왔니, 몇살이니 등 키스방 애인모드와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저 멀리 체게바라 티셔츠를 입은 커다란 고기가 걸어왔다.
역시나 저렴하게 생긴 씹보지년들 근처에는 꼭 돼지문신육수충들이 있었다
미녀 중고차딜러와 전화 후 찾아갔는데 허벌곱창돼지문신충만 나오는 경우와 똑같다.
여기서도 약 30분정도 잡혀있었다.
그 이후 두 세번정도 스테인시스필드 쳐맞아서 1층에서 5층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 소요됐다.
험난한 여정을 거치고 조립컴퓨터층에 도착했을 땐
내 두 눈은 이미 걸레가 되어있었고
눈물이 꾸정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입구쪽은 바가지가 심한 양아치들이고 안쪽이 친절하고 진국이라고 들어서 구석까지 존나 뛰어갔다
구석에 도착해 라데온 9550 슬림형 주세요! 라고 하자마자 은박지에 둘둘 싸서 나에게 줬다.
아저씨한테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얼마줄건데?" 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처음봤다
인터넷에서 8만원 보고 왔다고 하니까 8만원 그대로 준다며 다음에 또 오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열어봤지만 역시나 내가 사려했던 물건이 아니었다. 중고 MX였나 FX5000으로 기억한다.
아저씨ㅣㅣ 이거 아니잖아요ㅠㅠ 이거 지포스잖아요ㅠㅠ 저는 라데온 달라고 했어요우우우우 라고 존나게 울었다.
이미 너가 구매를 했기 때문에 중고다. 8만원 전액 환불은 안되고 5만원에 해준다고 했다.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빠는 신기하게 1층부터 6층까지 1분 만에 올라오셨다.
나쁜 아저씨는 참교육을 당했고, 나는 눈을 좆같이뜨고 그새끼를 계속 야렸다. (-ㅡ )
2개 층에 달하는 모든 매장에는 라데온 9550이 없었으며,
이듬해 유명한 손님 맞을래요? 사건이 터지게 되며 전자상가들은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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