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이 생각난다.
내가 빗대어 볼 수 있는 존재가 찰흙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기 떄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글은 쿤데라의 말대로 작가는 자신의 경험밖에 적을 수 없기 떄문이다 라는 견해를 내가 일종의 법칙마냥 수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어려서부터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 이왕이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게끔 스스로를 아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음에 따라 나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찍혀나오는 점토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흙덩어리이다. 그래서 그것을 아껴서 모아 쌓아놓은 것과도 같은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것들을 빚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는 창고에 쌓아놓은 점토를 필요할 때마다 그 쌓아놓은 모양이 조금도 달리지지 않게 조금씩 잘라내어 사용해왔다.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나는 결단을 내리고 점토를 마음껏 사용해야만 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점토이기에 아깝고 아쉬워서 내 욕심에 그것들을 바라만 보고 만족했다.
점토는 무엇을 빚기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흙덩어리 인것을 나는 뒤늦게 꺠달았다. 무언가를 빚어야만 그 무언가가 되는 본질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러나 뒤늦은 꺠달음이었다. 점토는 갈라지고 말라 굳어 더이상 무언가를 만들 수 없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본질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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