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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9046 30대 백수는 잠들어 있는거와 같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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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erals : 2,978,962 / Level : 총수
DATE : 2024-03-03 09:38:06 / READ : 4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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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껏 써보려고 한다.

나는 오랜 장기백수의 시간을 지냈다.
시간은 흐르는데 기억은 희미하다.

내 20대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진 느낌이 들어. 제대로 된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

5년전의 나는 뭘했지? 무슨 일이 있었지? 4년전은? 3년전은? 2년전은?

긴 시간이지만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이 뭉게구름 속을 헤치는 것처럼 기억이 공허해

꿈을 꾸듯, 바람에 스치듯 그냥 훌쩍 시간을 넘어서 이 나이에 도달해 버린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알게 되는게 주위의 변화뿐이라서 나는 계속 멈췄던 시간 안에 갇혀있는 기분이야.


친구들의 취업, 합격, 훌쩍 자라버린 조카들, 사촌동생들, 애정과 걱정으로 "너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다" 말씀하시는 친척 어른들....

주변의 변화가 내 눈과 귀에 들어와야 생각이 드는거야.

'아... 시발 빌어먹을 시간이 또 흘렀구나'

나도 꿈이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고 활기가 있었다.

나같은 장기백수도 한때는 촉망받는 학생였어.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이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 주절주절 자세히 늘어놔 봐야 다 무슨 소용이겠어? 시간은 흘렀고 이젠 누구한테 꺼낼 것도 없는 빛 바랜 이야기일 뿐인걸?


지금은 빛나는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소설작가가 10년 20년전 작품을 우려먹는 것보다 추한 짓이겠지.

그 시간들은 멀어지고 멀어지고 계속 멀어지고 있는거야.

내가 왜 백수가 됐는지도 장기백수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역시 중요하지 않아. 지금 내가 이런 상태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이 글 제목이 잠들어 있는 것과 같다지만 장기백수라는건 사실은 꿈 없이 자고있는 그냥 사실상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에 더 가까울거야.

활동하지 않고 꿈꾸지 않고 그저 잠들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급급해. 자신을 직시하는게 비참하고 잔인한 짓이라서 그냥 잠들게 해버리는 상태가 장기백수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오늘 꿈없는 길고도 긴 잠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켜 보려고 내일 쿠팡 물류단기알바를 신청했다가 거절됐다.

그래서 월요일 화요일로 연속으로 다시 신청해놨어.

알바 그딴거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걸로 잠이 조금은 깨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는다.

사람은 모기가 웽웽거려도 깨고, 햇빛이 비춰도 깨고, 소리가 들려도 깨는 것처럼, 긴 잠을 깨울 자극을 넣어준다는 마음일 뿐이야.

늦었지만 몸을 일으켜보려고 버둥거려봐야겠지. 잠에서 깨기 싫어서 알람버튼을 꺼버리는 것처럼 알바신청 취소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결국은 일어나지 않을까?

백수친구들아 너희는 얼마나 깊게 잤냐?

너희도 많이 힘들고 아팠냐?

나처럼 깊이 잠들어서 회복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쳐서?

좀 일어나자. 나는 너무 오래 잔 것 같다.



※ 운영자에 의해 2024-03-03 13:54:42엽기자랑 에서 이동된 게시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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