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진 구성부터 잘못
어느 팀이나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는 선발투수를 만드는 것이다. 시즌 성공을 위한 첫 단추부터 한화를 잘못 꿰었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고심 끝에 송은범을 낙점했고, 그 뒤 한동안 다음날 선발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로테이션 구성에 실패했다. 투수 출신 야구인은 "선발투수라면 등판 며칠 전 미리 알아야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한화는 하루 전날 선발 통보가 가기도 했다. 준비가 안 된 선발이 잘 던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개막 후 한화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소화하고 있는 투수는 송은범과 마에스트리 2명뿐이다. 어느 팀이든 선발투수들이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플랜B '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시즌 전 심수창·이태양·배영수·송신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한화는 플랜B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위기가 닥치자 대안 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한화에 선발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오며 1승 평균자책점 2.13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 했던 송창식은 개막전부터 불펜 대기하더니 상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기용되고 있다. 선발등판은 1번밖에 없었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장민재는 중간 롱릴리프로 굳어졌다. 잘 던지는 투수를 선발로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화는 불펜에만 좋은 투수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선발 운영·육성도 실패
구성이 잘못됐으면 운영이라도 잘돼야 한다. 애석하게도 운영마저 한화는 토종 선발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한다. 한화의 토종 선발투수들이 22경기 중 19경기에서 5이닝을 못 던졌지만, 이 가운데 16경기가 3실점 이하로 막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다. 다른 팀 선발투수라면 경기 중 한두 번 찾아오는 위기 상황이 한화 투수들에게는 곧 교체다. 송은범은 최근 5경기에서 모두 3실점 이하로 막고 있지만, 5회 이상 던진 건 1경기뿐이다.
선발투수들의 대안이 없다 보니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을 당겨쓰는 악수까지 범하고 있다. 지난해 10승 투수 안영명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1군 복귀한 뒤 일주일 만에 어깨 통증이 도지며 전열 이탈했다. 팔꿈치 수술 후 1년 만에 1군에 올라온 이태양 역시 승패가 중요한 1군 무대에서 실질적인 재활 등판을 하고 있다. 급하게 땜질 처방만 하다 보니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신진급 투수들이 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지난해 후반기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2년차 우완 김민우, 시범경기에서 최고 활약을 한 사이드암 김재영은 지금 1군 엔트리에서 사라졌다. 없는 살림의 넥센이 신재영과 박주현이라는 무명의 젊은 투수들을 발굴하며 주축 선발투수로 육성한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 그들 역시 들쑥날쑥한 등판 간격과 조금만 흔들려도 마운드에서 빼버리는 한화에서라면 이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waw@osen.co.kr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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