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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야근하다보면 가끔 나는 소리에 대해

Minerals : 565,422,027 / Level : 원수 원수
2025-07-21 03:37:33 (3일 전) / READ :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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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초임 때 얘기다.
    그땐 그냥… 인생에 별 감정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일단 월급 받고 버티는 느낌이었다.

    몇 년 지나고 6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반에 좀 특별한 애가 들어왔다.


    전년도 담임이 “진짜 말 안 듣는 애”라면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더라.
    보통 문제아 수준이 아니라, 부모도 서로 얘를 떠넘기다 못해 결국 아버지가 억지로 맡고 있는 상태였다.

    엄밀히 말해 부모는 살아있지만, 얘 인생에 아무 책임도 안 지는 상황.
    아버지는 얘를 싫어했고, 얘도 아버지를 적대했다.


    성격도 꽤 거칠었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말도 곱게 안 했다.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전부 삐뚤어져 있었다.

    애들이랑도 잘 못 어울리고, 수업도 대충 듣고, 장난도 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갔다.
    뭔가, 저렇게까지 미움만 받고 사는 애를 한 번쯤은 누군가 챙겨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뭐라도 칭찬하려고 했다.


    운동 못 해도 "그래도 나왔잖아" 하고, 발표 이상해도 "그래도 네 생각이잖아" 하고.

    둘이 있을 땐 일부러 거짓말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생이야.”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넌 괜찮은 애야.”
    이런 말들. 얘가 미움받더라도 정신적으로 피할 구석이 조금이나마 있으면 했다. 


    그렇게 서서히 바뀌긴 했다.
    말도 좀 붙이고, 애들이랑 농구장에서 투바운드도 하고.
    친해지진 못했지만, 최소한 혼자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윗니가 부러진 채로 등교했다.
    새엄마한테 맞았다고 했다. 얼굴은 멍투성이였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진짜 거의 바로 경찰이 왔고, 애를 데려갔다.

    (몰랐는데 그냥 수업중에 교문앞에 와서 데려가더라 시발 애들 다 보는데) 


    그런데 새엄마는 처벌 안 받았다. 그냥 훈방이었다.

    다음 날, 얘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학교에 왔다.
    윗니는 그대로였다.


    그 일 이후, 얘 아버지가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생이 오지랖 떨지 마라.”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한다.”
    민원도 넣고, 전화로 욕도 했다.


    나야 어차피 짤려도 상관없어서 그냥 무시했다.
    욕도 맞받아쳤다.
    교감, 교장도 말리진 않았다. 다들 그 집안 사정 아니까.

    학부모한테 욕박았다고 징계 얘기도 있었는데, 정식으로 올라가진 않았다.
    왜 안 올라갔는지는 나도 모른다.


    졸업식 즈음엔 얘 데리고 게임방도 가고, 잠깐 놀이공원도 갔다.
    교육적으로 의미 없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그 나이 애들이 누려야 할 것 중 얘가 못 해본 게 너무 많았다.
    PS4 게임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눈만은 또렷했었다.


    졸업식 날, 가족은 아무도 안 왔다.
    얘는 사람들 틈에서 어색하게 서 있다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그냥 사라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2년쯤 지나서, 중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얘가 실종됐다고 했다.

    학교를 몇 주째 안 나오길래 집에 연락했더니, 부모랑도 연락이 끊겼단다.
    가정에서 짐 싸들고 사라졌다고.


    학교에서 실종 신고 넣고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결국 못 찾았다.

    그 즈음, 이상한 꿈을 자주 꿨다.


    얘랑 농구하는 꿈인데, 공을 던지면 내 앞에서 두 번 튀고 멈춘다.

    공을 주우면, 손에서 흘러내린다.


    비웃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면, 괴로운 표정으로 얘가 서있고 

    그리고 입이 서서히 벌어지다가 명치까지 벌어진다.

    나는 그냥 뭔가 아득한 기분으로 그걸 쳐다만 보는 그런 꿈이었다. 


    그 뒤로는 그냥… 다 조용해졌다.
    누가 봐도 실종이 아니라, 죽은 거겠구나 싶었다.


    몇 달 뒤, 예전 학교 근처 풀숲에 농구공이랑 PS4를 놓고 왔다.
    마치 뭔가 빚을 갚는 느낌이었다.

    근데 그날 이상했다.
    오후 5시에 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새벽 2시였다.
    중간 기억은 없다.


    이후 야근할 때 가끔 교실 뒤에서 공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진짜 미세한 소리. 누가 일부러 낮게 떨어뜨리는 듯한.

    처음엔 놀랐는데,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애들 활동지 나눠줄 때, 꼭 한 장씩 부족한 날도 많았다.
    두 장 가져간 애 찾으려고 명단 세다 보면, 애들이 다 긴장한 눈빛으로 날 보곤 했다.


    온라인 과제에도 가끔 이름 없는 제출물이 하나씩 있었다.
    내용은 없음.


    그럴 땐 그냥 물 한 컵 떠서 뒷자리 책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게임 영상 틀어줬다.
    그러면 한동안 그런 일은 안 생겼다.


    지금은 그런 일도 없다.
    활동지는 넉넉히 뽑고, 온라인 과제도 안 낸다.
    악몽도 안 꾼다.

    다 끝난 것 같다.
    정말 그 애가 사라진 것처럼.


    근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애 가족처럼, 나도 결국 그 애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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