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사망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무죄’ 판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차 대 보행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운전자의 책임을 무겁게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요. 최근에는 사고 정황을 세심히 따져 주의 의무를 다한 운전자가 사고를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유무죄 판단의 주된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자 무죄 판단 늘어나는 무단횡단 보행자 사망사고
운전자 A씨는 이른 아침 시간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던 중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보행자 B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들이받습니다. 사고 충격으로 B씨는 현장에서 사망하는데요. 검찰은 운전자 A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A씨를 재판에 넘깁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1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고 항소에 나섭니다. 그리고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집니다. 항소심 법원은 A씨가 안전운전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봤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검은 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어 발견하기 어려웠고 보행자가 접근하기 힘든 자동차 전용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해 A씨가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힘들었다고 봤습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과속을 하거나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웠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