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돌아보지 말 것.
섭섭한 마음 들거든
낯익은 얼굴 앞을 두어 번 선회 할 것.

바다에는 벽이 없으니
서남쪽으로 한 시간쯤 내달려
맺힌 응어리를 풀어 줄 것.

흰긴수염고래, 바다거북, 해마, 문어
새우를 만나면 그처럼 허리 숙여
인사 나눌 것.

칼날 같은 프로펠러와
작살 겨눈 채 까끌한 말씨 쓰는
이국의 뱃사람을 조심할 것.

둥근 부표를 조심할 것.
그것은 조련사의 공이 아닐뿐더러
수면 아래에는 그물이 함정처럼 숨어 있고
횡재하는 어부의 그물이란
합법적인 실수가 잦은 법.

사랑만 할 것.
돌아오지 말 것.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면 
삼나무 숲에 가자 하는 것임을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행여 목이 조이지 않을까 
때때로 돌아보는 선한 눈을

저무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나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는 그때가 
우리 아쉽게 돌아가야 할 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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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까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