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원고를 한창 쓰고 있던 2018년 12월 중순, 교보문고에 들렀다. 서점에 가면 습관처럼 베스트셀러 순위를 한번 살펴본다. 종합베스트셀러 1위가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었다. 2위가 김난도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였고, 3위는 "12가지 인생법칙"이었다. 치부학과 명상학, 긍정심리학이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뒤집어진 듯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여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세상에서 지치고, 외롭고, 상처받아서 의지할 곳을 찾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나는 돈에 미쳤다"의 저자 젠 신체로의 주장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부자인 것이 낫다'며 돈을 벌라고 외치는 '돈의 시대'이다. 그런 세상에서 치부학이 대세인 것은 당연하다. 돈의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은 참 인정머리가 없다. 아무에게나 가지 않는다. 돈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세상에서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명상도 필요하고 긍정심리학도 필요하다. 그것들이 또 하루를 살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이 책들이 이 시대의 정말 아픈 이들에게 약이 될까?' 하는 점이다. 김난도교수가 그의 다른 책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했을 때 한 코미디언이 그랬다. "아프면 약을 주어야지 힘내서 견디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명상이나 긍정심리학도 좋은 약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많은 청춘들과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나로서는 일시적으로 아픔을 잊게 하는 진통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진통제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보다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한 '돈의 시대'이다.
돈의 힘이 너무 잔혹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나의 역사'라는 강의를 진행해왔다. 수업을 통해 수많은 학생들의 인생과 만나며 그들이 가진 아픔을 같이 고민할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의 아픔은 명상이나 긍정심리학으로 해결될 수 없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파악했다. 지금 청년들은 '돈의 시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과의 불협화음 때문에 가장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나의 가치관과 나의 능력,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시대와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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