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야 되는데 뭔가 계속 어제 경기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려서 조금 주절거리러 왔음...
일단 요즘 스타를 좀 안 봐서 맵들 이해도는 좀 낮음.
선수들의 전략 선택은 맵들이 전제로 깔리는데 맵들의 이해도가 낮아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이해를 못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쪽은 아는 사람들이 추가 설명해주면 좋겠음.
일단 본인은 언제인지는 기억도 안나는데 ASL 예전에 도재욱 vs 염보성 다전제 직관을 가서 마지막 판에 염보성한테 진 것을 직접 보고 도재욱의 오프에 좀 많이 실망을 했었음.
특히 그 게임은 몰멀 먹고 캐리어까지 나왔어서 나는 게임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전패를 당해서 더더욱 아쉬웠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응원은 했었지만 다전제에서 떨어지는거 보면서 다전제에 약점이 있는 선수다라는 생각은 변치 않은 상태였는데
16강때 도재욱 테란전에서 간만에 아비터 나온거 보고 요즘 메타를 살짝 비틀면서 도재욱스러운 플레이라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오랜만에 좀 기대를 했음.
셔틀 뚫기나 단순 뚫기. 템 셔틀만이 아닌 아비터로의 회귀를 통해서 어느정도 도재욱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하는 느낌이었어서 어? 이번에야말로? 하는 기대를 해봤었음.
게다가 예전에 항상 느꼈었던 도재욱은 아비터를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취급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16강때는 꼼꼼하게 다시 살리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었음.
1경기도 아비터 뚫기가 오랜만에 나온 전략이라 충분히 먹힐만 했었다고 생각하고..
(근데 솔직히 아비터 뚫기가 셔틀 뚫기보다 뭐가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음, 타이밍은 늦은 대신 리콜과의 선택지를 줄 수 있는거랑 고티어 유닛의 장기적인 가치려나)
조금 아쉬운건 다전제 전략 자체가 상대가 아비터를 의식할거라고 전제를 깔고 전략을 깔아온 느낌임. 1경기에서 진 순간 그 전제가 망가진건데 전략 수정 또는 b안, c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었던 것 같음. 아니면 조기석 정도는 단순 힘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걸까...
방바닥 스방게인들이 뭘 알겠나 싶기는 한데, 프로게이머들이라면 왜 아비터 빌드가 사장되었는지는 우리보다 훨씬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함. 그러니까 아비터를 중심으로 전략을 짠 게 아니걸 수도 있음.
하지만 도재욱은 공중 유닛 관리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 특히 캐리어, 커세어를 못쓰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선수임. 테란전에 캐리어 못쓰는건 너무 크고, 이번에 아비터로의 회귀는 이에 대한 도재욱의 고민의 결과가 아닌가를 느껴서 많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게 도재욱의 하나의 검이 될수도 있어서 좀 좋아 보였음.
다전제 판짜기는 어케 보면 서론 본론 결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비터를 기점으로 한 서론이 막혀 버렸으니 도재욱도 답답했을거임.
도재욱이 어떤 판을 짜왔는지는 내가 도재욱 머리속에 들어가보지를 않았으니 알 수가 없음.
본인도 아비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경기에만 아비터로 판 흔들고 이후에는 상대를 아비터 의식시키게끔 한 다음에 힘 싸움 위주로 플레이를 하고자 한건지,
아니면 아비터 중심의 전략을 짜왔는데 1경기 때 어 아비터 안되겠는데? 라고 생각해서 아비터 중심의 전략을 싹다 버린건지
사실 이런 판단들을 하려면 맵들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되는데 내가 이게 없으니 더 추가적으로 생각하기가 애매한 것도 있음.
쨋든 난 도멘이 올라가려면 정말 많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긴 함.
지금 충분히 대단한 선수고 실력으로 따지면 크게 차이가 없겠지.
가지고 있는 전략들도 매우 많은 선수고.
다만 상대하는 입장으로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예상이 되고 실제로 대회에서 그대로 플레이한다는건 다전제에서 큰 약점이지 않을까 싶음.
결과론적이지만 이번에 조기석한테 그 약점을 찔린거기도 하고.
단순히 당일 도재욱의 컨디션이 안좋았고 조기석의 컨디션이 좋았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경기라고 생각하기도 함.
실제로 조기석은 중간에 실수들이 보이기는 했어도 벌쳐나 유닛 움직임이 날래 보이기도 했었고 근래 보였던 퍼포먼스 중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줌.
단순히 운이 조금 안좋아서, 순간적인 실수들이 쌓여서 그런거다라라고 말할수도 있음.
1경기때 뚫는 척 하다가 리콜 했으면 더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는거고, 마인이 조금 덜 터지거나, 역대박이 한번만 나거나, 한번 안 낚이거나 상대보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상대가 반응이 조금만 늦었으면 이겼을수도 있음.
뭔가 쓰다 보니까 더 정리가 안되는 느낌인데
도재욱 잘됐으면 좋겠고 응원하지만, 다전제의 도재욱은 변하긴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