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10년 가깝게 e스포츠를 지켜본 팬이라면 '푸른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26, 캐나다)와 '효도 테란' 베르트랑(27, 프랑스)이 기억날 것이다. 이들 벽안의 프로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시절 훤칠한 외모와 색깔있는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기욤 패트리는 2000년 하나로배 투니버스 스타리그 우승을 비롯해 각종 대회를 휩쓸며 최강의 프로게이머로 손꼽혔다.
기욤과 베르트랑이 각종 대회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호주 출신의 피터 네이트와 중국의 사진츈과 루오시안, 폴란드의 크리스토퍼 날리예프카 등이 '코리안 드림'에 도전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언어, 문화적 차이 등의 경기 외적인 부문을 비롯해 한국 프로게이머들과 실력적 차이 등 경기 내적인 점을 포함하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그 명맥이 끊겼던 것.
이제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이 길을 또 한 명의 푸른 눈의 전사가 도전에 나섰다. 바로 미국의 그렉 필즈가 (Greg fields) 제 2의 기욤 패트리, e스포츠 '코리안 드림'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만 19세로 미국 뉴저지 출신인 그렉 필즈는 지난 4월 IEG가 개최했던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시즌1' 북미 챔피언.
기욤과 베르트랑 이후 많은 가능성을 가졌던 다른 외국 선수들이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났던 상황을 생각하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 점의 동요도 읽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있었던 여타 해외 출신 프로게이머들과 달리 빠르게 한국 문화에 적응을 하고 있다. 오히려 당당하게
임요환 이윤열 마재윤 서지훈 등 한국 유명 선수들처럼 스타리그에 출전해 우승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일 CJ 엔투스 프로게임단 합류 이후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그렉 필즈에 대해 조규남 감독은 "아직 기량적인 측면을 한국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비교적 기본기가 잘 잡혀있고 엄청나게 성실한 자세를 높이 사고 있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거라고 확신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 자신의 꿈을 바꾸게 한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기 전에 그렉은 물리학자가 꿈인 학생이었다. 양친이 모두 화학자로 과학자 집안을 꿈꾸던 그렉에게 어느날 우연히 접한 스타크래프트는 한 소년의 꿈을 순식간에 뒤바꾸어 놓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물리학 계열서 명성이 있던 렌셀러 공대(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합격 했지만, 지난 4월에 열렸던 IEG에서 개최했던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시즌1' 북미지역 대회 우승 이후 곧바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정말 우연하게 어느날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됐다. 나의 또다른 소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팀리퀴드 사이트를 통해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삶을 알 수 있었고, 동경심을 키우게 됐다. 그러던 차에 IEG서 개최한 대회 우승을 계기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시작된 갑작스런 한국 생활이 낯설고 힘들 수 있지만 한국에 오기전 젓가락 사용법과 한국 음식 등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또 4개월간의 이스트로 생활을 통해 아직 간단한 인사와 음식 이름 밖에 얘기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한국 말을 배워가며 빠르게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언어적인 차이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다. 의외로 다른 동료들과 대화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언어로 얘기하고 호흡한다.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오기전 젓가락 사용이라든지 한국 음식에 대한 공부를 해 불편함이 없었다. 그동안 동료들을 보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하고 영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제 2의 기욤 패트리를 꿈구며.
해외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트서 그렉은 현재 최고의 유망주. 테란으로 이드라(Idra)라는 아이드를 사용하는 그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서 열렸던 WWI 8강서 염보성과 대결하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탄탄한 기본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한국 선수들의 벽이 높기만 한 것은 사실.
그렇지만 결코 실망하거나 움츠러드는 모습을 찾아 볼 수는 없다. 자신이 동경했던 CJ 엔투스서 생활은 그에게 많은 용기를 안겨줬다. 적극적인 생활자세로 동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고, 훈련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연습에 임해
조규남 감독과
김동우 코치, 나재웅 코치 등 CJ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왔다.
"처음 CJ로 이적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굉장히 흥분을 많이 했다. CJ는 해외에 있는 e스포츠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팀이다. 외국 선수들은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가기 힘든 곳에 들어간다는 즐거움이 나를 많이 흥분시켰다".
그렉의 목표는 한국서 열리는 스타리그 우승. 기욤패트리처럼 스타리그 우승 뿐만 아니라 프로리그 경기에 출전해 소속팀 CJ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누차 강조했다.
"기욤 패트리와 베르트랑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이름을 들어봤고 VOD를 즐겨봤다. 나의 꿈은 스타리그서 한국 유명 선수들처럼 우승하는 것이다. 더불어 프로리그서도 출전해 승리를 하고 싶다. 미국 선수들 중에서 실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아직 한국 선수들의 비해 기량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꿈을 이루고 싶다. 한국 선수로는 이윤열 서지훈 마재윤 선수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