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오늘 궁금증을 풀려고 담당 전공 교수님께 질문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1. 프리온은 섭씨 600도 이상을 가열해도 죽지 않는다?
네, 잘못된 상식입니다. 프리온은 섭씨 121도 이상에서 4시간 이상을 가열해야 단백질 구조의 70% 이상이 변성(Denaturation) 됩니다. 하지만 600도 이상을 계속 가열하거나 121도 이상을 4시간 이상 가열하거나 둘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못 되겠죠.
프리온을 70% 이상 변성시켜야 그 때 우리가 안전하게 소화시킬 수 있다는군요.
(덧붙여 단백질을 변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은 pH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강한 염기성을 띠는 수산화나트륨 속에 4시간을 담궈 둬야 한다고도 하더군요. 세계 보건 기구에서 발표한 사항 중 하나라고 합니다.)
2. 프리온은 섭씨 100도 ~ 120도 사이에선 오히려 자가증식을 한다.
프리온에 대해서 가장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곳은 영국인데, 최초의 광우병 사망자가 나온 국가라서 그렇답니다. 영국에서 지금까지 연구했던 결과로 흥미로운 것은, 보통의 단백질들이 변형되는 온도대에서 프리온은 오히려 자가증식을 한답니다.
이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 자체로부터 RNA를 뽑아 내어 이것을 가지고 같은 프리온을 다시 만들어내지 않을까 추정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단백질은 순서대로 연결된 아미노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아미노산의 배열은 RNA로부터 번역된 그대로의 정보입니다.)
3. 프리온은 원래 정상적인 단백질이다?
원래는 정상적인 단백질이었습니다만, 이것이 체내에서 합성된 후 수정(modification)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잘못된 프리온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프리온이며, 정상적인 프리온과는 정 반대의 물성을 띠게 됩니다.
본래 프리온은 수용성이지만, 이 비정상 프리온은 불용성 물질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이것들이 소수성 상호작용으로 같은 비정상 프리온끼리 서로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정상 프리온을 단백질 분해 효소인 가수분해 효소로 없앨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수분해 효소는 H2O를 첨가시켜 아미노산 체인을 끊어버리는 효소인데, 소수성(물과 친하지 않음)이 된 비정상 프리온을 끊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 말은 결국 체내에서 비정상 프리온을 없앨 수가 없다는 것이죠.
아무튼 프리온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과 같은 불사의 단백질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일반적인 조리방법으로는 없앨 수 없다는 것은 같습니다.
추가로, 저 "광우병의 위험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글에 있는 짤방 말이죠, 저기 나와 있는 병든 사람 사진은 광우병과 상관 없습니다. 전혀 다른 질병을 가지고 찍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실제로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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