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교인(주로 근본주의 종교인)들은
"무종교(無宗敎)도 하나의 종교(신념체계)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이는 무리한 주장이다.
무종교인들은 종교에 대한 귀속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정형화된 신앙의 대상이나 종교적 행위의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무종교인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종교적, 혹은 신비주의적이나 미신적인 의미가 전혀 없는지 따져보자면
그런 행위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을 한 인물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예를 들어 실제로 어느 정도 신비주의적이거나 종교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문화적 습관에 따라 했는지,
그런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등을 감안하지 않고
'종교적인 행동을 전혀 안하는 사람은 없다'며
'무종교인도 무종교라는 신념체계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것일 뿐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사실을 주장에 끼워맞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거꾸로 종교인의 행동에서도
비종교적, 또는 종교적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하나도 없기는 어려우니
"종교인들도 종교 간판만 달았지 그거 진지하게 믿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성립 가능하다.
예컨대, 영어 사용자가 놀랐을 때 "오 마이 갓!(oh! my GOD!)"을 외친다고 해서
"네가 신의 존재를 인정하니까 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면
반대로 같은 반응을 하는 기독교인에게
"기독교에선 신의 이름을 함부로 일컫지 말라고 하는데 넌 그러지 않는 것을 보니 안믿는 것"
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무종교라고 해서 모두가 종교적 성격의 관념이나 행동을 일체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무종교가 일종의 종교라는 주장은 무당층이 일종의 당파라는 주장처럼 내용과 논리 어느 측면으로 보든 오류다.
독실한(근본주의적) 종교인들이
"무종교 역시 하나의 종교적인 신념체계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례는
대부분 당사자가 상대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종교인의 사고방식을 자신의 사고방식과 함부로 동일시하여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종교'에 해당하는 부분을 억지로 상대에게서도 찾아내려 한 결과물이다.
종교란 아주 강력한 신념체계이고, 따라서 독실하고 근본주의적인 신자들의 경우
사고방식 자체가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기반으로 형성된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독실한 신도인) 개신교 목사들과 대화하다 보면
설령 그 목사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온건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특정한 종교적 입장이나 신관이 없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분명히 이 사람에게도 뭔가 믿는 게 있을 텐데...'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목사쯤 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의 존재와 그 신에 대한 신앙을 비롯한 종교적 관점이
당연히 자기 삶과 사고방식, 세계관의 핵심에 놓이게 되고,
따라서 그런 '종교관'이 없는 상태로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형성된다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워하여
'이 사람에게도 뭔가 믿는 게 있을 텐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식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너는 무종교적 입장을 종교처럼 믿는 것이지!' 같은 '상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셈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