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1월 14일]
서울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피해 규모는 NESI 건물 완파, 다행히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며 피해액은 약 2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
또한 삼성역 인근 5km 반경으로 교통통제, 출퇴근 시간과 맞물려 극심한 교통체증 예상…….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문을 구겼다. 피해액이나 교통체증 같은 건 국회의원이나 궁금해 할 문제지,
중요한 건 대체 누가 국제 ESP 과학 연구소를 테러했는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저런 짓을 벌였는가에 대한 것이다.
더불어 그 놈의 짓인가까지.
“ 누나 먼저 갈게. 빨리 밥 먹고 학교 가. 오늘도 늦으면 진짜 혼낼 거야.”
누나는 방문을 열지 않고 신발을 신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지금 출근해봤자 다시 집에 돌아올게 뻔한데도 나가는 걸 보면 정말 아빠를 닮았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나는 누나가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뒤에 방에서 나왔다.
밥이래 봐야 바싹 탄 토스트뿐이지만, 출근 시간에 이 정도라도 차려주는 누나에겐 고마운 마음이다.
토스트를 입에 물고는 의자를 젖혀 텔레비전을 틀었다.
학교엔 조금 늦겠지만 혼나더라도 아침 뉴스를 10분 더 보는 건 취향을 떠나 사는데 훨씬 큰 이득이다.
아나운서가 전하는 실시간 사건 현장 영상에선 사건이 터진 건물들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과 그들을 통제하는 경찰,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안절부절못하는 연구원들, 그리고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를 흘리며 의사를 찾는 사람도, 한시가 급해 병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구급차도 없다.
하긴, ESP가 엮인 사건에 사상자가 나온 건 그때가 마지막이니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신문에서 본 내용 그대로다. 글자가 영상으로 바뀐 것 외에는 딱히 건질 게 없다.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남은 토스트를 입에다 구겨 넣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실 이렇게 여유 부리며 씻을 시간은 아니다. 이미 8시가 넘었으니 벌써 30분 지각인 셈이니까.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샤워 부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사건 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년 전. 전 세계에서 ESP가 동시다발 적으로 발견된 날부터였다.
정확히 말하면 ‘ESP를 인지한 존재들’이 나타난 날.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중심으로 한 사건은 끊이질 않고 일어났다.
크고 작고의 차이일 뿐이지.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을 일으킨 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뭐 아무튼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따로 있지만, 길고 복잡한 영어 단어가 중요한 건 아니지.
한국말로 하자면 ‘ESP를 인지한 존재’ 로 번역되지만 대체로, 에스퍼 혹은 초능력자라 부른다.
어쩌면 이번 테러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회담이니, 수사니, 하면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기회. 그러니 어쩌면 그 놈을 찾을 지도 모른다─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방과 시계를 챙기기 위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인데도 암막으로 가려놓은 창문 덕에 햇빛이 들지 않아, 스탠드를 켜야만 했다.
바닥엔 종잇조각들이 널브러져 있고, 책상엔 며칠 째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히키코모리가 울고 갈 정신 상태의 방이라면 방이지만, 나에겐 없어선 안 될 곳이다. 누
군가 연예인 포스터로 벽을 장식할 때, 나는 수년간 모은 신문 기사들로 도배했고,
누군가 공부를 위해 볼펜 잉크를 소비할 때, 나는 조사를 위해 잉크를 쥐어짰다.
그 놈을 찾기 위해, 찾아서 죽이기 위해.
나는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걸친 채, 집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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