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만 굶어도 아사하기 때문에 광전사처럼 먹이를 사냥하는
땃쥐, 지상에서 만난다면 나방은 곧바로 잡아먹히겠지만
이녀석은 날아서 피하면 그만이다
일반적인 큰 올빼미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나방들을 무시하지만,
소쩍새나 소형 올빼미 같은 케이스는 나방에게 꽤나 위험한 천적이다.
하지만 이런 새들보다 더 위험한 적이 있으니.......
6500만년전 박쥐의 등장은 나방과 더불어 대부분의 곤충들에게 있어 재앙이었다..
새들이 잠자는 밤 시간대, 그것도 날아다니면서 초음파를 통해
정확히 위치를 파악해 사냥한다고?? 절망적인 천적이 아닐 수 없다.
박쥐들에게 시달린 나방들은 박쥐 저격 진화를 하게 되었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인데
바로 박쥐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귀'를 다는 것.
원래 곤충에게 '귀'는 흔한 기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쥐가 등장하자 나방은 진화의 방향을 틀었다.
가슴이나 배에 박쥐의 초음파 주파수만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도청 장치'를 달아버린 거다.
박쥐가 사냥을 위해 "나 여기 있다!" 하고 외치는 초음파를 미리 듣고, 그 위치와 거리를 파악한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방향을 틀거나, 그대로 추락해 버리는 등 온갖 회피 기동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거다.
레이더에 탐지되기 전에 경보를 듣고 도망가는 셈이다.
듣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일부 나방들은 더욱 공격적인 방법을 택했다.
바로 '박각시나방' 같은 놈들인데, 이들은 아예 박쥐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재밍' 기술을 진화시켰다.
박쥐가 초음파를 쏘는 순간, 이놈들은 자신의 날개나 발성 기관을 떨어 "딱, 딱, 딱!" 하는 소리를 역으로 발사한다.
이 소리는 박쥐의 초음파와 뒤섞여 레이더를 교란시킨다.
박쥐 입장에선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 때문에 나방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거다.
적의 최첨단 무기를 똑같은 방식으로 되받아쳐 무력화시키는,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인셈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생명과학부 토마스 닐 교수는 우리 나방의 일종인 ‘캐비지트리황제나방’과 ‘나비’의 초음파 흡수량을 비교했다.
초음파를 확성기로 내보낸 뒤 돌아오는 초음파를 비교한 결과, 나방은 최대 85%, 나비는 20%의 초음파를 흡수했다.
연구진은 나방의 몸에 난 털의 구조가 방음재에 사용되는 섬유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나방의 털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매우 많다.
초음파는 털 속 구멍을 이동하면서 열에너지로 바뀌고 밖으로 반사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통해 박쥐에게서 '스텔스'를 시도하는것이다.
또 어떤 나방들은 도마뱀처럼 자신의 날개의 일부를 희생시킨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연구팀은 일부 산누에나방 종이 기존에 알려진 꼬리 구조 대신, 앞날개를 이용해 박쥐의 공격을 회피한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나방들은 앞날개 끝에 있는 독특한 주름과 접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구조가 박쥐의 초음파를 발사 지점으로 강하게 되돌려 보내는 '음향 역반사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몸통보다 날개 끝에서 더 강한 음파가 반사되어 박쥐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날개 끝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음향 미끼'가 된다. 이를 통해 나방은 설사 날개가 찢어지더라도 치명적인 몸통 부상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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